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361] 황장엽 빼고 정말 고위급탈북자가 있었나?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11/15 [14:1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11월 14일 병원으로 후송되는 판문점 귀순 북 인민군 병사  

 

11월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조선(북한)군 하나가 남측으로 귀순하다가 총격을 당해 치료중이라 한다. 총알 여러 발을 맞았는데 수술을 거쳐 생명지장은 없으나 아직 2~3일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보도가 14일에 나왔다. 14일 현재까지는 하급전사(병사)라고 보도되었는데, 이제 그가 정신을 차려 신원과 의도가 판명되면 한국의 언론들에서 급작스레 특진하지 않을까 우려(?)부터 생겨난다.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먼저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소식이 터져나온 다음, 북한군 장령이 탈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좀 뒤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사람의 탈북은 꽤 오래 전의 일이었고 실제상 좌급(영관급)이었는데, 한국 보수언론들은 그 사람이 어느 특별부서에서 일했고 거기 장교들은 보통 부대보다 급을 더 높이 친다면서 북한군 장성이라고 우겼다. 

 

탈북 뒤의 특진은 군인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영국의 2명 기자가 《North Korea Confidential(북조선의 기밀)》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2015년에 출판했고, 금년에 한국에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어 보수매체들의 찬양 속에서 베스트셀러로 됐다는 책에서는 “실제로 고위층 탈북자 장진성 씨는 김정일에게서 금장 롤렉스 시계를 받기도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장진성 씨에게 “탈북시인” 따위 수식어가 붙은지는 오래지만, “고위층 탈북자”는 듣다 첫 소리다. 그 자신은 조선의 통일전선부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조선에서는 그의 본명이 위철현이고 그의 경력담은 모두 가짜라면서 전처였다는 여인까지 내세워서 반박했다. 조선의 반론이 죄다 가짜이고 장진성 씨가 한국과 외국에서 공개한 경력들이 모두 진짜라고 치더라도, “고위층”이라고 부르기에는 턱부족이다. 통일전선부의 부장이나 부부장 쯤 돼야 “고위층”이란 단어가 걸맞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고급간부” 하면 근년에 국가공무원 급수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 더 널리 쓰이는 건 오랜 전통을 가진 직급분류법이다. 군대에서는 군급(군단급), 지방에서는 성급(직할시급과 자치구급을 포함하여), 중앙기관에서는 부장급(장관급)이어야 고급간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외교관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여 외국에 나가 있는 대사들만 해도 몇 등급으로 나뉘는데, 제일 높은 급의 대사는 부부장급(차관급) 이상 대사로서 중요한 수교국들의 대사이다. 예컨대 지금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의 리진쥔(李进军, 리진군) 대사가 대외연락부 부부장이었으니 바로 부부장급 대사이다. 덜 중요한 수교국들에는 정사급(正司级) 대사나 부사급(副司级) 대사들이 나가 있으니, 사(司)는 중국 행정단위의 하나이다. 중국의 외교계통에서 공사는 사급(司级)으로 치니까 고위급에는 끼이지 못한다. 

 

정사급이라면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 간부일까? 성급 행정구역에서는 성정부 여러 청(厅)의 청장이고, 지구급 행정구역에서는 당서기와 지방장, 인민대표대회 주임, 정치협상회의 주석이다. 한국에 비교적 잘 알려진 연변(옌볜)조선족자치주는 지구급이니까 주위서기(州委书记, 주당위원회 서기), 주장, 주인민대표대회 주임, 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정사급이다. 예전에 지구- 주는 군대의 사(사단)과 맞먹어 지사급(地师级)라고 불렸는데, 전쟁연대에는 사장(사단장)을 고급간부로 간주하기도 했으나, 근년에는 중급간부에 속한다. 

 

따라서 중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역대 귀순자, 탈북자들 가운데서 진짜로 “고위급”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사람은 황장엽 서기 하나 뿐이다. 2016년에 한국으로 간 태영호 전 런던주재 조선대사관 공사는 고위급이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다. 

 

글쎄 나라마다 고위급에 대한 정의가 다르니까 중국의 기준만을 고집할 수는 없고, 한국에서는 공사가 고위급 외교관으로 인정될 수도 있겠으며, 조선의 고위급 기준이 어떠한지도 잘 모르겠다만, 한낱 공사를 고위급 탈북자로 부르는 건 부풀리기라는 인상을 준다. 장진성 씨를 “고위층 탈북자”로 정의하는 것만큼 뻥튀기는 아니라만. 

“고위급 탈북자”, “고위층 탈북자”의 한국식 남용은 “고위급 탈북자”에 다한 목마르는 고대를 드러낸다고 해야겠다. 조선족 식으로 속되게 말하면 “고위급 탈북자” 게걸병에 걸렸다. 

 

하긴 고위급 탈북자 부족만이 아니라 전반 탈북자 수의 감소세도 일부 한국사람들을 애타게 만든다. 한때 연간 2천 명을 넘긴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때에는 조선이 내일모레쯤 붕괴될 확실한 증거로 삼았는데,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이래 탈북자수가 자꾸만 줄어드니 조선 정부의 통제강화와 가혹한 처벌을 이유로 풀이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게다가 금년에는 놀라운 신공을 보여주는 기발한 해석도 나왔다. 

10월 초에 올해 1∼8월에 입국한 탈북민이 780명으로서 작년 동시기에 비해 12.7% 감소했다고 통일부가 밝히니, 즉시 김정은 집권 후 탈북자는 줄었지만, 생활고와·체제 불안 비중은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10월 13일 밝힌데 의하면 ‘생활고’로 인한 탈북 비중은 커졌다. 생활고에 따른 탈북자 비중은 2012년 38.1%(574명)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9.6%(294명)까지 늘었고, '체제불만' 탈북 비중도 같은 기간 6.1%(92명)에서 16.2%(80명)로 증가했다. 

최 의원은 "이는 김정은의 무모한 핵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간단한 산술계산을 해보자. 

생활고 59. 6%에 체제불만 16. 2%를 더하면 75. 8%이다. 그러면 나머지 24. 2%의 탈북원인은 무엇일까? 공개보도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12년으로 돌아가 생활고 38. 1%에 6. 1%를 더하면 44. 2%이다. 나머지 55. 8%의 탈북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역시 관련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탈북자들의 성별비례, 동반탈북수 등등은 상세하게 공포하면서도 탈북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게는 55. 8%, 적게는 24. 2%에 이르는 건 왜서일까? 정말이지 그것이 알고 싶다. 

 

몇 해 전에 중국에서 유행된 말 “머구이창짜이시졔중(魔鬼藏在细节中, 악마는 세절 속에 숨어있다)”에 익숙해서인지 필자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공포되지 않은 수자를 일단 의심부터 한다. 그 몇 십%의 탈북원인이 혹시 “범죄”여서가 아니겠는가고. 

간만에 판문점에서 탈북한 북한군 덕분에 한국언론들이 여러 날은 심심찮겠는데, 지나친 소설쓰기에 매달리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나올까봐 벌써부터 쬐금 걱정스럽다. 들통나는 경우에는 어느 개인이나 어느 언론사의 망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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