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조약을 체결하자 대한민국 정부가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정부 성명을 발표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라고 하였습니다.
21일에는 외교부 제1차관이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고 합니다.
또 24일에는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들이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6.25 전쟁 74주년 기념사에서 북러조약을 언급하며 “압도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북러가 한국을 침략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침략을 당하면 서로 돕겠다는 건데 그렇게까지 반응할 필요가 뭐 있나 싶습니다.
그렇게 반응하는 게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왜소해 보이고 모양이 빠져 보여서 그렇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남들이 보기에 꼭 우리가 북러를 침략하려고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북러조약을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러조약을 두고 중국이 뭐라고 합니까, 인도가 뭐라고 합니까?
중국과 인도가 규탄하거나 반대하거나 실망이라거나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북러를 공격할 계획이나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맞으면 내가 도와줄 거야’라고 하는데 ‘그러면 안 돼!’라고 발끈하는 건 뭔가 있어서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또 남들이 볼 때 북러가 힘이 세고 우리가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북러가 힘을 합친다고 하면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할 게 아니라 ‘너희가 아무리 그래봤자 누가 이기는지 현실이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의연하고 대범하게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그런데 뭔 난리가 난 것처럼 구는 게 벼락 맞은 똥개,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오히려 초라하고 왜소해 보입니다.
미국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으로 하르키우 접경지에서만 사용하도록 한정했던 미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가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계산도 안 하고 감정만 앞세운 것 같습니다.
아니면 겁에 질려 대책 없이 날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의 조치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공격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해 젤렌스키를 제거할 것입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며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군사작전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러시아 처지에서는 더 이상 ‘특별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전쟁 범위를 넓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해 우크라이나를 파멸에 몰아넣을 것입니다.
기존의 재래식 공격으로 안 되겠다 싶으면 키이우에 핵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키이우를 핵공격하면 나토 역시 러시아를 핵무기로 공격하면서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장 독일,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자’고 하면 떨쳐 일어날 것 같나요?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숄츠(독일 총리),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을 타도하자’며 떨쳐 일어날 겁니다.
지금도 독일, 프랑스 젊은이들은 우크라이나 돕느라 너무 살기 힘들다며 숄츠, 마크롱을 비판합니다.
며칠 전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올림픽을 홍보한다며 센강에서 직접 수영하겠다고 선언하자 파리 시민들이 ‘센강에 똥을 싸자’는 황당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크라이나를 위해 핵전쟁 한복판에 뛰어든다?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미국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으로 꼽히는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미국이 절대 북한과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자살협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콜비는 그 이유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문제를 꼽았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보수 논객인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2023년 12월 14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동맹국이 핵공격을 당했다고 자기 국민 수천만 명을 핵공격에 노출하면서까지 핵반격을 해줄 나라가 있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몇 초 만에 답이 나오는 문제”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의 나토국들도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지만 “이 핵우산을 진짜로 믿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만약 전쟁이 나면 우리만 죽고 미국은 나 몰라라 할 테고 국민은 윤석열을 타도하자고 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핵무장론이 나옵니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 선임보좌관은 21일 “한국이 더 빠르게 자체 핵무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한국 핵무장이 불가피하다고 하였습니다.
또 북핵 폐기는 실현 불가능하니 북핵을 인정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 콜비도 북한 비핵화는 “터무니없는 기대”라고 일축하면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핵무장론과 북한 비핵화 포기는 결국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수 없으니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처럼 북한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지켜주려다가는 미국의 도시들에 핵미사일이 떨어질 판이니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미국이 밀리고 있는 게 뚜렷이 보입니다.
미국의 움직임은 공세적이지 못하고 수세적이며 궁색합니다.
마치 비 맞은 생쥐가 고양이 앞에서 겁에 질려 정신 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 정부도 북러조약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고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는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합니다.
그런 건 벌집을 쑤시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겠다며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위협하는 모습이 밖에서 볼 때는 어처구니없고 무모해 보입니다.
또 북한의 오물 풍선을 격추할 시도도 못 하면서 왜 자꾸 대북 전단을 날리는지 답답함을 넘어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중국과 인도를 참고합시다.
북러조약은 북한과 러시아라는 자주적인 두 나라 사이의 문제입니다.
북러가 자기들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데 축하해주고 한·미·일도 북러가 발표한 경제 구상에 동참해 공동 이익, 공동 번영을 누리는 게 현명합니다.
이렇게 북러 협력을 두 나라만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인류 공동의 것으로 풀어버리면 모두가 평화롭고 모두가 번영하는 밝고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가 눈 감고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린다고 해도 많은 나라가 결국은 그 길로 갈 것입니다.
우리만 소외되고 뒤처지면 안 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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