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 중 43%를 미국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공한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투자 금액은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꾸준히 올랐다.
그중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17~2020년 매년 약 15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하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부터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해외 투자 금액 중 미국 투자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기간 20%대였다가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에 약 36%에 이어 지난해 43%까지 기록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주요 산업 공급망을 동맹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공유하는 정책을 펼친 데 따라 한국 기업들이 호응”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한미 양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한미가 서로의 ‘굿 파트너’”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십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한 것과 더불어 미국에 수출액도 늘어났다고 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제조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조 강국인 한국이 미국의 첨단산업 공급망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좋게 평가했다.
한미 간 산업 협력과 동맹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한 건데 과연 이게 좋은 일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의 미국 투자가 늘어난 것은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도록 강요했다.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만들어 미국에 직접 제조 공장을 세워야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겁박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세웠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세워진 공장을 값싸게 유지할 수 있는 중국, 동남아 등을 놔두고 미국에 새로 공장을 세워야 하는 것이 과연 한국에 ‘긍정적’인지 의문이 든다.
또 공장 건설 비용이 미국의 물가 인상으로 계획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 급증하게 된 배경이 이러한 강압에 있는데 한미동맹의 우호적 관계라고 자평하는 것이 우스울 따름이다.
미국 자신이 살려고 한국 기업에 희생을 강요한 것만 봐도 강요와 굴종이라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은 미국 산업의 하청 역할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액은 2017년 686억 1천만 달러였다가 지난해 1,156억 9,600만 달러로 68.6% 늘어났다.
가공 단계별로 살펴보면 1차 생산품,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 중 중간재의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중간재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 등을 말한다.
자동차 부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중간재 미국 수출 비중은 2017년 49.4%, 2018년 54.1%, 2019년 55.3%, 2020년 55.4%, 2021년 57.8%, 2022년 60.4%, 2023년 50.1% 등으로 트럼프·바이든 정부 내내 거의 다 절반을 넘었다.
한국이 미국에 완제품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한국이 하청 공급을 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국 산업이 미국 산업의 하청 체계로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청 기업인 삼성전자가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 생산과 공급을 하청 기업에 넘기는 것과 같은 거다.
그런데 문제는 원청 기업이 튼실하면 모르겠는데 원청 기업이 부실하면 원청 기업에 종속성이 큰 하청 기업은 불안해진다.
자국 경제 상황이 어렵고 세계 경제 패권이 약화하는 미국의 처지를 봤을 때 한국이 미국에 종속성이 커지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일이다.
미국과 경제적 우호 관계가 높아졌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대미 종속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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