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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헬국가연합 조약 체결…‘반미’ 삼국 통합에 속도 낼 듯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7/08 [18:41]

사헬국가연합 조약 체결…‘반미’ 삼국 통합에 속도 낼 듯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4/07/08 [18:41]

반미·반서방 성향 군부가 집권한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 삼국이 사헬국가연합(AES)을 창설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서아프리카 한복판에 인구 7,200만 규모의 반미 국가가 생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참조 아프리카 한복판에 인도 크기 반미 국가가 생긴다?)

 

▲ 말리(왼쪽), 부르키나파소(중간), 니제르(오른쪽)를 나타내는 지도. 

 

프랑스 아에프페(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 시각)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서 삼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앞서 삼국 외무부장관은 2023년 12월 1일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궁극적으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를 통합하는 연방을 구축하려는 희망에 사헬국가동맹의 국가원수들에게 연합 창설을 권고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삼국 정상은 6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가 통합을 구체화하는 3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첫째로 삼국은 프랑스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진영 중심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을 약속했다.

 

1975년 설립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과거 서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와 이에 협력하는 미국의 입김이 강한 국제기구다. 그렇다 보니 서방 진영에 자원을 헐값에 판매하는 등의 경제 정책이 결정되기 일쑤였고, 이 지역 민심의 분노가 높았다.

 

삼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를 탈퇴하는 이유에 관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과거 식민 통치 국가인) 프랑스 등 유럽의 입김 아래 삼국에 불합리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삼국은 각국의 안정을 위해 군사 자원을 모을 것을 약속하며 군대 통합을 시사했다.

 

서방 진영은 삼국에 군사기지를 두며 교두보로 활용해 왔다. 삼국이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요충지인 사헬지역에 있기 때문이었다. 쿠데타가 일어나기 이전까지 삼국의 친서방 정권은 서방 진영의 요구에 순순히 협력해 왔다.

 

그러나 2020~2021년 말리, 2022년 부르키나파소, 2023년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삼국은 2023년 9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서방 진영의 군사 개입을 끊기로 선언했다. 

 

지난해 미국은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자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부장관 대행을 니제르에 파견했다. 눌런드 대행은 니제르 군부 지도부에 친서방 성향인 모하메드 바줌 전 대통령을 석방하고 쿠데타를 철회하라고 압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쿠데타를 철회하지 않으면 니제르에 군대를 보낼 수 있다고 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경고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니제르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프랑스군과 미군을 자국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셋째로 삼국은 삼국을 통합하는 의회와 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6일 정상회의에서는 아시미 고이타 말리 대통령이 사헬국가연합의 의장으로 임명됐다. 의장의 임기는 1년이다. 또 부르키나파소가 제1회 사헬국가연합 의회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앞으로 삼국은 후속 논의를 통해 서방 진영의 입김을 배제한 경제·군사·정치 통합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는 삼국 정상이 정상회의를 통해 각각 강조한 말이다.

 

니제르 군정 수반인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은 “50년 가까이 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국익에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라며 “우리는 유럽 강대국의 지시를 받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아닌 우리 민족의 동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브라힘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군정 임시 대통령은 “서양인들은 우리와 우리의 부가 그들의 소유라고 생각한다”라며 서방 진영에 얽매이지 않은 삼국의 독자적 경제 협력을 추진해 나설 것을 시사했다.

 

고이타 말리 대통령은 “우리 중 하나에 대한 공격은 다른 모든 구성원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서방 진영을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삼국은 서방 진영의 개입을 배격하며, 러시아와 정치·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서아프리카에서 미국과 서방 진영이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헬국가연합을 넘은 ‘사헬국가연방’이 실제로 등장하면 국제질서에 미치게 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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