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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후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를 만들어가는 힘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3/24 [14:00]

[촛불후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를 만들어가는 힘은···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4/03/24 [14:00]

▲ 82차 촛불대행진 정리집회.  © 이호 작가

 

23일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82차 촛불대행진은 행진의 날로 진행됐다.

 

행진의 날은 집회를 짧게 한 뒤에 도심을 행진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진행된 촛불대행진을 살펴보면 본대회에도 많은 시민이 참여하지만, 행진할수록 시민들이 더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4시 50분경 본대회를 마치고 시민들은 신촌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신촌역 4번 출구에서 모인 촛불시민들은 홍대입구역을 거쳐 홍대 젊음의 거리 등 홍대 근처를 돌아서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정리집회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에 도착해서 행진을 준비하고 있는데 본대회에서 얼굴을 보지 못했던 국민주권당 당원이 행진에 결합했다.

 

국민주권당 당원은 “유튜브로 촛불대행진을 보다가 신촌역에 모인다고 알려줘서 곧바로 이곳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다른 촛불시민도 신촌역으로 와서 함께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행동은 행진의 날에는 ‘몇 시 어디, 몇 시 어디’라고 안내를 한다. 사정상 본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이 유튜브 방송을 보고서라도 촛불대행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진 중간에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날도 행진을 시작할 때는 1호 방송 차량, 2호 방송 차량을 따라 행진하는 대열의 숫자가 엇비슷했다. 행진을 마칠 때쯤 2호 방송 차량을 따라 행진한 사람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고 촛불대행진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던 유튜버가 뒤풀이 자리에서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행진 대열을 보며 박수를 치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많았다. ‘윤석열 탄핵’에 공감하는 층이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촛불시민들도 응원에 힘을 받아 선전물을 더 높이 들고, 구호를 더 힘차게 외쳤다.

 

행진을 마칠 때쯤 한 촛불시민은 “오늘 행진이 너무 신났다. 지금까지 한 행진 중에서 오늘이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라며 “젊은 층도 윤석열 탄핵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3월 2일 열린 79차 촛불대행진의 촛불풍물단 모습.  © 김영란 기자

 

행진의 맨 앞에는 촛불풍물단이 항상 있다. 행진하는 내내 풍물을 치면서 촛불시민들에게는 힘을, 거리의 시민들에게는 행진 대열로 시선 집중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촛불풍물단으로 활동하는 촛불시민은 “내가 조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풍물단으로 했다”라며 “풍물단을 하면 좋은 사람도 만나고, 풍물 실력도 늘어 좋다”라고 말했다.

 

방송 차량의 연설자는 행진 대열을 이끄는 역할이다. 행진은 방송 차량에 탄 연설자의 힘찬 구호로 시작된다. 연설자는 방송 차량에서 구호를 선창하고, 주위의 시민들에게 촛불대행진을 안내하며,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연설을 한다.

 

극단 ‘경험과 상상’의 배우 변은혜 씨는 1호 방송 차량에 자주 오른다. 큰 목소리로 단숨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쉽게 이야기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 변은혜 씨.  © 이호 작가

 

연설을 잘하는 비결을 알아봤다. 

 

변은혜 씨는 방송 차량에서 연설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뉴스를 보다가 노트에 적는 습관이다. 노트에 적어 놓은 것을 바탕으로 연설 내용을 마련한다. 그래서 방송 차량에 오를 때면 10여 개의 연설문을 준비해 상황에 맞는 내용을 골라 연설을 한다. 

 

쉬운 말로, 핵심을 짚는 연설의 비결은 바로 1주일간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3시간 30분에 가깝게 진행된 행진의 날에서 느낀 점은 촛불시민들의 뜨거운 마음과 질서정연함이었다. 

 

촛불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은 선전물로 표현된다. 

 

비닐 가방에 앞 뒤로 문구를 넣은 여성분이 있었다. 구로구에 사는 60대의 여성은 “촛불대행진에 오기 전에 가장 핵심적으로 알릴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적어서 온다”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이 만든 선전물과 구호가 적힌 선전물 두 개를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들면서 행진을 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 이인선 기자

  

중년의 남성은 청테이프에 ‘이채양명주’라는 글을 적어서 노란 중절모에 붙였다.

 

참신한 선전물을 만들어서 촛불대행진에 참가하는 석영식 씨는 본대회 시작 전에는 거리에서 ‘명품 디올 엿 바꿔 줌’이라는 선전물을 모자에 부착한 채 흥겨운 노래에 맞춰 ‘엿장수 가위’ 춤을 추면서 촛불시민을 맞이한다.

 

그리고 다양한 선전물을 직접 만들어 참가한다. 이번 주에는 ‘나라 암 덩어리’를 ‘쓸어냄, 긁어냄, 오려냄’ 등이 적혀 있는 선전물을 만들어 참석했다. 문구에 맞는 도구를 부착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외에도 많은 촛불시민이 직접 만든 선전물을 들고 참가한다. 시민들이 만든 선전물 속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이 담겨있다.

 

▲ 석영식 씨.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이번 행진의 날에서 돋보인 것은 촛불시민들의 질서정연함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행진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촛불시민들은 불편한 내색 없이, 오히려 웃으며 촛불행동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촛불행동은 촛불시민들에게 ‘지하철 안에서 구호를 외치면 다른 시민들이 불편하니 자제해달라’라고 요청드렸다.

 

촛불시민들은 지하철을 타러 거리에서 이동할 때는 ‘윤석열 탄핵’을 외쳤지만, 시청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신촌역 밖으로 나올 때까지는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대신 지하철 안의 시민들이 선전물을 잘 볼 수 있도록 들고 이동했다. 

 

촛불시민들은 촛불행동 자원봉사자, 지하철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특히 노년의 부부는 손을 잡은 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으로 가는 촛불시민들.  

 

촛불대행진이 2년여 가까이 진행되는 가장 큰 힘은 촛불시민들의 질서정연함, 열기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힘들이 4.10총선을 윤석열 탄핵의 총선으로 만들 것이고, ‘탄핵의 봄’, ‘승리의 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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