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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북한 훈련 억측 보도, 이유는?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4/09 [19:35]

한국 언론의 북한 훈련 억측 보도, 이유는?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4/04/09 [19:35]

▲ 3월 15일 진행된 북한의 공수부대 강하훈련 모습.

 

KBS는 지난 3일 「[단독] “‘김정은 참관’ 공수부대 강하 훈련서 사상자 다수 발생”」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KBS 뉴스의 핵심은 지난 3월 15일 있었던 북한 공수부대 훈련이 강한 돌풍이 부는 속에서 강행돼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제와 함께 그날 훈련장에 왔기에 강한 돌풍이 불어도 훈련을 강행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도했다.

 

KBS의 보도 이후 조선일보, 연합뉴스, YTN, 한국경제, 뉴스1 등 다수의 언론이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낙하산이 얽혀 있었다’, ‘장비가 노후해서 사고가 났다’ 등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따져보자.

 

첫 번째로 날씨 문제이다. 

 

KBS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았던 공수부대 훈련 장소를 평안남도 내륙이라고 특정했다. 

 

그러면서 “평안남도 내륙에는 오전부터 강한 바람이 불 수 있는 기압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라며 “공수 강하훈련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아 우리 군의 경우 통상 17노트, 초속 8.7미터보다 강한 바람이 불면 훈련하지 않는다”라면서 날씨가 안 좋았는데 북한이 훈련을 강행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북한기상관측 자료를 살펴보면 3월 15일 평안남도에서 강한 바람이 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3월 15일 평안남도의 날씨.  ©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평안남도 안주는 초속 0~2미터, 양덕은 초속 1~7미터, 평양은 초속 1~4미터, 남포는 초속 0~8미터의 바람이 불었다. 양덕의 경우 오후 3시경 초속 7미터, 남포의 경우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초속 7~8미터가 가장 센 바람이었다. 이 시각에 북한군이 훈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15일 바람이 가장 센 시간에 북한군이 훈련을 했다 할지라도 우리 군의 기준보다 낮은 바람의 세기이다. 우리 군의 기준으로 했을 때라도 강하훈련을 미룰 정도의 바람은 아니었다.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왔기에 안 좋은 날씨에 훈련을 강행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KBS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는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를 한 YTN의 경우 기사 안에서 낙하산이 얽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 YTN은 4월 4일, 북한 공수부대 훈련  중 낙하산이 겹쳐 사상자가 나왔다고 보도를 하였다. [사잔출처-.YTN 뉴스 화면 갈무리]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YTN에 “동일한 비행기에서 강하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런데 (낙하한) 비행기가 동일한 비행기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비행기에서 방금 강하한 사람이라면 그런 모습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즉 사진만으로는 낙하산이 얽혀서 사고가 났다는 것을 확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YTN은 “강풍이 불어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거나 서로 얽힌 게 원인이었던 걸로 전해졌다”라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듯이 보도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훈련 당시 강풍은 불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낙하산이 얽혔다는 것도 확증할 수 없다.

 

전형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소식의 출처 문제이다.

 

KBS는 “당시 훈련장에 강한 바람이 불었음에도 김정은 위원장 참관이 예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강행됐다”라는 ‘대북 정통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고, 한국경제와 연합뉴스 등은 ‘정부 당국’을 출처로 삼아 보도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북한과 관련해 많은 왜곡·허위 보도가 있었다. 그중 대부분이 이른바 ‘대북 소식통’, ‘정부 당국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5월 21일 ‘대북 제재 보도를 통해 본 한국 언론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북한 오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체계적인 개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는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지거나 북한 관련 정보를 다루고 있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미나에서 1993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28년 동안 6개 일간신문을 대상으로 집계한 오보는 모두 666건이었고, 오보의 정보원 분포를 집계한 결과 정부 관계자가 24.8%를, 국가정보원이 17.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공수부대 강하훈련 역시 정권 차원에서 만든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왜 언론에 가짜뉴스를 제공했을까.

 

북한이 공개한 공수부대의 훈련 모습은 매우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공수부대원들의 모습, 건물을 점령하기 위해 벽을 올라가는 모습 등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전쟁이 벌어진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즉시 이행하겠다는 북한군의 의지를 과시한 것처럼 보인다.

 

  

 

3월 15일이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끝난 다음 날이다. 

 

한미는 이번 연합훈련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야외기동훈련을 하고, 미국의 전략무기도 동원할 것이라는 등 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처럼 밝혔다. 하지만 한미가 공개한 훈련 대부분은 북한을 압박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올 것이라던 미국의 전략무기는 오지 않았다. 

 

반면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최전방 GP 파괴·점령훈련, 수도권을 향한 대규모 포격훈련, 탱크 진격훈련 등을 보여주면서 마치 전쟁이 일어난다면 충분히 한국을 점령할 수 있다는 의지를 한미에 과시한 듯하다. 

 

이런 북한의 군사훈련 모습에 위협을 느낀 윤석열 정권이 북한의 군사훈련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만들어 북한의 군사력을 폄훼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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