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58] 이수근 무죄판결을 보고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0/12 [09: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10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969년 위장간첩으로 단정되어 사형이 선고, 집행된 이수근씨의 재심에서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는 보도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다만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지만 죽은 지 근 반세기나 지난 인간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그저 법률판례연구자들이나 흥미를 가지겠다. 

올해에 남북 분위기가 바뀌면서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시기, 판문점 역사를 돌이키는 사람들이 거들곤 하던 게 1967년 3월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수근씨의 긴급망명이었다. 반공강연에 많이 출연하던 이씨가 1969년 1월 홍콩으로 가서 캄보디아로 향하다가 기내에서 중정 요원에 체포돼 한국에 돌아가고 위장간첩으로 발표됐을 때 수많은 한국인들이 “북괴의 간교함과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한다. 

 

필자는 1980년대 말 아니면 1990년대 초에 《월간조선》에서 조갑제 씨가 쓴 글을 통해 이수근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고 뒷날 《김형욱 회고록》을 비롯한 자료들을 본 다음 이수근이 간첩이 아니라는 주장을 찬성하게 되었다. 

조갑제 씨가 근년에 극우보수언론인의 대명사로 되기는 했다만, 이수근 진상 파헤치기와 광주사건 북한군 침투설 반대는 노련한 기자로서의 솜씨와 안목이 돋보인다.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하여 여기서는 옳으나 저기서는 틀리고, 이 시절에는 잘 했으나 저 시기에는 못하기도 한다. 하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게 어렵기는 하지만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위장 귀순한 간첩으로 낙인찍히고 생명까지 박탈당하는 데 이르렀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피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때"라고 밝혔다는데, “국가가 저지른 과오”라는 말이 어딘가 눈에 거슬렸다.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은 “1억 총옥쇄”를 부르짖다가 전쟁이 끝나니 “1억 총참회”를 떠들었다. 결국 누구나 참회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 천황의 전쟁책임이 묻혀 지고 ‘갑급 전쟁범’들도 야스쿠니진쟈에 버젓이 들어갔으며 지금까지도 군국주의 망령이 부활할 위험이 다분하다. 다수의 참회는 특정된 개인의 무감각을 불러오게 된다. 비슷한 이치로 “국가가 저지른 과오”를 강조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가란 허상이 아니므로 과오는 구체적인 인간들이 저지르게 된다. 이수근과 처조카 배경옥씨를 간첩으로 몰아간 장본인인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박정희 정권 말기에 실종되어 지금껏 숱한 설들만 만드니까, 어떤 의미에서 죄값을 치른 셈이지만,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던 이수근씨를 못살게 굴던 중앙정보부 요원들 중에는 지금도 생존하는 사람들이 꽤나 될 것 같다. 위장간첩을 잡았다고 내려준 상들도 있을 테고 이수근에게 사형을 선고한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되살리려면 그런 구체적인 인간들과 구체적인 포상들까지 낱낱이 뒤져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재판부는 재판부로서 할 일이 있으니 그런 구체적인 문제들을 일일이 다룰 수는 없겠다. 그러니까 정의와 진실을 사랑하는 이들이 진상공개로 도덕적 판결을 내리는 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수근씨가 법적으로는 여러 가지 죄명을 벗었고, 제3의 길을 가려고 했던 점으로 하여 남북 양비론자들의 추앙을 받는다만, “변절의 추학”시리즈(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8109&section=sc7&section2=)를 썼던 필자의 시점에서는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불행한 변절자에 지나지 않는다. 유가족을 내놓고 그 누가 그를 기념할까?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한다. 아름다운 이름의 중요성이 새삼스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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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문둔침 18/10/12 [13:03]
정문일침에게
가끔 우리나라 기레기들을 비꼬던데 광주항쟁을 광주사건으로 표기하는 귀하도
우리나라 기레기와 별로 다를것없는 기레기 항렬이 아닐까하오
우리가 지금은 비록 외세치하에서 고통받고있다하나 숨어있는 민주역량은 어느나라못지않소

수정 삭제
김삿갓 18/10/12 [18:18]
이수근사건은 천안함폭침조작사건, KAL기사건처럼 불의한 매국정권의 정권연장음모.....살인악당 주범 김형욱은 역적두목 박정희가 납치해서 가루를 만들어 닭모이로 없애버렸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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