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주한미군 철수, 자체 핵개발, 북핵 등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에 나선 트럼프가 연일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면서 더욱 더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의 자체 핵개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경합지역에서 앞선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깨끗하지 못한 약점이 많아 자격 미달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동시에 이들을 지지하는 그 자체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은 자식 문제뿐만 아니라 끔찍한 국가 부채, 추락하고 있는 미국 경제, 두 개의 전쟁, 쏟아지는 불법 이민자 문제, 심각한 사회적 갈등, 각종 범죄 증가 등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불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제정세가 다극적 세계 질서로 전환됨에 따라 이제는 미국이 국제헌병으로서 세상을 멋대로 주물럭거릴 수 없게 됐다. 그뿐 아니라 국제적 왕따 신세가 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미국이 중국의 부상과 동시에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절감한 오바마가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발표하고 대중국 견제에 시동을 걸었다.
오바마의 뒤를 이은 트럼프가 중국과 치열한 무역 전쟁을 벌인 것도 패권 전쟁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보는 게 맞다. 바이든은 정처 없이 추락하는 미국을 다시 살리겠다고 낡은 신냉전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것은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갈라치기’로 줄 세우기를 하는 짓이다. 미국 추종세력들을 결속시켜 중러 고립 봉쇄 작전으로 내몰겠다는 공작이다.
중러 고립 압박 정책은 되레 북·중·러를 더욱 공고하게 밀착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자 미국의 추종세력들은 이번에는 북·중·러의 밀착은 지역 안보와 세계 평화에 큰 장애라고 떠든다. 특히 북·중·러의 무기 기술 교류는 세계 평화 안보에 정면 위배된다고 고성을 질러댄다.
또 북러 간 전례 없는 밀착은 무기와 기술 교류로 발전해 평양의 포탄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날아다닌다고 난리다. 그러나 북러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라면서 강력하게 이를 부인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봐야 맞다. 하지만 단기적 견지에서 보면 두 후보 간 차이가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바이든은 선거 때까지 전쟁을 끌고 갈 태세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푸틴과 젤렌스키와 친해서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미국 대학들에서는 68년 월남전 반대와 같이 반전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에 유리하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바이든은 대선까지 현상유지를 고집하겠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들먹인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뽑아들면 한국은 3분 안에 엎드려 싹싹 빈다”라고 트럼프는 2008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할 때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이런 비뚤어진 사고방식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트럼프는 재임 시 주한미군 주둔비 50배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노상강도를 뺨치는 작태다. 그런데 이렇게 처절한 모욕과 수모를 당하고도 쓸개를 내던지고 한미동맹 타령만 한다. 한미동맹 주술에 심취된 사람들은 “미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라는 것이 신념이고 철학이다.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주한미군 철수
최근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여기에 불을 지른 사람은 바로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다. 콜비의 발언에 관심과 주목이 쏠리는 것은 트럼프 재선 시 콜비가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발탁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 5월 6일,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콜비는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미군이 인질로 잡혀있어선 안 된다. 한국은 자체 방어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북중을 상대로 싸울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실토했다. 콜비는 주한미군은 중국과 너무 가까워 중국의 엄청난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고백했다.
콜비는 “자기가 결정권이 있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하겠다”라고 했다. 또, 그는 ‘전작권’ 이양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발언 핵심 요지는 미군이 전쟁에 말려들어 다쳐선 안 된다는 소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대리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중러 분쟁이 벌어지면 한국을 선발 특공대로 내몰고 인도·태평양 안보 동맹국들이 그 뒤를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 같다. 트럼프 정권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에스퍼도 남중국해에서 미중 분쟁이 벌어지면 한국군이 자동 개입하게 돼 있다고 작년에 말한 바가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에스퍼에게 두 번이나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 하지만 에스퍼는 미군 철수는 집권 2기에 실시하는 게 좋다는 걸 건의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미 대화를 자신의 대선 선전물로 꾸미기 위해 ‘버라이티쇼’를 연출하고 말았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자신의 재선 선전물 제작을 위해 북미 대화를 이용하고 끝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남·북·미가 굳게 합의한 ‘종전선언’도 거부했고 심지어 남북 교류까지 철저하게 차단했다. ‘못 먹는 밥에 재 뿌리는 심보’다.
한국 자체 핵무장론
콜비는 “미국의 제 2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선호하진 않지만, 고려될 수도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한국의 보수 진영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핵개발 주장파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핵개발을 외치고 있다. 한국 국민 64%가 자체 핵개발에 찬성하는 걸로 조사됐다. 이의 대표적 대변자가 서균렬 서울대 핵공학과 명예교수다. 그는 “맘만 먹으면 6개월 이내에 핵무장이 가능하다”라면서 당장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많은 해내외 전문가들은 서 교수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세계적 핵과학자 해커 박사는 2023년 3월 “한국이 핵개발하면 한반도에 불안정이 조성되고 더 위험해진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여러 번 북핵 시설을 둘러본 유일한 서방 핵과학자인 해커 박사는 북핵 시설의 70-80%가 집중된 영변 핵시설 영구 불능화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트럼프의 큰 악수라고 불만을 표출한 바가 있다.
이미 한국은 2000년대 초 실험용 핵개발을 했다가 들통이 났다. 당시 미국이 한국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해 혼쭐났던 경험이 있다. 한국의 자체 핵개발이 가능하지만, 주변 열강뿐만 아니라 세계적 제재 압박을 돌파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북핵에 대한 사고의 전환
북핵은 한미 대북 적대 정책의 산물인 동시에 북한의 생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번 북 비핵화 회담 성공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최종 단계에서 미국이 걷어차 실패하곤 했다. 북한은 핵보유도 비핵화도 해선 안 되고 그저 ‘동네북’으로 남아 심심하면 때릴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정책이다.
5년 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을 위해 남·북·미 실무진이 사전에 모여 북미 정상 선언문을 마련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외교 관례를 깨고 선언을 걷어차서 합의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제 북핵 폐기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도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의 관리들도 북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핵동결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랩-후퍼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난 3월 4일, 한 서울 포럼에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
정 박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대표도 ‘중간단계’ 필요성을 주장한 바가 있다. 시대가 변해 세계는 다극적 사회로 접어들었다. 동시에 북핵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핵보유국 북한과 미국이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지혜를 발동할 마지막 기회라는 게 분명하다.
이미 10여 년 전, 통일의 선구자이자 원로이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오인동 의학 박사는 민족 최대의 소원 통일을 성취하면 자동적으로 북핵이 통일의 핵, 민족의 핵, 겨레의 핵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라가 하나 되면 통일도 성취하고 핵도 가지는 ‘일석이조’다. 이건 실로 놀라운 발상으로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하겠다.
누가 핵을 가져도 한반도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건 상식이다. 북한은 여러 번 남한에 핵을 사용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사용은 공멸이라는 걸 모를 사람이 없다. 아마 있다면 반북에 환장한 극우보수패들일 것이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를 끼고 집결돼 있을 뿐 아니라 동해를 따라 핵발전소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안보 취약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전쟁이란 상상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과 논평가들 중 한 사람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로지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눈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적어도 우리 민족 문제는 우리의 입장과 우리의 눈으로 풀어내고 해결해야 한다는 자주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콜비가 한국의 자체 방어, 전작권 조기 이양을 언급했다. 그런데 자체 핵개발 소리만 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자주 평화다
진보 진영에서도 트럼프에 환상을 가진 사람이 많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뿐 아니라 남북 관계도 파탄 내는 데 공헌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이뤄낸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있는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고 미-쿠바 관계 정상화를 파탄 냈다. 트럼프가 다국적인 이란 핵합의를 때려 부순 결과가 오늘날 중동의 비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남북 관계가 적대 관계로 전환된 배경에는 트럼프의 총독이라 비난받는 ‘한미실무그룹’이 있다. 트럼프는 남북 교류 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한 원흉이다.
물론 뼛속까지 친미·친일인 윤석열 검찰 정권이 남북 관계 파탄에 가장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엄격히 따져보면 한국은 70년 이상 군사주권도 없이 미국에 충견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보수 정권, 진보 정권에서도 평화 통일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매번 자주성이 상실된 역대 정권은 미국의 눈치를 살피다가 끝내 남북은 전쟁 상태에 직면하게 됐다. 북한이 한국을 한민족이라는 차원에서 보질 않고 전쟁 상태의 적이라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을 주적이라면서 시도 때도 없이,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미군과 자위대를 끌어들여 합동으로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연습을 해대니 전쟁이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자주 평화라는 걸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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