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결국 자신에게 한국, 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라며 “한러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을 포함하여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모든 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라며 북러 협력을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8일 “우리는 (윤 대통령이 말한) 그런 접근 방식에 반대하고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과 한국을 비롯해 지역 내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논평했다.
이어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실상 현재 우리에겐 북한이라는 동반자 국가와 반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이라는 국가가 있다”라며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우리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라고 역설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9일 기자들에게 “최근 합의한 대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웃 중 하나인 북한과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심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통신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11일 자 보도에서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와 북한의 다각적 협력이 강화되기 훨씬 전부터 한국은 미국의 압력을 받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지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라며 “한국은 불법적인 대러 제재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양국 협력이 완전히 파탄 날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도 무시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이미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취한 조치의 정당성을 찾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무기 수출로 돈을 벌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분쟁지역에 치명적인 무기가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오래전부터 이러한 작전을 위해 ‘우회’ 채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라며 한국이 155밀리미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러시아 지도자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전쟁 지역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한국의 현 지도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한국이 ‘자기와 더 가까운 셔츠’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정치적 이득과 돈을 벌려는 욕구가 우세할 것인지는 곧 분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올해 7월 초, 한국군은 6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실탄 사격을 감행했다. 한국의 이러한 조치는 북한이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여 자위적 보복 조치를 하게끔 강요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 한국 정부는 집권 2년 동안 대북 군사적 긴장 고조와 대결 수위에서 역대 정권을 압도했다. 한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북한을 ‘세계의 악’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북한을 제거하고 북한 영토를 흡수하려는 변함없는 노선을 확고히 했다”라며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려는 시도는 한국 자체를 포함해 한반도에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모한 전쟁 훈련을 중단하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핵심 조건인 긴장 완화와 상호 신뢰 구축의 길을 택하라는 조언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불행하게도 오늘날 이 지역의 상황이 직면하고 있는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사적 확대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나토가 지역 문제에 더 많이 개입하면서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이 더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현 한반도 상황을 만든 주범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역 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전략무기를 활용한 다양한 훈련을 벌이고, 3국 군사동맹을 강화했으며 이 지역으로 나토까지 끌어들이면서 끊임없이 대북 ‘참수’ 작전을 연습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모든 국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라고 규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공개적 발언을 한 점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선택’을 할 것을 권고하며 러시아의 군사기술이 북한에 이전되면 향후 한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라고 짚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이 서로를 존중하는 주권국가의 외교 관행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나토에서나 쓰는 언사, 협박, 위협 전술을 사용하면서 외교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반대하는 자’라는 원칙에 따라 선택하라는 (윤 대통령의) 조언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필요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전면적 충돌로 가득 찬 남북 간의 영구 대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열망에 굴복할지 결정하기를 권고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기존 노선을 재고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한 조치는 러시아의 응당한 대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6월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우크라이나 전투지역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도 현 한국 정부를 기쁘게 할 수 없는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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