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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특집] 평양정상회담 3가지 의미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7/05 [15:24]

[북러 특집] 평양정상회담 3가지 의미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4/07/05 [15:24]

지난 6월 19일 북러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9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정상회담을 하였고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을 체결, 서명하였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의미를 세 가지로 짚어보겠다. 

 

첫째, 두 나라의 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준 정상회담이었다.

 

둘째, 다극화된 새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정상회담이었다.

 

셋째, 군사강국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정상회담이었다.

 

 질적으로 변한 두 나라의 관계

 

북러정상회담이 평양에서 6월 18~19일 진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의 눈은 평양으로 향했다.

 

지난해 북러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 사이에서 수많은 회담이 열리고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세계는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선언할 것인지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관심 속에 열린 평양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동맹관계로 높였고 앞으로 두 나라가 만들 미래는 지금보다 더 굳건한 관계가 될 것이며 그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이런 구상이 담긴 것이 북러조약이라 할 수 있다. 

 

  

북러조약은 두 나라가 구상하는 새로운 세계의 상과 군사, 경제, 과학기술,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모든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담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러조약에 두 정상이 서명한 것을 “중대한 사변”이라며 “조약이 체결됨으로 하여 두 나라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라” 섰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러관계 발전 청사의 분수령으로 될 위대한 북러동맹 관계는 오늘 이 자리에서 비로소 역사의 닻을 올리며 장엄한 출항을 알리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조약 체결 이후에 “(러북조약은) 달성된 상태에 머물러있지 않고 러북 관계를 새로운 질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두 나라의 지향을 반영하고 있는 사실상의 돌파구적인 문건”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발언은 북러관계가 이번 정상회담과 조약 체결을 통해 질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70여 년이 넘은 북러관계를 돌아보자. 

 

북한은 소련과 가장 먼저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61년 북소조약을 체결하는 등 동맹 관계를 높여왔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면서 동맹 관계는 더 유지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0년, 2001년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고 특히 두 나라는 2000년 북러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친선 관계를 다시 시작하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또다시 북러관계는 부침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통적인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새 세기 요구에 맞게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키워나가는 데서 나서는 그런 문제들을 교환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두 나라 친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말했다.

 

2019년 북러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던 북한의 모습이 러시아를 견인한 측면이 크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대북 제재 속에서도 군사와 경제 분야에서 힘을 기울여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고, 경제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은 2018년 북중·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연거푸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러시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도 미국으로부터 압박과 제재를 받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러시아의 처지에서는 북한의 모습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2019년 북러정상회담이 열렸고,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여러 분야에서 논의를 하고 견해를 모았다.

 

그 이후 북러는 각각 미국에 대응하며 자기의 길을 걸었고, 2023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당시 코로나19 여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처음 방문한 나라가 러시아였다. 북한은 러시아를, 러시아는 북한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두 나라가 만들어갈 세계에 관한 논의를 하며 구상을 시작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회에서 “이번 방문은 국제무대에서 진보와 반동, 정의와 불의의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자주적인 세력들의 공동 의지와 단결된 힘으로 세계의 다극화 과정이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시기에 이루어졌다”라고 하면서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북러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그 위력으로 두 나라에서의 강국건설 위업을 강력히 추동하며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하였다. 

 

2023년 정상회담 이후 평양정상회담까지 두 나라는 9개월 동안 수많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그 구상을 구체화하며 현실화하고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열린 평양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구체적 방향과 지향, 꿈꿔왔던 새로운 세계 창설을 담아 북러조약을 체결하고 발표한 것이다.

 

북러조약은 70여 년 넘게 맺어 온 두 나라의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높여나가고 두 나라의 후대들이 살아갈 미래 세계에 대한 구상까지 담은 조약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정상은 “중대한 사변”, “돌파구적인 문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가 역사의 고비를 헤치며 친선 관계를 높여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제자주’라는 공통된 이념이 있다.

 

두 나라의 관계는 일제를 반대해 조선의 독립을 위한 투쟁 시기부터 맺어졌다. 70여 년 전 일제를 반대해서 싸우던 두 나라가 이제는 미국을 반대하며 공동의 전선을 펼치고 있다. 70여 년 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북러는 제국주의를 반대해 투쟁을 하며 제국주의가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공동의 걸음을 하고 있다. 

 

또한 두 나라의 친선 관계가 질적으로 높아진 데에는 두 정상의 동지적 신뢰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정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 내내 거의 함께하면서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여러 장면 중에서도 가장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은 두 정상이 금수산 영빈관 정원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이다. 두 정상이 번갈아 가며 운전하는 모습은 하나의 방향타를 잡고 서로의 운명을 맡길 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공통된 이념으로 역사의 고비를 헤치며 친선의 관계를 높여 온 두 나라의 관계는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극화된 새 세계

 

북러 양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조약 서문에 나온다.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 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 국가들 사이의 성실한 협조, 상호 이익 존중, 국제문제들의 집체적 해결, 문화 및 문명의 다양성, 국제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임의의 도전들에 대처해나가려는 지향을 확인하면서”

 

이 문구의 뜻을 이해하려면 지금의 국제질서를 알아야 한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나고 세계에는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가 들어섰다. 

 

미국은 국제법, 국제기구를 무시하고 약소국을 침략했으며 심지어 동맹국까지 함부로 대하며 약탈을 일삼았다.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를 거부하는 나라들은 여지없이 군사적 공격, 경제 봉쇄, 외교적 고립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냉전이 끝나고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 게 아니라 오히려 전쟁이 더 잦아졌다며 개탄했다. 

 

이런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주의 때문에 세계는 날로 황폐해졌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주의의 핵심 피해국이 바로 북한과 러시아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시달렸고 경제 제재로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러시아 역시 나토의 동진으로 안보 위협을 받으며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렸다. 

 

북러가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 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북러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반대하면서 동시에 “국가들 사이의 성실한 협조, 상호 이익 존중, 국제문제들의 집체적 해결, 문화 및 문명의 다양성, 국제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자고 하였다. 

 

일극 체제가 미국만의 이익을 보장하고 나머지 나라들의 손해를 강요한다면 다극 체제는 서로 이익이 되는 체제라는 게 북러의 관점이다. 

 

또 북러는 일극 체제가 미국의 독단과 전횡을 보장하고 나머지 나라들의 복종을 강요한다면 다극 체제는 상호 협조와 집체적 해결을 지향한다고 바라본다. 

 

북러는 미국이 국제질서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규칙 기반 질서’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국제법에 기초한 질서’를 제시했다. 

 

‘규칙 기반 질서’는 서방 이외의 시선에서 상당히 불편한 개념이다. 

 

일단 ‘규칙’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관해 국제적 합의가 없고, ‘규칙’을 제정하는 것도 결국 미국이며, 정작 미국은 ‘규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규칙’을 바꾼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대인지뢰금지협약, 집속탄 금지 협약,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각종 국제조약·기구에 불참하며 다른 대부분의 나라가 지키는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는 이들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한다. 

 

결국 ‘규칙 기반 질서’란 힘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약탈한 서방의 치부를 가리는 ‘위선’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시선이다. (「미국의 노래 “규칙 기반 질서 수호”…그 위선과 독선」,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2023.8.6.)

 

북러는 미국 중심의 ‘규칙 기반 질서’를 거부하고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법 기반 질서’를 제안했다. 

 

이러한 북러의 구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군사강국의 새로운 면모

 

북러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하였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동 개입’ 조항이다. 그리고 여기서 ‘모든 수단’이라고 했으므로 당연히 핵무기도 동원할 것이다. 

 

다만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라고 하였으므로 북러를 침공할 의사가 없는 나라면 북러조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벌인 지 2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가 침략 전쟁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북러를 적대하는 나라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양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강국이기 때문이다. 군사강국인 두 나라가 하나의 전쟁에서 서로 힘을 모은다면 그 어떤 나라도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에 맞서 벌이는 특별 군사작전에서 군사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도 국가핵무력 완성 이후 지금까지도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강국인 두 나라가 침략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은 두 나라에 군사적 야욕을 보이는 나라들에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암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북러조약 4항은 전쟁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그동안 인류는 강력한 군사적인 힘을 지닌 국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사례를 주되게 보아 왔다. 특히 이른바 냉전이 해체되고 미국 중심의 일극 세계로 된 이후에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연이어 터졌다. 

 

그런데 북러는 강력한 군사적 힘으로 전쟁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 북러조약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저히 평화애호적이고 방위적인 조약”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군사강국의 새로운 모습을 세계에 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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