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인제대 통일학부 외래교수가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저자의 동의를 얻어 소개합니다. 일부 문구를 표기법에 맞게 고쳤음을 알립니다.
필자는 이재명 대표의 북한 관련 발언을 볼 때마다 자주 실망을 넘어 불안감을 느낀다.
툭하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북한과 체제경쟁 끝났다고 하던 문재인 정부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따라갈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은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물 풍선 살포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군사분계선 일대를 요새화하는 시도를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사실도 아니며 공명정대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 하나 마나 한 말이다.
생각해 보라.
도발?
상대를 약 올려 어떤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짓을 의미한다면 도발은 북한이 한 게 아니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괜히 이뤄진 일인가?
북한의 체제를 헐뜯고 위협하는 온갖 잡다한 내용의 대북 전단을 시도 때도 없이 날린 것에 대한 대응 아니었나?
정말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극복하려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남북관계를 더욱 위험에 빠지게 하는 대북 전단을 꾸짖는 것이 순리이다.
북한의 분노를 유발하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윤석열 정부에게 따끔한 비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박상학 등에게 돈을 대주며 계속 전단을 뿌리게 하는 미국 CIA에 경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뿐만 아니다.
왜 북한이 교전국 적대국을 선언하고 군사분계선에 장벽을 쌓는지 정말 모르는가?
최근 수년 내 한반도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한·미·일 군사훈련이 얼마나 북한을 위협하고 전쟁의 공포를 던지는지 정말 애써 눈감고 귀 막는 것일까?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이러니 북한에서 진보든 보수든 북한에 대한 사고는 한 치도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
장벽을 쌓는 것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뭔가 위험을 느껴 장벽을 쌓고 요새를 만드는 것이다.
장벽을 쌓을 이유가 없는 그야말로 전쟁 위험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지 전쟁 위험을 극도로 끌어 올려놓고 왜 장벽을 쌓느냐고 비난하는 것이 올바른가.
지금 한반도는 점점 전쟁의 위험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그 위험을 누가 만들었을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끝이 나지 않고 갈수록 미궁으로 들어가고 있을까?
이스라엘은 왜 저렇게 미친개 마냥 전쟁을 확대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미국의 신냉전 전략 때문이다.
신냉전은 과거 냉전과 분명히 다르다.
그때는 무소불위의 미국이 사회주의 소련을 봉쇄한다는 의미가 컸으나 지금은 미국의 단일 패권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다.
냉전과 신냉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전쟁 정책이 상수라는 점이다.
한반도는 특히 그렇다.
엉망이 된 남북관계 때문에 전쟁 위험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세계 곳곳의 전쟁전략과 여기에 깨춤을 추며 놀아나는 세력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명실상부한 차기 대선후보이고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이다.
나는 누구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떨어뜨리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길 소망했다.
그런데 한편 참 스스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기껏 대통령이 되어도 이런 수준의 대북관, 평화관을 갖고 미국에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이 대표가 미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라면 나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지금도 할 말을 분명하게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집권 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철학과 소신이 분명한 선 굵은 지도자는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간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깊은 통찰과 용기 있는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윤석열은 친미 돌격대일 뿐 실제 결정권자가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전쟁을 통한 신냉전 전략을 정면으로 막아 나설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한 시기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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