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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55]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국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25 [17:55]

[정조준55]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국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4/25 [17:55]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4월 14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대만 유사시 한국군 역할’과 관련해 “대만이 말하는 위기 상태가 발생을 하면 바로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라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안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세계 안보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을 하고 거기에 전력하는 것이 맞다”라며 대만 유사시 한국군 개입 가능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이걸 두고 한겨레는 4월 21일 자 보도에서 “신원식 장관의 대북 강경 기조와 이념 편향 행보를 두고 비판이 많지만, 대만해협 문제만큼은 ‘굳세어라 신원식’이란 반응이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찰스 플린 미 태평양 육군 사령관은 4월 7일 채널A와 대담에서 대만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군이 동맹의 힘을 보여주면 기쁘겠다며 한국군의 개입을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서로 다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미국과 한국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무너지는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을 봉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도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을 봉쇄하면 할수록 자기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경제 위기에 처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서방의 우려에도 기업가들을 대동하고 중국으로 달려간 것을 보더라도 중국 봉쇄 정책은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 중국을 방문한 숄츠 독일 총리.  © 독일 연방 정부


이제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전쟁 말고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를 분리한 것처럼 중국-대만 전쟁을 통하여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게 미국의 구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에서 미국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미국은 대만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신들은 개입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리전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여기서 대만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패배하면 미국은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처럼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세력이 필요한데 플린 사령관은 그것을 한국군으로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 처지는 미국과 다릅니다.

 

한국군이 대만 비상 상황에 개입하면 한국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대만 전쟁이 한반도로 번지면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장관이 가장 먼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미국을 적극 옹호하는 윤 대통령과 신 장관이라도 자기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라 이것까지 적극 지지하고 나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한국군이 충분히 강하다면 미국의 도움 없이도 북한을 이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윤석열 정권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이 대만에 개입하는 것마저도 반대합니다. 

 

원래 미국에 정치, 경제, 안보를 철저히 의존하는 한국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군사 영역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미군에 넘겨줄 정도로 철저히 미국과 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대만 개입 문제에서 이례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보면 그만큼 미국의 패권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막강하다면 한국군 도움 없이도 대만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며, 한국도 유사시 미국이 확실히 지켜줄 것이기에 마음 놓고 대만에 파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대미 정책에서 일관성이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문제입니다. 

 

바이든 ‘날리면’ 욕설 논란이나 방한한 하원의장을 휴가 핑계로 만나지 않는 외교적 결례 등 어떤 때는 미국을 함부로 대하는 듯하다가 다른 때는 바이든 앞에서 노래자랑을 하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식으로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또 어떤 때는 한미동맹이 막강하다며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겠다고 하다가 다른 때는 미국을 못 믿겠다며 독자 핵개발을 슬쩍 꺼내본다거나 하면서 불안증을 드러냅니다. 

 

이번 대만 개입 논란도 윤석열 정권이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맹비난하고 대만도 우리 안보의 일부라며 적극 개입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런 윤석열 정권의 모습을 보고 미국이 대만 문제에 한국군이 개입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윤석열 정부는 덜컥 겁이 났나 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마구잡이식 정책을 꺼내는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보만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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