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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통신 조회’라는 미명으로 사찰하는 검찰 단죄해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8/06 [13:55]

[논평] ‘통신 조회’라는 미명으로 사찰하는 검찰 단죄해야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4/08/06 [13:55]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2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사찰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암적 요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공수처가 자신을 포함해 국힘당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통신 조회)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국회의원도 아니고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야당 대선 후보의 대변인 통신자료는 왜 조회했나. 야당 대선 후보마저 사찰한 거 아닌가. 야당 국회의원들 통신자료는 왜 또 그렇게 많이 들여다봤나”라고 분노하면서 공수처를 독일 나치 정권의 정치경찰인 ‘게슈타포’에 비유했다. 

 

‘불법 사찰’에 분노했던 윤 대통령이 더욱 격노할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입을 다물고 있다.

 

최근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3천 명에 달하는 사람의 통신 조회를 조회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은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신학림 언론노조 전 위원장과 김만배 씨의 전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말한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21년 9월 15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인터뷰한 뒤에 일부러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 9일 뉴스타파를 통해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보도 내용이 윤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현재까지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 등을 구속기소 했으며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의 수사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검찰이 올해 1월 4일과 5일 동안 이재명·추미애 국회의원 등 야당 인사들, 한겨레·EBS·뉴스타파·미디어오늘·통일TV 등 언론사 기자들, 자유언론실천재단,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 관계자들, 민간인 등 3천 명을 통신 조회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배후 등을 캐면서 민주당 등과 연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통신 조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가입자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 조회가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어떻게 3천 명을 특정했는지, 왜 통신 조회를 했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단 털고 보자는 식 아니었냐는 지적과 함께 야권과 개혁진영 인사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재명 국회의원도 이번에 통신 조회를 당했는데 이재명 국회의원이 주로 통화한 전화번호를 조회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권태효 한겨레 기자는 “검찰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통신이용자정보를 확인하면, 정치인과 기자들, 그리고 기타 관계자들과의 연결망을 다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자들의 핸드폰 연결망을 통해 취재라인을 체크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번 통신 조회 사실을 최대한 늦게 통보했다. 

 

1월 초에 통신 조회한 검찰은 이 사실을 7개월이 지난 8월 초에 일부 당사자들에게 알렸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통신 조회 사실을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지하게 되어 있다. 다만 3개월 이내에 2회에 한해 통지를 유예할 수 있다. 그런데 ‘30일 이내’ 통지가 원칙이고 ‘테러, 신체 위협, 증거인멸, 사생활 침해 등에 해당할 때’ 통지를 유예할 수 있다. 즉 통지 유예는 심각한 상황일 때만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법이 바뀐 이유는 최대한 빨리 통신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검찰은 법 개정의 취지를 무시하고 2번의 유예 기간이 지나서 통보했다. 검찰이 1월 초 통신 조회를 하고 1달 뒤인 2월에 통보하지 않은 이유가 4.10총선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검찰독재 정권이라며 4.10총선을 벼르고 있는 속에서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 사실이 알려지면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기에 검찰이 통지 사실을 늦췄다는 주장이다.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 하나로 검찰은 3천 명에 이르는 사람을 통신 조회했다. 검찰이 다른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을 통신 조회하며 사찰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지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의 횡포를 정확히 파헤치고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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