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을 불법사찰 하다가 지난 22일 발각됐다. 그런데 국정원이 대진연뿐만 아니라 촛불행동 대표, 시민단체 회원, 농민, 민주당 지역 당직자 등을 가리지 않고 불법사찰 했다는 것이 국정원 조사관의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불법사찰의 문제점과 심각성, 그리고 인권 침해 등을 주제로 두 편의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가족의 일상을 파괴하는 불법사찰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사찰은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다.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 등 전 방위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원의 불법사찰도 마찬가지이다.
국정원이 불법사찰한 ㄱ 씨는 현재 암 투병 중이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은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 가정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조롱하며 범죄자로 취급했다.
국정원은 최소 5~6명이 한 조를 이뤄 ㄱ 씨를 매일 감시했다. 불법사찰로 찍은 사진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이들은 ㄱ 씨의 집 근처에 한 대의 차량을, 남편이 출근하는 가게 근처에 한 대의 차량을 대기시켰다. 또한 ㄱ 씨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자전거를 빌려 ㄱ 씨를 미행했다.
이들은 ㄱ 씨가 자녀를 바래다주는 모습, 자녀와 함께 학원에 가는 모습, 운동하는 모습 등뿐 아니라 남편이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 자녀의 등·하굣길을 감시하고 기록했다. 남편의 직장 동료도 사찰했다.
국정원은 매일 ㄱ 씨 일과를 정리해서 보고했는데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에 잠시 나온 것까지 넣어 세세하게 정리했다. ㄱ 씨가 주로 어떤 옷을 입는지, 들르는 가게의 상호까지 기록했다.
또한 ㄱ 씨가 다니는 병원에서 진료 기록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ㄱ 씨가 암을 이겨내기 위해 하는 맨발 걷기 운동 등을 언급하며 간첩이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국정원은 온 가족의 생활을 매일 감시·기록·공유하는 동안 이들 가족의 사생활은 여지없이 발가벗겨졌다.
모든 사람을 범죄 대상자로 낙인
국정원은 ㄱ 씨가 후배들을 만나면 ‘사상학습’이라고 단정했다.
3월 8일 ㄱ 씨가 카페에서 후배 2명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사상학습’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 조사관들은 “(ㄱ 씨와 후배들의) 노트 뺏고 싶다”, “룸이 아니어야 커피를 쏟을 텐데” 등의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세 명이 헤어지자, 모두 미행했다.
그러다 국정원은 대진연이 성일종 국힘당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며 9일 국힘당사에 찾아가 면담을 요청한 것을 ㄱ 씨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으로 몰고 갔다.
이유는 ㄱ 씨가 8일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면담을 요청한 사람 중의 한 명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정원 조사관은 “그런 식(국힘당 면담 요청 배후 조종)으로 보고서 써도 모양이 나올듯합니다. ㅋㅋ”이라고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국정원은 11일 ㄱ 씨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자 미행을 하며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후배들을 만나자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며 ㄱ 씨를 중심에 넣고 공안사건을 만들려고 했다.
국정원 조사관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는 “대진연 애들이 ㄱ과 접촉하는 것을 북 연계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는 사이에 ㄱ 씨와 주변의 인물들은 모조리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불법사찰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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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의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린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모두 의심하게 된다.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만나길 어려워한다. 또한 자신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이 불법사찰을 당한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
주변의 사람들도 불법사찰 피해자를 만나는 것을 꺼려 대인관계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불법사찰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불법사찰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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