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폴란드-벨라루스 난민 문제는 왜?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1/11/20 [20:43]

[러시아는 지금] 폴란드-벨라루스 난민 문제는 왜?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1/11/20 [20:43]

 

최근 유럽연합의 동부전선 격인 폴란드 국경에서 난민 문제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 주변 지역에서 온 난민들이 벨라루스에 머물다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들어가겠다며 몇 주째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대치 상태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폴란드 옆에 있는 벨라루스 정부가 난민의 이동을 조장하거나 적어도 방조했다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벨라루스와 국가통합을 합의해온 러시아가 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글에서는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를 살펴본다. 또한 서방국이 러시아를 배후라 지목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폴란드와 난민의 충돌

 

▲ 최루탄과 물대포를 난민에게 쏘는 폴란드 군인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지역 난민 문제는 2021년 11월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하던 중동 국가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연합 국가로 들어가기 위해 국경 지역에 머물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독일이 2021년 11월 15일 난민들을 데려가려고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쪽으로 버스를 보낼 예정이어서 폴란드가 국경을 개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유럽으로 가길 바랐던 난민들은 기대를 품고 폴란드 국경과 맞닿은 벨라루스 국경검문소 쪽으로 다시 이동했다. 

 

하지만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군인들이 벨라루스 국경검문소 맞은 편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완전 무장을 한 채 대열을 지어 서서 난민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폴란드는 대형 확성기를 통해 영어와 아랍어 등 여러 언어로 ‘폴란드 입국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행위’라고 고지하며 난민들에게 국경을 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동시에 폴란드는 “만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무력이 사용될 수 있다”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이 상황을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난민들을 앞세워 유럽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항공기를 통해 난민들을 수도 민스크로 실어나르고 있다며 벨라루스가 난민을 유럽으로 몰아내 유럽의 안정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라루스가 난민들을 무기화하고 있다”라며 “유럽연합 국경이 ‘하이브리드’ 공격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사이버전·여론 조작·게릴라전·통신망 파괴 등의 수법으로 상대국에 타격을 가하는 전쟁 기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21년 11월 10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독재정권의 시도”라고 표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계속 해치는 한 벨라루스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라며 제재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27개국 대사들은 2021년 11월 10일 벨라루스가 난민을 이용해 유럽을 공격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추가 제재의 법적 근거로 된다고 동의했다. 이어 유럽연합은 2021년 11월 15일 외무장관회의에서 벨라루스 외무장관과 국영 항공사 등 30여 명의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5차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당사자인 폴란드도 유럽연합과 같은 입장이며 난민의 유입을 막으려고 15,000명의 병력과 탱크·방공무기 등을 국경에 증강 배치했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국방부는 2021년 11월 16일 트위터를 통해 난민들이 군인과 경비인력에 돌을 던졌기 때문이라며 난민들이 벨라루스 정부로부터 섬광탄을 공급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폴란드 국방부는 벨라루스 정부가 난민들이 유럽으로 넘어올 수 있게 국경 울타리에 구멍을 뚫었다고 주장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021년 11월 9일 대치 중인 현장을 방문한 후 의회에서 벨라루스 정부가 난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는 새로운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러시아의 신제국주의적인 정책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최근 사례가 벨라루스의 공격”이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일선에서 러시아의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이므로 진짜 지휘자는 모스크바의 푸틴 대통령”이라며 갑자기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서방의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근거 없는 러시아 배후설과 서방의 난민 정책

 

서방국이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이유 중 하나는 벨라루스에서의 2020년 반정부시위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가 더 가까워졌고 2021년 9월에는 두 나라를 통합하는 ‘연합국가’ 창설을 위한 세부안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휘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실행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난민들을 국경으로 내몰아 유럽을 혼란하게 만들 속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푸틴 대통령은 2021년 11월 12일 러시아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러시아 항공사들도 벨라루스-유럽연합 국경 지역에 머무는 난민들을 운송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이번 난민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에 씌우려 하고 있다며 “난민들을 유럽 국가로 수송하는 단체들이 있고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단체들의) 핵심 고리는 유럽 국가들에 있다”라고 러시아 배후설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난민 문제가 서방국이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책임은 서방국에 있다고 지적하며, 중동 지역 난민들이 벨라루스로 몰린 것은 비자를 받지 않아도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1년 5월 유럽으로 가기 위해 벨라루스로 온 난민들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서방국의 난민 정책이 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현재 국경 임시 난민캠프에 수일째 2,000명 이상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난민을 위하는 것 같은 서방국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서방은 이전과는 다른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방국들은 그동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 수용에 호의적으로 말했지만 최근 정책을 바꿔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들을 강경하게 진압하는 건 물론, 일종의 금기나 마찬가지였던 ‘국경장벽 건설’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24억 유로(약 3조 2,413억 원) 규모의 국경관리 예산을 편성했다. 최근까지 해당 예산 용도는 ‘이민자 감시를 위한 무인기(드론)나 적외선 카메라 구입’ 등의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미셸 유럽연합 상임의장이 2021년 11월 11일 “유럽의회 법률고문들이 국경장벽 건설에 해당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하면서 장벽 건설을 위한 절차적 걸림돌이 없어졌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주장처럼 국경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들은 서방국의 대응이 난민 문제를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에는 난민들이 폴란드 경비인력에 돌을 던지는 장면과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물대포·최루가스·섬광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모두 포착됐다. 또한 벨라루스 국영 매체 영상에는 폴란드의 물대포 투입으로 난민들과 현장 취재 중인 벨라루스 기자가 물세례를 맞는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대응은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최루가스 발사는 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벨라루스 국영 통신 벨타는 폴란드 병력이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노란 액체(최루가스)를 뿌렸고 연기 때문에 사람들 숨이 막혔다고 보도했다. 벨타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군 화생방국은 폴란드 군경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들에게 독성 화학물질을 썼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1년 11월 9일 러시아 잡지 나치오날리나야 오보로나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인권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난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라며 폴란드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은 EU가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 이에 대응해 유럽행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2021년 11월 14일 벨라루스와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을 상의한 적 없으니 (벨라루스가 독단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일단락됐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서방국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현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부 그로드노주 지사에게 난민수용시설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난민이 이 수용시설로 옮겨가 현재 머물고 있다. 벨타 통신은 이곳에 침대 2,000개가 마련됐고, 음식은 벨라루스군 취사병들이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2021년 11월 10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해결책을 논의했고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도 11월 15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하면서 국경에서 긴장 고조를 막을 방안과 국경지대에 갇혀있는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협의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1년 11월 16일 독일 뮌헨 당국이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폴란드가 계속 막아 나서면 국경 지역에 머문 난민들을 자국 항공사 벨아비아 항공기들을 이용해 독일 뮌헨까지 갈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1년 11월 15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했고, 양국 정상은 유럽연합 회원국과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발생한 긴장 완화 필요성과 이주민을 위한 인도적 노력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믈류센터를 개조한 임시 난민 수용소.

 

소결

 

현재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체류 중인 한 난민 남성은 CNN 인터뷰에서 “살아남아 있으려고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곳에서 28일째 머무르고 있다는 이라크 출신 23세 라완드 아크람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 화가 나 있다”라며 “유럽에 갈 수 없다면 다른 해결책이 없어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유럽연합과 서방국은 자국에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타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상황만 보아도 난민에게 총구를 들이밀며 러시아·벨라루스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난민 문제와 국제 사회 혼란을 누가 조장하고 초래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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