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남·북·미 무기 열전 45] 더 이상 핵무기를 싣지 않는 전략폭격기 B-52H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5/08 [10:09]

[남·북·미 무기 열전 45] 더 이상 핵무기를 싣지 않는 전략폭격기 B-52H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5/08 [10:09]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한반도에 출격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언론은 B-52가 한반도에 뜨면 북한이 크게 긴장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만큼 B-52는 미국의 대표 전략폭격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운용하는 전략폭격기는 B-52 말고도 B-1 랜서, B-2 스피릿이 있다. 

 

B-52의 공식 명칭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는 성층권의 요새라는 뜻으로 고도 10킬로미터 이상인 성층권에서 날아다니며 폭격하는 B-52의 특징을 살린 이름이다. 

 

▲ B-52H 제원  © 문경환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공군은 새로운 전략폭격기 개발에 착수해 1952년 B-52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대량 생산에 착수, 1955년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32톤에 달하는 많은 폭탄을 싣고 음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1만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가 융단폭격을 하는 이 폭격기는 당시 최고의 무기로 꼽혔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서 막대한 양의 폭탄을 쏟아부었는데 위력이 전술핵무기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340킬로그램 마크 117 폭탄으로 베트남을 폭격하는 B-52F. [출처: 미 공군]


이후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 코소보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리아 전쟁 등 여러 전쟁에 투입되었다. 

 

지금까지 744대를 생산했으며 2022년 기준 72대가 남아있는 B-52는 A부터 H까지 8개의 개량형이 존재한다. 

 

현재 사용하는 B-52는 B-52H로 1961~1963년에 생산하였다. 

 

즉 무려 60년도 더 된 폭격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2006년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B-52H를 탑재 무기들과 함께 전시하였다. [출처: 미 공군]


더 좋은 전략폭격기가 개발됐지만 여전히 환갑이 넘은 B-52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사실 B-52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커서 격추가 쉽다는 것이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에서만 31대의 B-52를 잃었다. 

 

그래서 B-52를 대체해 생존 가능성이 높은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기로 하였고 그렇게 탄생한 게 초음속 저공 침투를 목적으로 하는 B-1, 스텔스 기능이 있는 B-2였다. 

 

그러나 B-1은 만들다 보니 B-52에 비해 크게 장점이 없어 많이 만들지 않았고, B-2는 가격과 운용·유지비가 너무 비싸 21대만 생산했으며 그나마도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시간당 비행 비용을 보면 B-52H는 7만 2천 달러, B-1B는 6만 3천 달러, B-2는 13만 5천 달러다. 

 

그래서 결국 미군은 B-52를 주력으로 계속 쓰게 되었으며 정비를 잘 해서 2050년대까지 쓸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B-52H의 용도는 과거와 같은 융단폭격이 아니다. 

 

일단 갈수록 전쟁에서 융단폭격 같은 비효율적인 작전을 많이 하지 않으며 폭격기들도 정밀유도폭탄이나 공대지 미사일을 이용해 표적만 정확히 타격한다. 

 

또 격추될 위험을 피하고자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야 출격한다. 

 

대신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B-52H의 장점을 살려 아군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육군의 지원 요청을 받으면 바로 날아가 폭격하는 근접항공지원(CAS) 역할을 주로 한다. 

 

그러다 보니 B-52H는 미군이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약소국 공격에만 투입되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군은 2010년께 B-52H에 핵폭탄 탑재를 중단했으며 현재 미군 전략폭격기 매뉴얼을 보면 B-52H에 승인된 무기 구성에 핵무기가 빠져 있다. 

 

즉, B-52H는 전략폭격기지만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폭격기가 된 것이다. 

 

60년 넘게 운용하다 보니 추락을 포함해 여러 B-52H 관련 사고가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황당한 사고는 2007년 핵무기 실종 사건이다. 

 

2007년 8월 29일 B-52H 한 대가 AGM-129 순항미사일 6발을 싣고 노스다코타주 마이놋(Minot) 공군기지에서 루이지애나 박스데일(Barksdale) 공군기지로 비행했다. 

 

▲ 마이놋 공군기지에서 B-52H에 AGM-129 미사일 3발을 장착하는 모습. [출처: 미 공군]


이는 AGM-129를 폐기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반년 가까이 해오던 수송 작업이었다. 

 

AGM-129에는 W80-1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저장고에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미사일을 꺼낸다. 

 

그런데 이날따라 실수로 핵탄두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B-52H에 실어버렸다. 

 

미군은 무려 36시간 동안 핵탄두 실종 상황을 몰랐다고 한다. 

 

미 국방부와 공군의 조사 결과 수많은 관계자가 핵무기 취급 절차를 따르지 않았음이 드러나 4명의 사령관 해임을 포함해 대량 징계와 처벌이 이어졌으며 공군부 장관, 공군 참모총장도 사임했다. 

 

이후 미 공군은 핵무기 관리를 위해 공군 글로벌 타격 사령부를 창설했다. 

 

그런데 핵무기와 관련한 B-52 사건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1959년 10월 15일 미시시피주 콜럼버스 공군기지에서 핵폭탄 2개를 탑재하고 비행하던 B-52F가 켄터키주 상공에서 공중급유기와 충돌해 추락한 사건, 1961년 1월 14일 B-52G가 추락하면서 핵폭탄 2개를 투하한 사건, 1961년 3월 14일 핵폭탄 2개를 탑재한 B-52F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사건, 1964년 1월 13일 핵폭탄 2개를 탑재한 B-52D가 메릴랜드주 서부의 산에 충돌한 사건, 1966년 1월 17일 스페인 상공에서 B-52G와 공중급유기가 충돌해 2개의 핵폭탄이 부서져 핵물질이 퍼진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 

 

▲ 1961년 1월 14일 B-52G가 추락하면서 투하한 핵폭탄 마크 39. [출처: 미 공군]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