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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특집] 한미동맹을 뛰어넘은 북러동맹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6/25 [12:35]

[북러 특집] 한미동맹을 뛰어넘은 북러동맹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6/25 [12:35]

북-소 조약의 부활

 

북러정상이 19일 체결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에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과거 북한-소련 사이의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부분이다. 

 


북러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하였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동 개입’ 조항이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1조에 나오는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부활한 셈이다. 

 

다만 북-소 조약과 달리 유엔 헌장 51조와 자국법에 준한다는 단서가 있으므로 ‘자동 개입’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서 유엔 헌장 51조는 “국가가 무력 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한 조항이므로 북러조약 4조의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라는 조건과 동일한 내용이다. 

 

즉 조약에서 유엔 헌장 51조를 언급한 것은 북러조약이 국제법에 근거한 조약임을 강조한 것이지 이 자체가 어떤 제약 조건은 아니다. 

 

자국법에 준한다는 전제는 무기 지원이나 참전에 관한 자국법 절차에 따른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국무위원장이 비상사태, 전시상태 선포 권한이 있으므로 러시아가 공격을 받으면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무기 지원이나 참전을 하게 된다.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 영토 밖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연방회의(상원) 관할이므로 그에 따른 절차를 밟아 무기 지원이나 참전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서 조항이 설사 조약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정부가 자국법을 무시하고 무기를 지원하거나 참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동 개입’이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의 조약 이행 의지다. 

 

동맹국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면 어떻게든 의회를 설득하겠지만, 의지가 약하면 의회 등의 핑계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북러정상회담 과정을 봐도 그렇고, 현재 북러의 처지를 봐도 그렇고 양국이 동맹국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해 보인다. 

 

반면 북러조약과 비교했을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의외로 심각한 허점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는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라고 하였다. 

 

북러조약과 비교할 때 ‘자동 개입’이 아닌 “협의”만 명시해 놓았으며 “지체 없이”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 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지원할 의지가 없다면 ‘협의’ 결과 미국이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지체 없이’ 협의하지 않고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 인사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자살협정’이 아니라며 미국은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 한국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보면 미국이 한국을 돕겠다는 의지가 매우 약할 것으로 의심된다. 

 

한편 북러는 지원 대상을 ‘모든 수단’이라고 했으므로 당연히 핵무기도 동원할 것이다. 

 

다만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라고 하였으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면 북러조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물론 ‘겉으로는 방어적 성격을 내세우지만 군비 증강과 침략 의도를 숨기기 위한 조약’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 발등 찍는 논리일 뿐이다. 

 

애초에 북러동맹을 부추긴 게 최근 급속히 형성된 한·미·일 삼각동맹임을 떠올린다면 한·미·일은 북러조약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쟁 위기에도 공조

 

조약 3조는 “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한다.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 데 협조를 상호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라고 하였다. 

 

군사동맹이라고 하면 보통 전쟁이 났을 때 서로 돕자고 약속하는 것인데 북러는 특이하게 전쟁 위기가 고조될 때도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서로 돕기로 약속했다. 

 

즉,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힘을 모아 위기를 누그러뜨리되 실패해서 결국 전쟁이 나면 자동 개입하는 수순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반도 인근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북한과 협의해 러시아가 태평양함대의 전략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로 동해에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거꾸로 나토가 러시아 근처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면 북한이 미국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할 수도 있다. 

 

조약 8조는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 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북러는 평시에도 군사력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무기를 제공한다거나, 무기 기술을 전수한다거나,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정찰 정보를 교환하고 정찰위성 사진이나 레이더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훈련 참관단을 교환하거나 연합훈련을 할 수도 있다. 

 

모두 한미 혹은 한·미·일이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들이다. 

 

조약 5조는 “매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영토의 불가침,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와 타방의 기타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쌍방은 제3국이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영토의 불가침을 침해할 목적으로 자기 영토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상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동참하거나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이 러시아를 겨냥해 중거리 미사일 발사대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애초에 그럴 일은 없지만 위 조약에 따라 북한은 자국 영토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용할 수 없다. 

 

또 한국이 북한을 고립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북 적대 정책 동참을 요구해도 러시아는 이에 응할 수 없다. 

 

조약 6조는 “쌍방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며 발전권을 옹호하기 위한 평화 애호 정책과 조치들을 상호 지지하며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는 데로 지향된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서 적극 협력한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맞서 국가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개발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위 조항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러시아도 나토의 동진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에서 ‘특수군사작전’을 진행한다고 주장하는데 마찬가지로 북한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 

 

국제무대 공조

 

북러조약 2조는 “쌍방은 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쌍무관계 문제와 상호 관심사로 되는 국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국제무대들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 쌍방은 전 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상호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한다”라고 하였다. 

 

또 북러조약 7조는 “쌍방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유엔과 그 전문 기관들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테두리 내에서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도전으로 될 수 있는 세계와 지역의 발전 문제들에서 상호 협의하고 협조한다. 쌍방은 상호성에 기초하여 매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라고 하였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공조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국제·지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돕고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건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다. 

 

브릭스는 2009년 출범한 국제기구로 선진국 모임인 G7을 견제하는 개발도상국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올해 1월 1일 4개 나라가 가입해 총 9개 회원국이 있으며 17개국이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브릭스는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거부하고 있어 북한의 지향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북한은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브릭스의 긍정성을 소개하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어 브릭스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또 북한은 최근 ‘브릭스 게임(체육대회)’에 참가하고 김영권 북한 체육성 부상이 이끄는 대표단이 브릭스 플러스 체육부장관 회의에도 참여하는 등 점차 브릭스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만약 북한이 브릭스에 가입하려고 하면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러시아가 북러조약에 따라 적극 지지, 협조할 것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 상하이에서 창설된 국제기구로 중국, 러시아, 인도, 이란과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 등 9개 회원국이 있다. 

 

또 벨라루스가 오는 7월 가입할 예정이며 2개의 참관국과 여러 초청국·초청기구, 대화 파트너가 있다. 

 

브릭스가 주로 경제 분야에서 다극화를 추구하는 기구라면 상하이협력기구는 주로 안보 분야에서 다극화를 추구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4월 22일 노동신문 보도 「다극세계의 수립을 지향하여」에서 “상하이협력기구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일극화 책동을 배격하며 하나의 극으로 등장한 실체”라고 소개하며 “오늘 국제무대에서 상하이협력기구는 세계의 다극화 실현에서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기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아직 상하이협력기구와 연계가 없지만 충분히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 

 

북한이 이런 기구들에 진출하면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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