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여자에게
강란숙 시인
기사입력: 2017/11/14 [08: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시] 나의 여자에게

                                  강란숙

 

보라

지난여름 저 들판을 흔들던 바람의 들소리를

쇠똥구리만 굴러가도 깔깔대는 어린 소녀와

오물조물 거리며 수다를 떠는 갓 스무 살, 문턱 겨우 넘은

계집애와 물 오른 수양버들 같은 서른 살 쯤의 여자와 그 문턱을

다 넘어 허허로운 벌판에 벌거벗은 나무처럼 스스로 그늘이 되어

삶의 등고선에 선 여자들의 아름다운 반란을 보았다

 

때론 소소한 수다와 가끔은 일탈의 사랑을 꿈꾸는 자유를

누가 앗아 가는가

내 작은 텃밭 같은 이념을 덮으려 하는 가

 

검은 사내들의 거리에 선 세상을 향해

여린 꽃이길 거부한 그대들의 반란을

어두운 거리에서

한 여름 땡볕에서 살얼음 낀 겨울 한 복판에서

핏빛으로 울부짖던, 피 울음을 기억하자

거대한 저항에 앞서 죽어간 이름 없는 나의 여자여

그들의 영혼을 위하여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품을 줄 아는 나의 여자여

우리는 우리를 보듬어가자

무자비한 폭력 속에 온몸을 떨며 맞선 나의 여자여

서슬 퍼런 권력에 분연히 일어섰던 나의 여자여

천둥 치는 한 여름 밤 장대비 맞으며 꼿꼿이 나를 세우던

맵찬 나의 여자여

저 아름다운 반란을 위해 촛불을 든 나의 여자여

진실을 외치는 이 땅의 나의 여자들을 위한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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