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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21] 핵패권이 넘어가고 세상이 뒤집혔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11/28 [22:18]

[정조준121] 핵패권이 넘어가고 세상이 뒤집혔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11/28 [22:18]

핵무기를 휘두르는 폭군

 

흔히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핵무기, 달러, 문화를 꼽습니다. 핵무기로 위협하고, 달러로 경제를 틀어쥐고, 미국 문화로 반미 의식을 제거한다는 것이지요. 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확실한 수단은 바로 핵무기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핵무기를 개발했고, 유일하게 실전에서 사용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활용해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마음껏 짓밟으며 폭군으로 군림했습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도 일본의 항복을 끌어내는 목적보다는 소련을 견제, 압박하는 의도가 컸습니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2017년 7월 13일 프레시안에 올린 글 「미국은 핵무기를 어떻게 활용했나」에는 미국의 이런 만행들이 자세히 나옵니다. 

 

▲ 히로시마(왼쪽)와 나가사키 핵폭발 장면.


예를 들어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핵무기를 700~1,000개나 배치해 이라크를 위협했습니다. 이라크는 미국이 언제 핵공격을 할지 몰라 미국에 함부로 대항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라크를 도울 엄두를 못 냈습니다. 

 

소련도 1970년대에 이르러 핵전력이 미국과 대등하게 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핵위협에 시달렸습니다. 1946년 3월 이란 북부에서 소련군이 철수한 것도,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이 물러난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소련의 핵무기 비축량이 미국을 앞선 건 1970년대 후반입니다. 

 

미국의 핵위협은 동맹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1956년 2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은 이집트에서 철수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 프랑스와 영국에 항공모함을 파견해 위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은 자기들이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했지만 미국에 패권을 내줘야 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은 1952년 핵시험에 성공했지만 미국에 비해 한참 뒤진 처지였고 프랑스는 1960년에야 핵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평화운동가 조셉 거슨은 “미국의 선제 핵공격은 제국의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하였습니다. 노엄 촘스키 교수는 “우리의 전략핵무기 시스템은 미국의 재래식 군사행동에 대해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한다. 즉 침략과 정부 전복 활동을 벌일 때 어떤 형태로든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준다”라고 하였습니다. 

 

해럴드 브라운 미국 전 국방부장관도 “전략핵무기라는 우산이 있기 때문에 …중략… 미국은 우리의 공격 대상 국가를 도우려는 국가를 마음 놓고 충분히 협박할 수 있다”라면서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의 국민에게 제대로 겁을 주기 위해 제멋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친놈이라는 국민적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통킹만 사건 조작을 폭로했던 다니엘 엘즈버그 박사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국제적 위기나 갈등, 또는 전쟁이 있을 때면 언제나 핵무기라는 총을 꺼내 들었다. 2차 대전 이후 제럴드 포드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핵전쟁의 위협을 가해 왔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핵위협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아마도 북한일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도 북한을 향해 여러 차례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하고 평양 상공에서 핵폭탄 투하 훈련까지 했습니다. 1950년 12월 맥아더 사령관이 “한반도 북부에 동해부터 서해까지 방사능 지대를 형성할 것이다. 그 지대에는 60년 혹은 120년 동안 생명체가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합니다. 

 

정전 후에도 미국은 수시로 북한을 핵으로 위협했습니다. 미국은 1958년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기 시작해 1967년에는 949개까지 늘어났다가 1991년 철수했다고 합니다. 또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과 같이 북한을 겨냥한 핵전쟁 훈련을 매년 진행하였고, 전략폭격기 등 핵공격 수단도 한반도에 자주 투입되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 등 각종 정부 문서에서 북한을 선제 핵공격 대상으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다른 핵보유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핵보유국은 자국의 핵무기는 방어용, 억지용이며 상대가 핵공격을 하기 전에 먼저 핵무기를 쓰지 않는다는 핵교리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미국만은 선제 핵공격을 핵교리로 정해놓고 공개합니다. 심지어 비핵국가를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를 통해 상대를 최대로 위협, 압박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이 자국을 핵으로 위협한다고 항의하며 국제 사회에도 호소했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침묵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미국의 핵위협에 맞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핵위협을 하면서 폭군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미국을 잠 못 들게 하는 북한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휘두르며 세계를 위협하던 시절도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핵시험을 여섯 차례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한 북한은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스스로를 전략국가라 불렀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 온 북한이 이제는 거꾸로 미국을 핵으로 위협합니다. 

 

북한은 2022년 9월 8일 핵무력법을 채택해 선제 핵공격을 명시했습니다. 북한을 향해 중대한 공격이 예상되면 먼저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핵국가라도 핵보유국과 연합하여 비핵공격을 하려고 하면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북한은 여러 성명, 담화를 통해 미국을 선제 핵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확실히 현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하여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한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23.7.27.)

 

“(미국의) 오판이 반복될수록 대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의 위태로운 순간이 더욱 바투 다가들게 된다.” (2023.10.20.)

 

“미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행동 계획들을 언제든 검토해 볼 수 있으며 실시할 수 있다.” (2024.10.1.)

 

“우리 군대는 격상된 전투 준비 태세에서 모든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동태를 엄정히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험을 사전 억제하고 국가의 군사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즉시적인 행동에 임할 것” (2024.11.23.)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진행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와 발사훈련은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2018년 1월 13일 미국 하와이주에 응급 경보가 울리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주민들 휴대전화에는 “탄도미사일이 접근 중이다. 즉시 대피소를 찾아라.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문자가 떴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은 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온다고 믿고 공포에 질렸습니다. 38분 후에야 잘못된 경보였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당시 하와이 주민들이 미사일을 북한이 쐈다고 여긴 이유가 있습니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며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했습니다. 11월에는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했고 2018년 1월에는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후방으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장관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워싱턴 국립 대성당을 여러 번 찾아 기도를 올렸으며 북한이 불시에 미사일을 발사할까 봐 군복을 입고 잤다고 합니다. 

 

2022년 1월 11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국 서부 해안지역의 공항에 이륙 금지 조처를 내렸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당시 대변인은 “만일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을 향해 날아온다고 여겼던 듯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일반 탄도미사일과 궤적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혼동할 수 있습니다. 

 

▲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앨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부차관보는 2024년 5월 18일 KBS와 대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라면서 “(한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거다”라고 했습니다.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전 수석차관보는 2024년 8월 1일 강연에서 “핵,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화하며 개선하는 북한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군 당국자들이 얼마나 북한의 핵위협에 시달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레시니크 충격

 

북한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미국을 핵으로 위협합니다. 

 

원래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핵 투발 수단도 더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핵무기를 철저히 방어용, 억제용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의 핵정책, 핵교리가 바뀌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돌입을 선포하면서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함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호였습니다. 9월 21일에는 자국 영토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라며 핵무기 사용도 가능함을 시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2월 21일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다음날에는 “3대 핵전력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6월 16일에는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조치가 유럽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미국을 따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11월 2일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하며 핵시험 재개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이 1996년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을 미룬 것에 대응한 것입니다. 

 

올해 2월 29일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핵전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3월 13일에는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무기들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10월 29일 러시아는 3대 핵전력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규모 핵전쟁 훈련을 했습니다. 

 

11월 19일 푸틴 대통령은 핵교리 수정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개정 핵교리의 핵심 내용은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받을 때,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때,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이 공격할 때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무기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 건데 북한이 채택한 핵무력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러시아는 최근 신형 핵 투발 수단도 공개했습니다. 바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입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보유한 러시아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게 무슨 특별한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987년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따라 미러 양국은 기존 중·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 개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9년 미국이 조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양국은 다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아직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먼저 개발을 완료해 실전에서 선보이면서 자국 미사일 기술이 한 수 위임을 과시했습니다. 

 

러시아는 미러 합의에 따라 구축된 국가핵위험감축센터(NNRRC)를 통해 미사일 발사 30분 전 미국에 자동으로 통보했습니다. 미국은 전날 “중대한 공습 가능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이유로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했는데 아마도 러시아의 통보 전에 이미 뭔가 조짐을 발견한 듯합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오레시니크 공격 직후 러시아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루베즈’로 공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말 그대로 대륙과 대륙 사이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애초에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게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따라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쓴다는 건 황당한 얘기입니다. 마치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거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비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런 비상식적 주장을 한 건 공포를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지듯 매우 빠른 속도로 불덩이들이 떨어집니다. 푸틴 대통령은 오레시니크를 두고 기존 미사일을 개량한 게 아닌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이며 지난해 7월 개발을 지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레시니크는 6개의 탄두를 탑재한 다탄두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로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이런 미사일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오레시니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유형의 미사일을 사용하기 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민간인에게 사전 통보해 대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무기라서 미리 알려줘도 상관없고 민간인이라도 대피할 수 있게 배려하겠다는 겁니다. 

 

오레시니크는 아직 실전배치하지 않은 미사일입니다. 이번에는 빈 탄두로 시험발사를 했습니다. 실전에서 바로 시험한 걸 보면 상당히 자신 있었던 모양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탄두의 온도가 섭씨 4천 도에 이르기 때문에 목표물이 먼지로 분해된다고 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오레시니크의 공격을 받은 유즈마쉬 공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목격자에 따르면 공장이 먼지로 변했다고 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시험이 성공적이라며 오레시니크를 대량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다른 무기들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오레시니크를 공개한 의도는 분명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고 이걸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응징’이자 만약 더 나아간다면 유럽 전역에 핵공격을 하겠다는 경고입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4일 소셜미디어에 “유럽은 탄두가 핵일 때 오레시니크가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이 미사일을 격추할 수는 있는지, 유럽 각국 수도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라면서 “답은 다음과 같다. 피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요격할 수 없고, 몇 분이면 충분하다”라고 자문자답했습니다. 또 “방공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일한 희망은 러시아가 발사 전에 미리 경고해 주는 것뿐”이라면서 “따라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인 11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에 관한 논의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상회담 뒤 나온 발표에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두 정상의 약속을 재확인했고, 필요한 기간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두 핵보유국이 만났지만 파병이나 참전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러시아의 핵위협 때문입니다. 

 

이제 우크라이나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군인도, 무기도 없고 도와줄 나라도 없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군인 부족을 해결하려고 30세 이상 남자 대학생 2만 3,448명을 병역 기피자로 간주해 강제 퇴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핵위협 때문에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합니다. 최근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징집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지난 4월 징집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췄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8살로 더 낮추라는 것입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인이 아니라 무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서방이 무기 지원을 제대로 안 하면서 관심을 돌리려고 징집 연령 문제를 꺼내 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징집 연령을 낮췄다가 강력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을 걱정하는 젤렌스키 정권의 변명으로 보입니다. 진실은 군인과 무기 둘 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북러공조와 핵지형 변화

 

10월 29일 러시아가 3대 핵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핵전쟁 훈련을 하고 이틀 뒤인 10월 31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화성포-19형을 두고 “최종 완결판 대륙간 탄도미사일”, “세계 최강의 전략 미사일”이라 불렀습니다. 화성포-19형은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길고 크기도 큽니다. 차량 이동식 미사일 가운데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표현과 실제 크기로 볼 때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50년 전에 개발해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 III과는 여러모로 비교해도 훨씬 우월한 미사일입니다. 

 

▲ 화성포-19형.


이런 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날려 보내면 여러 도시와 군사시설이 동시에 증발하고 말 것입니다. 미국 당국자가 잠 못 들 이유가 또 늘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비슷한 시기에 전략무기를 보여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국 전략무기 운용을 다른 나라와 조율할 정도면 공조 수준이 상당하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놓고 보면 러시아 단독으로도 미국을 능가하지만 여기에 북한과 공조까지 하면 완전히 미국을 압도합니다. 

 

1945년 처음 핵무기가 세상에 등장한 뒤로 핵은 국제질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수단이었습니다. 누가 핵패권을 쥐느냐는 세계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지난 반세기는 미국이 핵무기를 흔들며 세상을 위협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반대가 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강력한 핵무기를 앞세워 미국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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