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를 두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 간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지난 7일 KDI는 『2024.8 KDI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었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KDI는 “반도체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표가 개선되며 제조업의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 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소매 판매가 감소하고 있고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건설 수주의 누적된 부진이 건설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 여건도 점차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동지역의 전쟁 위험 고조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경제 전망이 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KDI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 8일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춰 발표했다.
고금리로 인해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계속 위축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3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올린 이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KDI는 내수 부진을 반영하여 취업자 수 증가 폭을 2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 KDI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고금리가 지속되어 소비 감소, 투자 감소 등 내수가 부진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식 시장이 불안정하고 중동지역의 전쟁 위험으로 국제 유가 상승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내수 여건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정부의 의견은 다른 것 같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2024.7.)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내수가 회복될 조짐이라고 경제 상황을 낙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두 기관의 내수 전망이 왜 다른 걸까?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 모두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활용한다. 그런데 기재부는 주로 ‘전월 대비’ 자료를 근거로, KDI는 ‘전년 동월 대비’ 자료를 근거로 지표를 분석한다.
따라서 기재부는 내수 지표가 지난달과 비교해 나아지고 있다고, KD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에 관해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매달 변동 폭이 큰 전월 대비 방식보다 전년 동월 대비가 경기 변화를 판단하는 데 적합하다”라고 언급했다.
또 기재부는 경기 지표가 저점(최저 수준)을 지났다면 회복이라고 보고, KDI는 경기 지표가 상승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올라가야 회복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기재부는 최근 수출 상승세에 집중해 내수 현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KDI는 여전히 부진한 내수에 주목해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분석 방법과 관련해 정부가 당장 정책에서 성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국민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갈수록 나빠지기만 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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