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부차관보와의 대담을 18일 공개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의 주장에는 우리 국민이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미국은 한국을 지켜줄 수 없다
우선,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줄 수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겠지만 북한으로부터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 특히 재래식 군사력 단계에서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게 이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라며 미국이 중국은 몰라도 북한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중국은 막아도 북한은 막지 못한다는 말은 미국이 볼 때 중국보다 북한이 더 막기 어려운 상대라는 뜻일까?
그런데 콜비 전 차관보가 말하는 ‘중국의 한국 공격’은 실제로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
있다면 대만에 전쟁이 일어나 주한미군이 개입하려고 할 때 이를 차단하기 위해 주한미군 기지나 사드 기지를 공격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중국이 한국을 공격한 게 아니라 미국을 공격한 것이다.
즉, 콜비 전 차관보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미국은 철저히 자기만 지킬 뿐 한국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말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군사력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 큰 충돌에 휘말릴 만한 여유가 없다”, “그들은 매우 위험하다”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자살협정이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이 없다. 나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어리석은 일이니까”라고 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라면서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구조 때문에 한국을 보호하는 거다.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거다”라고 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벌일 군사력이 없으며,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해도 주한미군은 개입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최근 이와 같은 논조를 계속 언론에 내보내고 있다.
한국은 물론 북한에도 미국의 뜻을 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설사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도 미군은 개입하지 않을 테니 북한도 미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윤석열 정부가 계속 북한을 자극하게 부추기고 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자기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무기도 팔 수 있어서 좋겠지만 만에 하나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때 가서는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나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도 이런 식으로 가면 전쟁이 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라”
콜비 전 부차관보는 ‘북한 비핵화’에 관해 환상을 깨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인 거 아닌가? 왜 비핵화 목표를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터무니없는 기대 같다”라고 하면서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라”라고 충고했다.
또 “미국의 핵심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제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물론 한국이 여전히 위협을 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에 도전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억지력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거다. 비핵화나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더 달성 가능한 목표다”라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북한 비핵화 ‘중간 단계’보다 더 나아간 발언이다.
‘중간 단계’는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유지하되 당장은 핵동결 정도를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콜비 전 차관보는 아예 최종 목표로 ‘미국 본토 공격 능력 제거’를 제시했다.
즉, 대륙간 탄도미사일만 없으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그는 ‘한국이 어찌 되든 미국만 안전하면 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으면 미국이 북한을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으니 억지력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는 “북한이 미국에 도전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 아니다.
우리 처지에서는 억지력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것이다.
콜비 전 차관보는 바이든 정부의 확장억제 강화에 관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중략… 그게 뭘 바꾸진 않았다”라고 혹평했다.
또 “미국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부산으로 보냈다. 그게 뭔가.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한 거다. 그 잠수함은 원래 숨겨져 있어야 하는 거다. 북한이 우리가 거기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산에서 그걸 드러내놓고 보여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전략 핵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은 ‘쇼’에 불과하며 군사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전략 핵잠수함의 군사적 용도는 목표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대양에 숨어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북한 코앞인 부산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전략 핵잠수함의 군사적 용도로 비춰볼 때 무의미한 정도를 넘어서서 잘못된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중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라며 “중국이 미사일 재고 규모를 3년 동안 두 배나 확대하는 등 전례 없는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다”라고 했다.
또 “경제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제 제재가) 이제까지 러시아에 대해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실효성도 없고, 중국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제재를 감수하고 있다”라며 대중국 경제 제재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군비 경쟁에도 지고, 경제 제재도 효과가 없으니 대중국 전략이 다 실패한 것이다.
그는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튀어나온다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반도와 대만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나고 설사 북중이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미국 처지에서는 한국과 대만이라는 동맹을 잃을 뿐 미국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는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단순히 한국과 대만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이 있다.
콜비 전 부차관보의 주장들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다.
현 바이든 정부도 똑같지만 이를 ‘솔직히’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이 없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게 이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한 말들은 지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콜비 전 부차관보는 작심하고 한국인의 환상을 깨려고 한 것일 수 있다.
‘우리에게 그만 매달려라. 우린 너희를 지켜줄 수 없다. 우리도 힘들다.’
이게 미국이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베트남이나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 직전과 같은 처지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환상을 깨고 우리 살길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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