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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303] 확장억제, 허와 실 ① 확장억제란 무엇인가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7/05 [10:12]

[아침햇살303] 확장억제, 허와 실 ① 확장억제란 무엇인가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7/05 [10:12]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4월 23일 중앙일보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관련 질문에 “‘워싱턴 선언’은 동맹인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와 3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을 북한의 보복 핵공격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인 중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단언컨대 미국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간 한미는 ‘확장억제’를 강조하며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방어막을 제공할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특히 2023년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정상 차원의 첫 확장억제 합의문(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확장억제란 무엇일까? 콜비 전 부차관보의 말처럼 진짜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실제 상황은 어떨까?

 

세 차례에 걸쳐 이러한 의문을 해소해보고자 한다.

 

▲ 한미 제3차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회의가 6월 10일 서울에서 열렸다.  © 국방부

 

핵우산에서 확장억제까지

 

핵무기가 없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신 핵무기로 적대국에 보복해주는 것을 ‘핵우산(nuclear umbrella)’이라고 한다. 동맹국에 핵무기라는 ‘우산’을 씌워줌으로써 적대국의 공격을 막고 보복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핵우산은 그간 한국, 일본 등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핵개발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보상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은, 한국이 제3국의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보복 차원에서 핵무기로 제3국을 공격해주겠다는 것이다. 즉 핵무기를 사용하면 몇 배로 핵보복을 받을 것이란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핵공격 시도 자체를 단념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처음 명문화한 것은 1978년이다. 한미 국방부장관은 그해 제1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이 내용을 담았다. 당시 미국은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독자 개발을 금지하고 대신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했다. 이후 2005년까지 양국 국방부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약속해왔다.

 

그러다 2006년 10월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한국이 더욱 강력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요구해 ‘확장억제’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9년 10월 양국 국방부장관은 한미안보협의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및 미사일 방어 능력” 같은 확장억제의 구성요소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군사 전략 용어에서 ‘억제력’은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행동을 단념케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억제를 동맹국에까지 확대 적용한 개념이 ‘확장억제력’이다.

 

따라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보유한 핵우산, 미사일 방어, 첨단 재래식 군사력을 동맹국에 제공하는 것이다. 미사일 방어의 경우 미국의 첨단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하거나 동맹국의 방어망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한다. 첨단 재래식 군사력은 스텔스 전투기 등과 같이 미국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을 제공함으로써 억제력을 확장한다.

 

핵우산보다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구체화한 개념이 확장억제인 것이다.

 

일각에선 당시 북한의 1차 핵시험 이후 한국 내에서 부쩍 높아진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이 확장억제를 명문화했다고 분석했다. 권혁철 한겨레 정치부 통일외교팀장은 2022년 5월 23일 자 기사에서 “확장억제 명문화에는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국내에서 부쩍 높아진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미국의 고려도 작용했다”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미국은 핵우산 제공을 포함한 핵, 첨단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체제 등 모든 군사적 능력을 동원하여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 주겠다”라는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다.

 

한미는 국방 당국 간 차관보급 협의체인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와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외교·국방 차관급 협의체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국방부장관들이 대면하는 한미안보협의회의, 국방 당국 간 고위급 상설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등으로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한미 확장억제 합의

 

▲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은 2023년 4월 26일 공동 기자회견 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미국 전략무기(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등을 합의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를 전략무기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양 정상은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행위에 직면하여, 필요시 미군의 전략무기를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하였다”라고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애초에 미국의 전략무기 운용은 한국과 협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 전략무기를 한국과 협의해서 운용한 적도 없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4월 26일(미국 현지 시각)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며 다시금 확장억제 약속을 확인했다. 선언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공약 ▲핵협의그룹 신설 ▲미국 전략무기 정례적 전개 등이었다.

 

두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고 명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제 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자체 핵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두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만들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 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하였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장억제를 위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전략핵잠수함 ‘켄터키’의 부산 입항 등을 통해 “전략무기의 정례적 가시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같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직접 배치하는 대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핵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써 핵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워싱턴 선언의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 체계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형 3축 체계’, ‘선제타격’ 등을 언급하며 압도적 대응 능력과 응징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특히 후보 시절이었던 2022년 1월 11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3축 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Kill Chain)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3축 체계란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 발사해 북한에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의미한다.

 

다만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3축 체계를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이 핵을 가진 북한을 선제타격하고 대량보복을 하는 게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에 한국형 3축 체계에 미국의 확장억제를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23년 8월 14일 발표한 「3축체계의 발전 방향: 독자전력에서 동맹전력으로의 발상 전환」이라는 글에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탐지 능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실제 기능하지 못하며, 탐지 기능도 미국의 정찰 감시 능력을 실시간으로 연계해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량응징보복이 보장되지 않는 한, 킬체인도 북핵 억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배치 등으로 미국의 핵억제 능력을 한반도에서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강화를 통해 요격의 빈틈을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고, 대량응징보복은 미국의 확장억제와 결합하여 북한의 핵공격시 핵보복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3축 체계는 독자적인 전력보다는 북핵 억제를 위한 동맹 전력으로 건설되고 운용되는 것이 최적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더욱 확실한 확장억제 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창래 한국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 대행은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3차 핵협의그룹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회의에서 북한의 핵공격에 한국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통합해 대응하는 지침을 담은 ‘공동지침 문서’를 검토했다.

 

한국은 이처럼 ‘미국의 확장억제’라는 보호막 안에서 살길 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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