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학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갈등이 “약해진 미국의 망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삭스 교수는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은 인사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 패권주의 시대가 끝나고, 다극 체제 국제질서가 올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일(현지 시각) 공개된 삭스 교수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대담 「미국의 움직임이 중국을 ‘봉쇄’하는 데 실패하고 대신 ‘전쟁에 가까워지게’ 하는 이유(Why US moves have failed to ‘contain’ China and instead ‘bring us close to war’)」의 주요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해 소개한다.
미중 갈등의 원인
삭스 교수는 미중 갈등을 두고 “미중 양국의 긴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힘이 약화하고 있는 미국의 압도적인 불안감” 때문에 벌어졌다며 “방어적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종종 매우 현명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15년부터 대중 봉쇄 정책을 시작했다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대중 수출 금지 ▲남중국해 군사 개입 증가 ▲미국·영국·호주의 중국 견제용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군사 협력 ▲일대일로 계획 반대를 사례로 들었다.
계속해 “(미국의) 이 모든 접근법은 실패했다”라면서 오히려 “세계의 긴장을 고조시켜 경제의 안녕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분열시키며 우리를 전쟁과 가깝게 만든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중국의 시장은 점점 더 아시아, 러시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로 집중될 것이며 “세계가 새로운 에너지와 디지털 체계에 투자함에 따라 중국의 일대일로 및 관련 정책이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대신할 패권국이 등장할까?
삭스 교수는 미국의 패권이 쇠락하면 “21세기에는 어떤 나라도 패권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를 전 세계 각국의 기술, 군사 능력 수준과 인구 규모가 단일 패권국을 압도하기 때문으로 짚었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의 패권이 몰락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삭스 교수는 “안타깝게도 바이든은 여전히 미국이 단극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러한 망상이 (세계의)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를 책임지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지정학적 긴장도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전쟁을 부르는 딥스테이트
삭스 교수는 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미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딥스테이트가 지금까지 중국이 성공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딥스테이트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중요한 정치·군사·경제 사안을 은밀하게 쥐락펴락하는 권력 집단을 뜻한다.
삭스 교수는 “이것은 어떤 종류의 음모론도 아니고, 단지 미국의 국가 조직에 관한 사실일 뿐”이라면서 딥스테이트의 영향 때문에 “미국의 안보 정책과 관련된 미국 여론의 역할은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딥스테이트는 미국의 백악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의회 소속 군사위원회·외교위원회,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RTX(구 레이시온)·보잉·제너럴다이내믹스·노스럽그루먼 등으로 구성됐다.
삭스 교수는 미 정부는 전쟁과 정권 교체 작전 등을 “실제로 비밀에 부쳐왔으며 이 때문에 미국은 내부고발과 유출을 매우 강력한 범죄로 간주”한다면서 “딥스테이트는 1947년(CIA가 창설된 날) 이후 약 90번의 은밀하고 노골적인 정권 교체 작전을 수행했으며, 만연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딥스테이트는 약 80개국에 750개가 넘는 해외 군사 기지망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전 기지는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정권 교체 작전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전쟁은 미국의 간섭 때문
삭스 교수는 “전쟁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 처참한 일”이라며 “미국은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간섭”이 없으면 중국과 대만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간섭으로 갈등의 위험은 훨씬 커졌다”라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참담한 전쟁을 초래했다”라고 진단했다.
삭스 교수는 “미국은 나토의 무기와 서방의 제재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엄청난 오판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계속해 “미국의 안보 정책과 결정이 그다지 건전하거나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요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의 상황을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전쟁에 관해 “미국에서 다뤄지는 담론의 수준이 매우 어리석다”라면서 “전쟁 얘기가 정상처럼 여겨지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또 “트럼프와 바이든은 모두 중국에 얼마나 강경한지 보여주려고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 의원 대부분은 훨씬 더 황당하다”라며 “중국을 잘 아는 의원이 거의 없으며 이들은 저속하고 위험한 반중 수사에 의존해 정책을 펴고 있다”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해결법
삭스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 관해 “두 전쟁 모두 외교를 통해 내일 끝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먼저 나토를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려는 미국을 향해 러시아가 제시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유엔 정회원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삭스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외교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며 “(미 정부가) 시급히 외교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패권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