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포병부대의 600밀리미터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을 지도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을 억제력으로 하여 무력 충돌과 전쟁의 가능성 자체를 완전 제거하고 우리 국가의 평화와 안정, 주권을 굳건히 사수하실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북한이 보도했습니다.
또 “적들에게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재앙적인 후과를 피할 길 없다는 인식을 더 굳혀놓을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아마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적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시정연설에서도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전쟁을 피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북한은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대북 제재로 경제 발전에 어려움이 컸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제하면 평화적인 환경에서 자립적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요?
북한 경제 현황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초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2025년까지 5년간 매년 평양에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지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많이 건설하는 한국에도 1만 세대 아파트 단지는 없습니다.
단일 단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대수를 기록한 아파트 단지는 2018년 완공한 서울 송파구의 송파헬리오시티(9,510세대)인데 이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평양에 매년 들어서는 셈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2021년 송신·송화지구를 시작으로 2022년 화성지구 1단계, 2023년 화성지구 2단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건설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목할 부분입니다.
또 북한은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1월 12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농촌강령을 채택한 뒤 전국 곳곳의 농촌 마을에서 오래된 집들을 철거하고 고급스러운 새 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정책은 매년 20개 군씩 10년 동안 현대적인 지방공업 공단을 건설해 전국 국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한 계단 비약”하는 정책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관광 사업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 2월 9일 100여 명의 러시아 관광단이 북한을 방문해 마식령 스키장,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을 여행했습니다.
관광단 단장이었던 알렉세이 스타리치코프 연해주 국제협력국장은 “북러는 일 년 내내 새로운 여행을 조직하기로 합의했다. 봄에는 금강산, 묘향산, 라선경제무역지대 해변, 평양을 비롯해 많은 관광지를 방문할 것이다. 러시아 청소년들은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북러 경제 협력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북러정상회담도 있었고 올해가 북러 경제·문화 협정 체결 75주년이기도 해서 북러 사이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2024~2025 교류계획서를 체결했습니다.
11월에는 알렉산드로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생태부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제10차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를 열어 의정서를 채택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경제 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주는 부족한 건설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북한에 전문가 2천 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 북러 사이에 구체적인 경제 협력이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대규모 건설 사업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사업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대운하 건설은 올해 1월 15일 시정연설에도 나옵니다.
북한은 대운하 건설로 내부 물류 운송의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대운하 주변의 신도시 건설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경제 성장 속도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경제기관들은 북한 경제가 후퇴(역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은 정반대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국내총생산액(GDP)이 2020년에 비해 1.4배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정한 북한의 경제 목표는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에 비해 1.4배 늘어나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2년이나 앞당긴 것입니다.
3년 만에 국내총생산액이 1.4배로 늘어났다면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2%라는 말이 됩니다.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보면 세계 평균이 3%이고 인도 6.3%, 중국 5%, 미국 2.1%, 유럽연합 0.7% 등이며 한국은 1.4%입니다.
3년 동안 연평균 12%씩 성장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입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10년 후에는 경제가 3배 이상 성장하는 등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제 현황
지금 미국에서는 난데없는 ‘피바다’가 논란입니다.
3월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내가 당선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중국차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전체가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영어로 ‘blood bath’는 피의 숙청, 대량 학살이라는 뜻도 있지만 대불황 기간, 대량 해고 등을 뜻하기도 합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모든 수입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야 할 정도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어렵고 만약 자신이 당선되지 못하면 미국이 불황에 빠지거나 자동차 업계에 대량 해고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은 러시아에서 값싼 연료를 수입했고, 중국에서 값싼 공산품을 수입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경제 전쟁을 시작하고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더 이상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었고 이것이 경제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경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유럽,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을 약탈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동맹국 약탈 전략은 동맹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수입 관세를 대폭 높이는 보호무역 조치를 해서라도 미국의 제조업을 지켜보겠다는 구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기술력을 상실해 버린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일어설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측은 트럼프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피바다’라는 단어만 강조해 퍼뜨리며 ‘트럼프가 자기가 당선이 안 되면 폭동이나 내란이 일어날 거라고 협박한다’는 식으로 공격했습니다.
바이든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유세 영상을 올리며 “트럼프는 명백히 제2의 1월 6일을 원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1월 6일’이란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점거 폭동을 가리킵니다.
트럼프는 자기 발언이 “바이든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뜻”이었다며 민주당 측이 자기 말을 왜곡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 언론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가 폭력을 선동한다며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미 의사당 점거 폭동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점도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이처럼 미국 정치는 전·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 후보자들이 폭동과 내란을 이야기할 정도로 매우 불안정하게 보입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 이런 상태로 10년간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3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카고가 최근 노숙자 폭증, 마약 문제, 청소년 폭동으로 망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뿐 아니라 미국의 여러 도시가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노숙자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1월 기준 65만 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길거리에서 대낮에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럽도 비상입니다.
3월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2년 독일의 실질 임금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는 독일의 신경제포럼 연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신경제포럼에는 독일 정부에서 경제 고문을 지낸 이사벨라 웨버 미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부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경제포럼에 따르면 독일 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020년대는 “독일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으며, 그 여파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대안당의 부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웨버 부교수는 “분쟁, 기후, 지정학적 위기의 시대에 독일대안당의 부상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라며 “독일인이 경험한 생활 수준의 붕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입니다.
이런 독일이 경제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독일이 이렇다면 앞으로 유럽의 경제도 암담할 뿐입니다.
일본도 ‘잃어버린 30년’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한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중심의 서방 경제가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 * *
만약 북한의 의도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미국 등 서방이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탈출구를 전쟁에서 찾지 못한다면, 그렇게 앞으로 10년이 지난다면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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