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의 심각한 오염
지난 3월 말 영국의 수도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템스강은 영국을 대표하는 강이다. 사람들이 보트 놀이를 하고, 수상 운송과 상수도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영국의 예술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템스강은 1차 산업혁명 당시 런던의 인구 증가와 환경 오염으로, 그리고 정화시설 없이 각 가정의 화장실에서 대소변이 하수도를 따라 그냥 배출돼 오염이 심각했다. 모든 물고기가 폐사하고 악취가 심각해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 콜레라까지 창궐했다. 당시 템스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이후 20세기 중반 런던 전체에서 하수관망 설치와 하수처리 용량의 증가 등 정화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1974년 140년 만에 연어가 되돌아올 정도로 깨끗하게 되살아났다.
그런데 최근 템스강이 다시 ‘똥물’이 됐다.
템스강에서는 1829년부터 시작된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간의 조정 경기인 ‘보트 레이스(The Boat Race)’가 매년 열린다.
3월 말 열린 올해 경기에서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상처를 가리고, 신발을 착용할 것을 권장했다. 또 경기 후 샤워하고, 튀는 물을 삼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대장균 때문에 건강상 위험이 있어 우승한 팀이 강에 뛰어드는 전통 행사도 금지했다. 옥스퍼드 조정팀 주장 젠킨스는 패배 원인을 “대장균 때문”이라고 하면서 “경기 시작 전 구토를 했다”라며 “물에 똥이 많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현재 템스강은 배설물 등의 오염물로 인해 악취를 내뿜고 있다고 한다.
영국 환경단체 리버액션이 올해 초부터 3월 26일까지 템스강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물 100밀리리터당 평균 2,869개의 대장균 집락형성단위(CFU)가 검출됐다. 영국 환경청의 수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100밀리리터당 1,000CFU 미만이어야 한다.
‘런던의 젖줄’이라 불리던 템스강의 오염이 심각한 이유는 1989년부터 민영화된 수도 회사들이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 대량으로 방출해 왔기 때문이다.
영국 환경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영국 전역의 미처리 하수 방출 기간은 모두 360만 시간으로, 2022년에 비해 약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보고된 하수 배출 건수는 46만 4,056건으로 2022년 30만 1,091건보다 54%나 증가했다.
영국은 빗물과 하수가 같은 관으로 흘러가므로, 홍수 땐 역류를 막기 위해 하수를 일부 유출하도록 설계했다. 따라서 하수 방출이 아주 이례적인 경우만 허용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허용되다 보니 문제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영국 수도 회사들은 1989년 민영화된 뒤 설비 투자나 서비스 개선보다 주주 배당을 위한 수익 증대에만 골몰하고 있다. 1위 업체인 템스워터는 사모펀드와 해외 연금기관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에 이른다. 결국 민영화한 수도 회사들을 34년 만에 다시 국유화하는 방안이 최근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템스워터의 부채 절반 이상이 영국의 극심한 물가 폭등에 따른 고금리 정책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6월 템스워터의 최고경영자는 영국의 고금리로 회사가 큰 손실을 입었고, 투자금 유치가 어렵다고 했다. 2024년 4월에는 4억 파운드(약 6,839억 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이자를 기한 내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여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23년 6월 28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템스워터 외에도 요크셔워터, SES워터, 포츠머스워터 등 영국 수도 회사들은 에너지 및 화학제품 가격의 급등과 부채에 대한 높은 이자 비용으로 인해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신용평가회사 S&P는 영국 상하수도 회사의 3분의 2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현재 영국 경제가 어렵고, 이에 따라 수도 회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져 템스강의 오염이 심각해졌다고 유추할 수 있다.
영국의 경제 현황
그렇다면 영국의 경제 현황은 어떤가.
한국은행 런던사무소가 2024년 1월에 작성한 보고서 「최근 영국경제 상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24년 영국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낮은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정부가 결정한 높은 금리로 인해 민간 소비 및 기업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금리가 높으면 소비자는 소비보다 저축을 하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정부가 고금리 정책을 쓰는 배경에는 이미 물가가 높은 상황이 반영된다. 결국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금리가 높아 대출이 쉽지 않게 되고, 이는 투자를 줄어들게 한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 전체 생산량이 줄게 되어 국내총생산(GDP)이 낮아지게 된다.
영국의 GDP 성장률은 2023년 1/4분기에 0.3%, 2/4분기에 0.0%, 3/4분기에 -0.1%로 감소 추세였다.
영국중앙은행의 2023년 11월 경제 전망에 의하면 2024년 GDP 성장률을 2023년 0.5%보다 축소된 0.1% 정도로 예측했다. 이것은 2023년 8월에 전망한 수치를 더 낮춘 것이다.
영국은 2월 15일 2023년 4/4분기 GDP가 이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3/4분기에도 역(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영국은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또 민간 소비에 대해 2023년 0.5% → 2024년 0.0%로, 기업투자에 대해 2023년 6.8% → 2024년 –1.0%로 성장률을 낮춰 전망했다. 민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줄 것이라는 의미다.
전반적으로 성장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 추세를 빠르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은 생산과 서비스, 건설 부문에서 경제활동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장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벽으로 남아있다”라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영국 예산책임청은 2023년 말 “영국 경제는 2027~2028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수출입은 2023년 3/4분기에 수출과 수입 모두 줄어들었으나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무역적자 폭이 이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로부터 연료 수입이 줄어 적자 폭이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유지되었지만, 수출은 감소해 대EU 무역적자는 확대됐다. 2020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후 2021년 1월 EU-영국 무역협정을 도입함으로써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제외되고 영국 수출업체에 대한 무역 장벽이 크게 높아진 것 때문이다.
2월 12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과 투자 위축으로 2016년 이후 브렉시트를 단행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GDP가 5%가량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4% 증가하는 데 그쳐,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같은 기간 8% 늘고, 미국이 15% 증가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다른 경쟁국보다 더 높은 물가 폭등을 경험했다. 영국의 소비자물가는 2016년 이후 31%가량 올랐으며 같은 기간 미국은 27%, 유로존은 24%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영국의 경제 성장세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할 정도였다.
2023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8.7% 오르는 등 고물가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23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목표 수준 2%를 웃돌면서 물가가 떨어지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팔-이 전쟁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 물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국 국민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질 가계 소득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2023년 2/4분기 2.6%, 3/4분기 1.3%, 4/4분기 0.4%, 2024년 0.25%, 2025년 0.2%)
실질 소득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향후 가계 재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낮아졌다.
고물가 속에서 실질 소득액이 줄어들어 민생고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은 2022년 4/4분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고,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임차료는 임대인의 임대 물건 축소와 임차인에 대한 금융비용 전가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주택가격은 2023년 12월 전년 동월 대비 1.8% 하락했지만, 주택 임차료는 2023년 11월 6.2% 상승하여 2011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 2.2%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반해 월세는 크게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고충은 더해지고 있다.
실업률은 2024년 지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4만 9천 건으로 202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경제 현황
EU의 경제 현황은 어떨까.
유럽의 경제는 전반적으로 ‘저성장’, ‘고물가’로 악화일로에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15일 발표한 「유럽 경제전망」 동계 보고서에서 올해 EU 27개국 경제성장률이 0.9%, 유로존은 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11월 발표한 춘계 보고서에서 전망한 EU 1.3%, 유로존 1.2%에서 각각 0.4%포인트씩 내린 것이다.
보고서는 “2024년 1/4분기 경제 전망이 여전히 약세”라면서 예상보다 경기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경제 악화의 치명타였고, 앞으로도 긴장이 길어지고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홍해 무역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운송비가 증가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산 중단과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독일은 2023년 0.3%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올해 예산안마저 대폭 축소되면서 충분한 부양책도 펼치지 못하고 있다.
2월 17일 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은 브뤼노 르메르 재무부장관이 올해 프랑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1%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르메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유럽 성장률은 미국보다 훨씬 낮고 모든 유럽 국가들이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라며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인들의 소비지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인들의 지갑이 닫힌 이유는 소득이 줄어서라고 분석했다.
EU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08년 유로존과 미국의 GDP는 각각 14조 2,200억 달러와 14조 7,700억 달러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2023년 2/4분기 기준 유로존의 GDP는 15조 700억 달러로 미국의 26조 8,600억 달러에 못 미친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지난 15년간 82% 성장할 때 유럽은 6% 증가에 그쳤다고 한다.
EU와 영국의 2022년 1인당 연평균 임금은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에 비해 떨어졌다.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한 독일의 실질 임금은 2019년 이후 약 3% 떨어졌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3.5% 떨어졌다.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는 6%나 줄었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다. 15년 전 전 세계 소비지출의 25%를 차지했던 EU의 점유율은 18%로 떨어졌다.
유럽에서 ‘반값 식료품’(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반값 할인), ‘투굿투고’(식당, 식료품점, 제과점의 남은 음식을 3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것은 임금 하락으로 인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유럽 경제가 극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지정학적 긴장과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기후,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주요 선거 등이 모두 유럽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EU는 유럽 경제 상황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국방비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나토(NATO) 국가들은 2006년에 GDP 대비 2%를 국방비에 쓰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 뒤에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 그리고 2023년 7월에도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다시 합의했다.
2024년 EU의 국방비는 GDP 대비 1.6%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의 안보 불안이 계속 가중되고 있고, 미국 트럼프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이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 지출을 결의하고 있다.
유럽 전반의 경기 악화 속에서 더 많은 국방비까지 지출되면 경기 악순환과 민생 파탄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템스강 오염 같은 민생 문제가 앞으로 유럽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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