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불길 순식간에 없애려면
[통일문화 만들어가며](173) 공상과학소설 《붉은 섬광》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3/04/28 [14:59]  최종편집: ⓒ 자주시보
 
[편집자 주: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 본지의 편집방향은 무관합니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북에 대한 정보를 통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2009년 말부터 몇 해 째 연재 [통일문화 만들어가며]를 쓰면서 느낀 점들이 아주 많은데, 같은 부류의 소재들을 연달아 소개하는 걸 피해야 된다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심미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기에 이번 달에 단편소설 《고지전》과 장편소설 《은하수 흐른다》를 소개한 다음 다른 부류의 소재를 준비해놓았는데, 해킹사건이 하도 요란스레 떠들어지는 바람에 해킹과 방어를 다룬 공상과학단편소설 《3차원상에서의 폭발》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꼭 소재종류를 바꾸려고 마음먹었으나, 이달의 마지막 편도 결국 소설을 그것도 공상과학단편소설을 골랐다. 계기는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화학비료공장에서 일어난 화재가 굉장한 폭발로 번진 원인이 소방대의 화재진압방식부당이라는 보도가 제공했다. 무수암모니아가 많은 공장인데 불을 끈다고 물을 뿜는 바람에 그만 폭발이 생겨나 숱한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것이다. 마침 여러 해 전에 나온 조선(북한)의 공상과학소설이 화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었기에 소설들만 잇달아 소개한다는 불리한 점을 감안하면서도 이렇게 알리는 바이다.
 
지난 편에서도 지적했다시피 공상과학소설이야 그 무슨 “고무, 찬양죄”에 걸릴 소지가 전혀 없기에 이번 작품도 전문을 아래에 첨부하는바, 감상재미가 쏠쏠하다고 미리 귀띔한다.
 
200자 원고지로 95매 분량인 《붉은 섬광》《리금철 지음, 조선문학》2002년 9월호 47~ 54쪽)은 공상과학소설이라지만 공상과학 성분은 많지 않고 오히려 정탐소설, 추리소설에 더 가깝다.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섬나라 아씨르의 항구에서 어느 날 밤 일어난 괴상한 화재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여 진상을 밝혀내는 게 소설의 골자인데, 이튿날 14시까지 수사를 끝내야 한다는 설정으로 긴박감을 조성한 것이 정탐소설답고, 진범이 누구냐를 놓고 회의에서 수사관들이 쟁론을 벌리는 대목 또한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수법이다.
 
조선의 공상과학소설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이야기가 발생한 시간은 미상이다. 단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직 존재하면서 세계 도처에 손을 내민다는 설정으로, 사실은 미래에 빗대어 현실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남극대륙에 조선의 과학연구기지가 존재하며 과학자들이 파괴된 오존층의 복구를 연구한다는 설정으로(지금까지는 물론 없지만), 조선사람들이 어떻게 세계와 지구를 생각하느냐도 엿볼 수 있다.
 
우선 사건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씨르에 주둔하는 미군이 자기들의 군용항구에 군수물자가 가득하다는 이유로 수백 톤의 연유를 아씨르 민용항구의 민용창고에 넣었는데, 며칠이 지나 야밤에 괴상한 화재가 일어나 불길이 창고로 뻗으면서 연유통들이 폭발할 위험에 처했다. 그런데 20분 가량 치솟던 불길이 급작스레 꺼지어 다행히도 폭발사고는 생겨나지 않았다. 좀 특이한 현상이라면 화재당시 미군 헬기가 날아와 검은 구체들을 떨군 것과 화재 후 항구에 정박했던 관광여객선 “펭귄”호의 부근에서 어떤 휴대용발사체의 잔해를 건져낸 것.
 
당국의 지시에 따라 자치주 검찰청의 상급검사 아브람즈 헬렌과 경시청의 경부 쟈스민이 수사를 맡는데, 감시카메라가 찍은 장면에 근거해 화재당시 아수라장이 된 “펭귄”호에서 지나치게 침착했고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했던 조선과학자 김학성이 혐의자로 지목된다. “펭귄”호는 워낙 남극주관광객들만 태웠는데, 남극주의 그라함랜드연구기지에서 이례적으로 조선의 분자화학공학 연구사 셋을 태웠던 것이다. 선장은 그들을 태운 이렇게 설명한다.
 
인도주의요. 그들이 하는 연구는 우리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한 일인데 그런 봉사야 못해 주겠소? 물론 그들한테는 전용비행기가 있지만 그곳에 남아 연구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리용해야 하니 부득불 우리 배에…》”(49쪽)
 
이처럼 특별한 승객인데다가 화재당시 언행도 유달랐기에 김학성은 헬렌의 조사를 받게 되고, 쟈스민에 의해 방화범으로 찍힌다. 허나 나중에 알고 보니 김학성은 화재를 진압한 영웅이다. 최신연구성과를 이용해 아씨르 항구를 구원하고 아씨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면서도 김학성은 자랑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떠나가 헬렌과 쟈스민을 감동시킨다. 때문에 《붉은 섬광》은 조선의 문예작품들이 선호하는 주제- 외부사람들이 조선사람을 오해하다가 참모습을 알게 된다-를 공상과학소설의 형식을 빌어 새롭게 다룬 셈이다.
 
또한 미군이 엉터리 구실을 내세워서 대량의 연유를 민용항구에 반입시켰다가 의도적으로 화재를 일으키고 확대함으로써, 아씨르사람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동시에 보관부당이유로 연유의 손실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나아가서는 아씨르사람들의 미군철수요구를 눌러버리려 했다는 내막을 통해, 미국의 교활성을 부각했으니 이 역시 조선의 문예작품들이 선호하는 바이다. “음모론자”들이 무척 좋아할 설정으로서 볼거리를 늘여준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며칠후, 인터네트망에 가입되여 있는 미국방성 정보실의 콤퓨터화면에는 아씨르의 처녀검사가 립증한 자료가 비쳐 졌다.
《붉은 섬광으로 불구름을 가시였다.》
”(54쪽)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미국이 주도했고 핵심서버들이 거의 다 미국에 있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음모가 밝혀지고, 미국방성 정보실이 뒤늦게 진상을 알게 된다는 건 상당한 풍자적의미를 띈다.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작품은 정탐소설에 가깝기에 공상과학 성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화재진압의 관건으로 되는 “산소분자의 인공조절”을 내놓고는 공상과학 성분이 들어간 소재는 “반중력의 원리를 적용한 자그마한 휴대용질량측정기”(50쪽)이다. 이 측정기는 물품 위에 올려놓으면 질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니까 기존 저울들보다 굉장히 편리하다. 현실 속에서 이러저런 물품들의 무게를 달곤 하는 필자로서는 진짜 부러운 물건이다.
 
또한 미군은 “산소분자의 인공조절”기술로 공기 속의 산소분자를 증대시킴으로써 불길을 더 세차게 만들고, 김학성은 “산소분자의 인공조절”기술로 산소분자들이 불활성을 띄게 함으로써 큰 불길을 순식간에 꺼버리는데, 그로 인해 다른 현상들도 생겨난다.
 
… 부두에서 탈출하던 《펜긴》호 기관이 멎어 버린 사실과 승객들의 숨 가쁜 호흡현상이다. 공기속에 분포되여 있는 산소가 불활성을 띠게 되자 기관안에서 진행되던 연료의 연소가 멎어 버렸고 오래동안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의 호흡에서도 이상현상이 나타났던것이다.
그 이후 《펜긴》호 승객들의 정상상태로 보아 사람들이 《나무공》산소의 조성으로 인체에 해독을 받지 않은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공기중에 생명에는 위험을 주지 않을 량의 활성산소가 남아 있어 사람들이 생리적으로 숨 가쁘게 호흡하여 부족되는 산소섭취를 한것으로 보아 진다.
”(53쪽)
 
현상 만으로 볼 때에는 서방에서 이미 개발했다는 무기- 공기 속의 산소들을 급격히 소모함으로써 건축물과 탱크, 함정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질식사시킨다는 무슨 탄과 비슷하다. 단 소설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해를 입지 않는다. 산소분자를 인공조절하든 산소들을 재빨리 소모하든 그런 기술을 공중에서 사용하면 비행기들의 비행조건이 파괴되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아무리 많은 적기들이 날친다더라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원가와 효과비례가 어떠할지 모르겠다만, 이런 상상은 자유라 해야겠다.
 
정탐 성분과 공상과학 성분들을 떼놓고 세부들을 들여다보더라도 《붉은 섬광》에는 흥미로운 점들이 있다. 예컨대 “검찰청”, “경시청”, “경부”같이 조선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들은 일본의 현실과 추리소설들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조선작가들이 어떤 경로와 어떤 작품들을 통해 외부세계를 요해하는가가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인데, 누가 이런 문제들을 정확히 풀어낸다면 통일문화 만들기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작가들에 제한되지 않고, 조선사람들이 외부세계를 요해하는 경로들을 확인한다면 더욱 큰 의의를 지닌다. 물론 일부 세력들이 걸핏하면 날려보내는 삐라 따위는 아닐 것이다.(2013년 4월 27일)
 

첨부자료 1종:
 
단편소설 붉은 섬광
 
리금철
 
 
남태평양의 아열대수역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섬나라인 아씨르의 수도에서 한밤중에 발생한 항구화재사건은 실로 많은 수수께끼를 안고 있었다.
원인 모를 폭발과 함께 일어 나 부두 안쪽으로 퍼져 나가는 불길, 불길… 그 불길의 화광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수천개의 연유통들이 환히 드러나 있다. 통들마다 씌여져 있는 흰색의 자호들, 《USA》…
어느새 날아 와 부두상공에 떠도는 미군직승기. 그 직승기에서 몇개의 검은 구체들이 불길우에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불길은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세차게 기승을 부리며 그 연유통들쪽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그것에 질겁한듯 미군직승기는 황황히 바다쪽으로 날아 가고 말았다.
연유통들의 폭발을 몇분 앞둔 때 별안간 부두의 상공에 붉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웅글은 뢰성이 울었다. 그러자 그처럼 무섭게 타번지던 불길이 갑자기 사위여 지더니 얼마후에는 모두 땅속으로 잦아 든듯 없어 지고 말았다.
이것은 불과 20분사이에 일어 난 아씨르항구의 화재사건이였다.
불이 꺼진 부두의 밤하늘에 화재가 피워 올린 검은 연기가 무겁게 떠돌았다. 마치도 이곳의 항구에서 일어 난 괴이한 화재현상의 비밀을 덮고 있는 흑막처럼…
화재의 연기로 하여 뿌잇한 재빛 운무속에 묻혀 있는 항구로 한대의 승용차가 질주해 들어 왔다.
피해를 입은 어수선한 부두가까이에 와 멎어 선 승용차에서 연회색의 코트를 몸에 걸친 한 녀인이 가볍게 내려 섰다.
아침노을이 비낀 동녘하늘에서 불어 오는 해풍에 금발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 녀자의 자태는 참으로 황홀하였다. 그는 아씨르항구화재사건수사를 위해 현장으로 내려 온 이곳 자치주 검찰청의 상급검사 아브람즈 헬렌이다.
처녀의 눈길은 지금 부두에 정박해 있는 관광려객선 《펜긴》호에로 가 멎어 있었다. 간밤에 일어 난 화재의 수수께끼를 제일 많이 안고 있는것이 바로 저 배이다.
오늘 새벽 항구경찰은 화재가 멎은 사고현장과 그 주변수역에 대한 검색사업을 진행하였다. 잠수부들은 화재당시 《펜긴》호가 정박해 있던 주변 바다밑에서 이상한 물체를 건져 내였다. 길이가 60센치메터, 구경이 8센치메터인 그 은백색의 특수수지원통을 감정한 결과 어떤 휴대용발사체의 잔해라는것과 그것이 바다물밑에 가라앉은것은 불과 몇시간전이라는것이 판명되였다. 발사체는 바로 관광려객선 《펜긴》호에서 부두에 화재가 일어난 때를 전후로 사용된것이였다.
항구경찰은 그 발사체의 사용에 의해 부두의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상부에 보고하였다. 그러면 그 발사체의 사용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때문에 항구에 화재를 일으켰는가? 혹시 그 연유통들을 노리고?…
그 연유통들은 원래 이곳 아씨르섬에 주둔하고 있는 미해병대의 전략물자이다. 미군은 며칠전에 본국에서 수송해 온 수백톤의 그 연유를 저희네 군항에 가득한 군수물자들을 구실로 이곳 민간창고에 우격다짐으로 반입시켰던것이다.
최근 이곳 주민들속에서 높아 지는 반미감정과 당국의 요구로 이 섬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미군이 그처럼 많은 전략물자를 평화적인 항구에까지 마구 들이민 그 오만무례한 처사가 결국은 아씨르에 피해를 가져 온 셈이다.
착잡한 생각에 잠겨 잔교우를 거니는 헬렌에게로 경시청의 쟈스민경부가 느릿이 다가왔다.
《허! 아침산책을 하시오? 산책도 너무 오래면 권태감이 올텐데…》
《권태감을 이기면 희망이 온댔어요. 그 희망을 경부님이 가지고 온것 같은데… 벌써 사건수사의 실머리를 찾은가 보죠?》
쟈스민은 헬렌보다 먼저 항구화재사건수사를 시작하였던것이다.
《역시 헬렌씨의 예지란…》
쟈스민은 헬렌앞에 자그마한 휴대용콤퓨터를 동작시켰다. 휴대용콤퓨터에는 어제밤 부두의 자동감시기가 록화한 자료들이 입력되여 있었다.
《이것 보오. <펜긴>호의 수백명 승객들중에 이 사람의 표정과 행동거지만은 별로 남 다르오.》
콤퓨터의 화면에는 30대의 젊은 남자가 비쳐 지고 있었다. 손에 쥔 무선전화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무어라 다급히 말하며 불길이 치솟는 부두쪽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얼굴표정은 두려움에 싸여 있는 여느 승객들과는 달리 침착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콤퓨터의 화면에는 그 사람의 인물자료가 나타났다.
이름. 김학성
나이. 당년 서른네살.
국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
직업. 남극대륙 그라함랜드연구기지 연구사(분자화학공학 박사)
박사의 동행자들인 다른 두명의 조선사람들도 분자화학공학의 전문가들이였다. 그들은 남극대륙의 상공에 구멍이 난 대기의 오존층을 수복하기 위해 다년간 현지에서 연구사업을 진행하던중 귀국하는 길이였다.
(분자화학공학 박사… 그라함랜드연구기지…)
입술을 옥물고 사색에 잠겨 있던 헬렌은 콤퓨터를 자기 앞으로 끌어 당겼다.
그의 조종에 따라 화면에는 본래의 장면이 다시 비쳐 졌다.
화재현장과 승객들쪽을 엇갈아 보며 빠르게 움직이는 학성의 입놀림…
《경부님, 혹시 저 입놀림이 우리에게 뭔가 시사해 줄수 있지 않을가요?》
쟈스민은 침묵하였다. 헬렌의 말뜻을 몰라서가 아니였다.
역시 헬렌은 지혜가 있는 녀자였다.
《알만 하오. 저 사람의 입놀림을 언어로 재현해 보기요. 내 전문기관에 의뢰하겠소.》
아씨르당국은 항구화재사건수사에 헬렌과 쟈스민은 동시에 참가시키였다. 범인수사로 국제선박을 억류시키면 엄청난 연체료지불은 물론 국제사회계의 비난을 산생시킬수가 있으니 《펜긴》호 출항전으로 방화범을 잡아 내야 하였다.
아씨르시장은 그들에게 직접 무선전화까지 걸어왔다.
《두 수사진이 마음을 합쳐 14시전으로는 사건을 결속해야 하오.》
(마음을 합치란 말이지…) 
쟈스민에게는 시장의 그 훈시가 뜻 깊은 의미를 안고 가슴속에 파고 들었다. 헬렌과 몸 가까이에 있는 이 젊은 경부의 마음은 지금 흥분으로 끓고 있었던것이다.
쟈스민은 이미 오래전에 이 미모의 처녀에게 련정의 불질을 하였었다. 하지만 처녀의 랭담성은 그런 불질쯤에는 녹을념을 하지 않았다. 쟈스민은 그때 벌써 그런 서푼짜리 련정으로는 헬렌의 가슴속 얼음을 녹여 낼수가 없다는것을 절감하였다.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경부로서의 지혜와 능력 그리고 사나이다운 기질과 인내력으로 이 미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바로 그 기회가 비로소 찾아 온것이다. 헬렌과 함께 벌리는 이 항구화재사건수사는 쟈스민에게 차례진 더 없는 행운이였다.
헬렌과 헤여지기 앞서 쟈스민은 그에게 은근히 말을 건넸다.
《헬렌씨, 난 우리 아씨르의 리익적견지에서 건의하는건데… 이번 수사에서 검찰청의 검사와 경시청의 경부라는 직업적인 울타리를 해소하였으면 하오.》
《서로가 협력하자는 그 의견은 저도 동감이예요. 하지만 맹수사냥도 한곳을 함께 찌르는것보다 두곳을 서로가 동시에 찌르는것이 더 효과적일텐데요.》
《제각기 수사선을 늘이자는건데…》
《<시작과 끝을 동시에 보라.> 아마 동방의 성구일거예요.》
쟈스민은 헬렌의 의도를 대뜸 알아 차렸다. 항구화재사건의 시작과 끝에서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자는것이다. 헬렌은 《시작》에서부터 오고 쟈스민은 《끝》에서부터 가고…
쟈스민은 헬렌에게 지꿎은 눈길을 보냈다.
《헬렌씨, 만약 우리의 두 수사선이 한점에서 교차를 이루게 되면 그때는 그것이 우리들의 로맨스(사랑)로 되지 않을가요?》
《처녀를 그렇게 바라보면 실례랍니다.》
쟈스민의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비끼였다.
《나는 그 교차점이 지금껏 평행을 그어 온 우리 두사람의 운명의 교차점으로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글쎄요. 우리의 수사선이 교차를 이룰수 있겠는지… 하지만 저 역시 그것을 기대해요.》
순간, 쟈스민의 너부죽한 얼굴이 불을 켠 투광등처럼 환히 밝아 졌다.
《항구화재사건에는 바로 이 배가 관계되여 있어요.》
관광려객선에 오른 헬렌이 선장에게 던진 이 말은 말 그대로 《펜긴》호의 한복판에 떨어 진 《폭탄》이였다.
깜짝 놀란 선장은 헬렌에게로 사납게 두눈을 치떴다.
《무슨 소릴 하오? 도리여 우린 그 화재때문에 모두 <천당>으로 갈번 했소.》
선장의 말은 사실이였다.
남극대륙관광을 끝내고 귀항하던 도중 이 항구에 정박한 《펜긴》호에서는 폭음에 잠을 깬 수백명의 승객들이 절망에 싸여 불길의 위협을 받고 있는 그 연유통들을 바라보며 아우성을 터치였다.
잠옷바람으로 뛰쳐 나온 선장에게 어느 넋 빠진듯 한 녀인이 매여 달리였다.
《짐보관실에 도적이… 트렁크를…》
그러나 선장은 무선전화기를 손에 쥐고 다급히 고함만 질러 댔다.
《기관실! 기관실!…》
이어 아비규환의 소음을 짓누르며 배기관의 둔중한 시동소리가 터지였다. 배를 바다쪽으로 뽑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부두상공에서 붉은 섬광이 일어나고 무엇때문인지 그처럼 성능 좋던 배기관이 연방 재채기를 하더니 멎어버리고 말았다. 갑판우의 승객들도 모두가 숨이 가빠 하면서 공포속에서 허둥거리였다.
만약 부두에 쌓여 있는 수백톤의 그 연유가 폭발했으면 항구와 그 주변은 온통 불바다로 되였을것이였다.
《하지만 화재의 범인이 이 배에 타고 있는것은 틀림 없어요.》
《그럴수 없소. 우리 <펜긴>호에는 관광객들뿐이요.》
선장은 무뚝뚝히 대꾸했다.
《왜 관광객들뿐이예요? 제가 알기엔 그외 사람들도 몇명 있던데요.》
《그외 사람들이라니? 아, 조선사람들 말이요?… 남극대륙의 드레이카해협에서 3명의 조선과학자들이 우리 배에 올랐소.》
《그 사람들을 배에 태운 리유는 뭐예요?》
헬렌은 《펜긴》호의 웅자를 천천히 둘러 보며 흔연히 물었다.
《인도주의요. 그들이 하는 연구는 우리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한 일인데 그런 봉사야 못해 주겠소? 물론 그들한테는 전용비행기가 있지만 그곳에 남아 연구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리용해야 하니 부득불 우리 배에…》
갑자기 선장의 혀가 굳어 졌다. 바다사람다운 기품과 배짱이 엿보이던 그의 두눈에도 언뜻 적의가 비끼였다.
《아니? 그러니 그 사람들이 화재를…》
《전 아직 그 사람들이 화재범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어요.》
헬렌은 코트에 두손을 찌른채 갑판우를 몇걸음 거닐다가 다시 선장에게로 고개를 들었다.
《화재당시 짐보관실에 도적이 들었댔다지요?》
《그 녀인이 헛본 모양이요. 아직은 승객들속에서 무엇을 잃었다는 사람은 없소.》
《아마 그럴거예요.》
처녀검사는 그 리유를 알고 있는것 같았다.
선장은 고개를 기웃거리였다.
혹시 그 무슨 귀중품을 노리고 화재를 일으켰을수도 있지 않을가? 배안에 혼잡을 조성시키고 그 기회에 도난을 실현하려고… 그러다 갑작스러운 불길의 소화로 혼란이 가라앉자 노리던것을 찾지 못했을수도 있다.
여러명의 승객들이 모여 들자 그들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선장님, 이 배가 억류됩니까?》
아마 어느 승객이 그들의 대화를 엿듯고 과장해서 전한 모양 모두의 표정은 불안한 기색이였다.
《그렇게 될것 같소. 항구화재사건이 해명될 때까지…》
선장은 풀이 죽어 떠듬거리였다.
《난 <볼떼르>사와 남극대륙관광에 대한 인터뷰를 계약했소. 계약이 류산되면 선장님이 책임질수 있습니까?》
《나의 주권들은 시간을 다투오. 여기서 지체하면 안된단말이요.》
선장은 헬렌에게로 침울한 눈길을 돌렸다.
《아가씨, 보다싶이 나에게는 시간이 돈이요. 귀항이 늦어 지면 우린 매일 20만딸라를 손해 보게 되오.》
헬렌은 선장에게 두눈을 깔끔히 치떴다.
《고작 20만딸라요? 선장님, 화재로 잃을번 하였던 이곳 아씨르의 수많은 재부가 얼마인지 그 값을 계산해 보았어요?》
선장은 코살을 찡긋거리더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는 무거운 한숨이 새여 나왔다. 아씨르항구의 화재사건으로 비등된 이곳 당국의 분노를 잘못 자극하다가는 더 큰 화를 당할수가 있었던것이다. 사건의 진실여부가 어찌하였던지간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것은 역시 아씨르당국이다. 정말로 이 녀검사의 판단대로 화재의 범인이 《펜긴》에 있다면 출항문제를 항의한것이 도리여 공무집행방해죄로 몰리울지 어이 알랴.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화재를 입어 거무틱틱한 부두의 전경을 바라보는 헬렌의 분기기 비낀 눈빛에서 그들은 아씨르검찰의 희생물로 될수 있는 위기를 느끼였었다. 재난을 당한 아씨르는 필경 누구한테인가 분풀이를 가할것이다. 《펜긴》호의 승객들은 누구도 자기들이 아씨르검찰의 칼도마우에 오를 도미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결국 《펜긴》호의 닻줄은 이 처녀검사의 작은 손에 쥐여 져 있는셈이다.
우울해 진 승객들이 헤쳐 가려는데 흰 샤쯔에 재빛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젊은 승객이 헬렌앞으로 다가섰다.
《검사선생, 나는 당신에게 문제고찰을 심중히 할것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헬렌의 놀란 눈길이 그 젊은 승객한테로 향해 졌다. 처녀의 눈길이 한동안 이목구비가 그쯘한 그에게로 가 멎어 있었다.
《바로 그 조선과학자이지요.》
선장이 헬렌에게 그 젊은 승객을 소개하였다.
《알고 있어요. 이름은 김학성, 분자화학공학 박사이지요.》
헬렌은 학성이한테서 눈길을 떼고 차겁게 대꾸하였다.
《박사선생, 선생한테도 시간이 돈인 모양이지요?》
《그 말은 나한테가 아니라 바로 당신한테 해당되오. 사건수사로 <펜긴>호의 출항이 늦어지면 당신네 당국은 시간당 계산되는 연체료를 물어야 할테니까.》
《저에게 무슨 암시를 하자는거예요?》
《당신의 수사방향은 잘못 정해 졌다는거요.》
헬렌의 눈길이 또다시 학성이에게로 날아 갔다.
젊음으로 붉어 진 그의 얼굴에서는 지성적인 두눈이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그 나이에 벌써 이마까지 약간 벗어 진 호남아의 그 용모가 자못 준수했으나 그렇다고 학성이앞에 주눅이 들 헬렌이 아니였다. 도리여 처녀의 얼굴에는 차디찬 랭소가 비껴 있었다.
《선생은 제 수사에 지나친 관심을 두고 계시는군요.… 저는 언제나 수사방향을 옳게 정할줄 안답니다. 이번 수사도 마찬가지예요.》
《그 리유를 설명해 줄수 없겠소?》
《선생은 여기가 변론장인가 하는 모양이군요.》
헬렌은 학성이에게 비웃음을 지어 보이고 선장에게로 몸을 돌리였다.
《이 배에 승선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자료가 필요해요. 선장님자신의것까지 말이예요.》
선장은 엷은 비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제 방으로… 콤퓨터에 다 기록되여 있소.》
헬렌은 선장의 방에서 콤퓨터의 화면에 비쳐 지는 승객들의 이름과 국적 그리고 그들의 소지품의 종류와 모양, 크기 지어는 그것이 콘베아에 실려 상선될 때 자동적으로 축적된 질량까지도 모두 구체적으로 료해하였다.
《선장님, 이 사람들을 좀 불러 주실수 있겠지요?》
헬렌은 언제 복사했는지 여러 승객들의 이름이 찍혀 있는 종이장을 선장앞에 내밀었다.
《여기로 말이요?》
《아니, 선창의 짐보관실로 말이예요.》
《그럽지요.》
대답은 흔연했으나 선장의 두눈에는 짙은 의혹이 어리였다.
너렁청한 짐보관실에는 헬렌이 지적해 준 승객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그들속에는 학성이도 있었다. 선장의 안내로 짐보관실에 나타난 헬렌은 담담한 눈길로 그들모두를 둘러보며 먼저 량해부터 구하였다.
《… 손님들은 저의 요구에 응해 주셔야겠습니다. 항구화재사건에 대한 수사이니만치 불복하시면 아씨르의 법률이 적용된다는것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는 모두에게 자기의 손짐들을 찾아 들게 하였다.
《우리들을 배에서 내리우려는게 아닐가요?》
몸집이 풍만한 중년부인이 옆에 서 있는 학성이에게 나직이 묻는 말이였다.
《부인, 걱정 마십시오. 아씨르의 외국인취급법도 공정성을 띠고 있을테니까요.》
그 소리가 헬렌의 귀에까지 가닿았는지 처녀는 학성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 공정성이 누구한테나 다 해당되는것은 아니지요.》
학성이한테서 눈길을 뗀 헬렌은 승객들을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당신들의 트렁크질량을 측정하겠습니다. 물론 본인들의 립회하에서말입니다.》
신통히도 그들의 손짐은 모두 큼직한 트렁크들이였다. 헬렌은 바로 트렁크주인들만 여기로 불렀던것이다.
승객들의 표정은 각이하였다. 의혹과 불만, 불쾌감과 초조… 그들중에는 헬렌에게 경멸의 눈길을 던지는 축들도 있었다.
헬렌은 그 모든것을 묵묵히 감수하며 승객들의 트렁크질량을 세밀히 측정하기 시작하였다.
반중력의 원리를 적용한 자그마한 휴대용질량측정기는 매 트렁크들의 무게를 정확히 가리키였다.
이것이 항구화재사건에 대한 수사라니 사람들은 모두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이어 학성이 차례가 되였다.
헬렌은 휴대용질량측정기를 학성의 격자무늬트렁크우에 올려 놓았다.
《자, 보세요. 이 트렁크는 남극대륙의 드레이카해협에서 상선때 측정된 질량보다 4. 8키로그람 줄어 들었군요.》
학성은 굳어 진 얼굴을 슬그머니 옆으로 돌렸다.
《트렁크에서 무엇이 없어 졌지요?》
학성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헬렌의 입가에는 미묘한 웃음이 비끼였다.
《혹시 제가 선생의 트렁크질량을 잘못 측정했나 보죠?》
《잘못하다니?… 아주 솜씨가 있던데요.》
학성은 헬렌에게 쓴 웃음을 지어 보이고 말을 이었다.
《트렁크에는 우리의 연구시제품이 들어 있었소. 그라함랜드연구기지에서 시험제작한것인데 조국에서 열리는 과학축전에 가지고 가던것이요.》
《그러니 대단히 귀한것이겠군요. 그것이 무엇이죠?》
《아씨르의 검사는 세관직도 겸하는 모양이구만.》
《호! 대답을 피하시는군요. 바로 이것이죠?》
헬렌은 학성이앞에 한장의 사진을 꺼내보이였다. 사진에는 그 발사체의 잔해가 또렷이 찍혀져 있었다.
한시간후에 항관리의 방에서는 화재사건에 관환 청문회가 있었다. 항구의 화재사고로 당국의 호된 추궁까지 받은 시장이 황급히 검찰청과 경시청의 장관들을 앞세우고 현장으로 나온것이였다.
헬렌과 쟈스민이 여기에 함께 참가하였다.
쟈스민으로부터 항구의 화재사건상황을 자세히 청취한 시장은 시름에 겨운 두눈을 지그시 내려 감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그 연유통들이 무사한게 천만다행이요.… 그래 불은 누가 끈것 같소?》
《미군일겁니다. 불길이 자기네 연유통들을 모두 날려 보낼 판인데 미군이 가만 있을수는 없습니다. 화재당시 미군직승기가 날아 와서 검은 구체들을 떨구었는데 마침 저는 수사과정에 연유통야적무지 가까이에서 그 구체의 잔해를 발견하였습니다. 불길의 소화는 바로 그 구체의 폭발로 인한것입니다.》
화재현장부변에서 함께 발견된 발사체의 잔해와 검은 구체의 잔해… 폭발, 붉은 섬광…
둘중 하나는 불길을 일군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길을 끈것이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화재를 저질렀는지 모르겠거든.…》
자리에 앉았던 쟈스민은 다시 몸을 일으키였다.
《그 목적은 미군의 연유통폭발입니다. 아씨르항구의 화재사건은 명실공히 미군에 대한 습격으로 보아야 합니다. 여기에 사고혐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화재당시 무선전화기로 말한것이 있습니다.》
쟈스민이 내여 주는 복사지에는 경시청의 전문가들이 학성의 입놀림을 콤퓨터에 입력시켜 얻어 낸 단어들이 찍혀 져 있었다.
… 항구의 불… 연유통들이 폭발… 연구품을 사용… 불길…
《이 단어들을 련결시키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됩니다. <항구의 불길로 연유통들이 폭발하게 된다. 연구품을 사용해서 불길이 일어났다.>》
《연구품이란 뭐요?》
《바로 그 발사체이지요.》
이번엔 시장의 눈길이 헬렌에게로 향해 졌다.
《헬렌양의 견해는 어떻소?》
시장의 물음에 지금껏 자기 생각에만 잠겨 있던 헬렌이 고개를 들었다.
《전 쟈스민씨의 말을 긍정할수가 없어요. 그 말은 이렇게도 된답니다. <연구품을 사용하면 불길을 끌수 있다.>》
쟈스민의 놀란 눈초리가 헬렌에게로 날아 갔다. 사나이의 얼굴에는 삽시에 불만과 의혹, 경멸의 표정이 한데 엉켜 비껴 있었다.
《허! 헬렌씨는 그 미남자를 만나보더니 혹시 반한게 아니요?》
《롱담은 그만해요!》
헬렌은 쟈스민에게 차겁게 쏘아 붙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이 그 발사체를 트렁크에서 꺼낼 당시는 이미 부두에서 한창 불길이 일던 때예요.》
쟈스민은 어리둥절해 지고 말았다.
쟈스민뿐이 아니였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져 헬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화재는 누가 일으켰다는거요?》
헬렌은 자기의 손가방에서 자그마한 소형록음기를 꺼내 탁자우에 올려 놓았다.
《이걸 좀 들어 보세요.》
이어 록음기에서는 《펜긴》의 짐보관실에서 승객들이 헤쳐 간후 헬렌과 학성간에 오고 간 대화가 흘러 나왔다.
… 
《난 검사선생께 항구화재사건을 심중히 대할것을 다시한번 권고하고 싶소. 나타난 현상보다 본질을 더 중시해야 하지 않겠소?》
《본질의 발현이 바로 현상이예요.》
《그러나 그것이 다르게 보일 때도 있소. 화재당시 미군직승기의 출현이 바로 그 실례요.》
《그 근거는 뭐예요?》
《화재가 일어 나자 1분이내로 미군직승기가 항구상공으로 날아 들었소. 이것은 미군이 이미전에 항구화재를 예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밖에는 달리 볼수 없소. 그리고 미군직승기에서 검은 구체가 떨어 지자 불길은 더 세차게 연유통들쪽으로 번져 갔소.》
《호! 그러니 선생의 말씀은 미군이 화재를 일으키고 저희의 연유통들을 폭발시키려 했다는것이군요. 그건 지나친 억지가 아닐가요?… 부두의 불길은 미군직승기에서 떨어 진 검은 구체에 의해 소화되였어요.》
《도리여 부두의 불길을 연유통들쪽으로 유도해갔다고는 생각되지 않소?》
《선생은 정말 그렇게 보세요? 불길을 유도했다면 공기의 산소분자를 증대시키는 <M>물질이 있었다는건데… 전 그 <M>물질이 최근 남극대륙연구기지에서 새롭게 개발됐다는것으로 알고 있어요. 선생 같은 분자화학공학자들에 의해서 말이예요.》
《<M>물질은 미국의 연구기지들에서도 만들어 지고 있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항구화재사건의 본질로야 될수 없지요. 사고는 바로 미군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것이였어요.》
《아니! 연유통들의 폭발로 리득을 볼건 미국뿐이요.》
침묵…
《롱담을 하시는건가요?》
《미군의 전략물자가 민간항구에 있기때문에 그것이 폭발하면 당신네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하오. 그러니 막대한 피해보상금지불은 물론이고 그처럼 강경하던 미군철수요구도 더는 하지 못하게 될거요.》
《…》
《그러니 미군은 폭발된 연유의 전량 값을 고스란히 받아 내면서도 이 아씨르섬에 그냥 틀고 앉아 주인행세를 하게 될거란 말이요.》

록음기는 꺼졌으나 누구도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후에야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싸쥔채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던 쟈스민이 누구에게라 없이 이렇게 중얼거리였다.
《그 검은 구체의 잔해에서 <M>물질이 검출되였습니다.》
방안에는 오래동안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시장일행을 바래우고 나서 쟈스민은 자못 진중한 표정을 짓고 헬렌앞에 마주 섰다.
《헬렌씨, 내가 미군항에 들어 가 보겠소.》
헬렌의 눈길에 새로운 의미를 안고 쟈스민에게로 향해 졌다.
《미군이 승인하지 않을거예요.》
《미군방첩대장교 한명이 도박에 미쳐 나한테서 8천딸라를 꾸어 간것이 있소. 그 값이면 방첩대에서 발급한 미군기지출입증을 손에 넣을수가 있을거요.》
헬렌은 그가 왜서 많은 돈까지 없애며 미군항에 들어 가 보려는지 그 의도를 알고 있었다.
《14시엔 <펜긴>호가 출항해요. 당신을 믿어도 될가요?》
《헬렌씨, 기대를 가지오.》
《믿음은 기대보다 더 크고 고상한거예요.》
출항을 앞둔 《펜긴》호가 배고동소리를 길게 울리였다.
관광려객선으로 다가오는 수로안내선을 바라보며 웃고 떠들던 승객들의 얼굴에 또다시 불안이 떠돌았다. 《펜긴》호의 승선층계로 헬렌이 올라 오고 있었던것이다.
갑판우에 오른 헬렌은 선미쪽에 홀로 서 있는 학성이한테로 천천히 다가갔다. 학성은 보호대에 손을 짚고 화재의 피해를 입어 어수선한 부두를 수심에 잠겨 지켜 보고 있었다.
《<펜긴>호가 정시로 출항하게 되니 기쁘시겠군요.》
왜서인지 헬렌의 목소리는 서글픔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저 부두의 피해상을 보고 떠나자니 마음은 즐겁지 못하오.》
학성은 다시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였다.
《저만 해도 다행이지요. 바로 선생들덕분에…》
학성은 못 들은척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헬렌은 그러는 학성을 지꿎게 지켜 보았다.
《어때요? 박사선생, 이제는 저와 숨박곡질을 그만하시지 않겠어요?》
처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웃음이 비끼였다.
《선생은 어째서 이곳을 떠나가시는 시각까지도 자신들이 한 일을 숨기려 하세요?》
학성은 헬렌의 그 지꿎은 눈길을 더는 피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필요에 따라 자신이 한 일을 숨겨야 할 때도 있지 않소?》
《그렇다면 매사에 심중해야지요. 선생은 실수를 하셨더군요.》
《?!》
《화재가 일어 난 때 이 배의 짐보관실에서는 정체불명의 몇사람이 어떤 트렁크를 펴놓고 무엇인가를 급히 찾았더군요. 그런데 그후에 알아 보니 자기들의 손짐에서 무엇을 잃었다는 사람은 없어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헬렌은 학성의 얼굴표정을 가볍게 훔쳐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 그것을 찾아 냈어요. 바로 선생의 그 트렁크가 드라이카해협에서 상선때보다 질량이 4. 8키로그람 줄어 들었기때문이지요.》
《…》
《그 일이 노여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람들이란 필요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걸요.》
헬렌의 눈가에는 웃음이 남실거리였다. 그것은 지금껏 처녀가 학성이에게 지어 보이던 쓴웃음도 비웃음도 아니였다. 헬렌은 그간에 막대기처럼 꼿꼿하게만 보이던 학성이 지금에는 친근하게 느껴짐이 무엇때문인지 자신도 아직은 알수 없었다.
《항구경찰은 화재가 끝난후 <펜긴>호가 정박해있던 주변바다밑에서 어떤 정체불명의 휴대용발사체잔해를 발견하였답니다. 우리 검찰은 그것의 형태와 용적 그리고 재질과 두께 등 감정에서 얻어진 세밀한 측정치들을 콤퓨터에 입력시켜 계산하였어요. 결과 그 발사체의 초기질량이 4. 5~ 5키로그람의 무게를 가지였을것이라는 답이 얻어 졌답니다. 선생의 트렁크에서 줄어 든 질량과 콤퓨터로 계산된 발사체의 초기질량, 어때요? 전 이것의 일치가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데요.》
헬렌은 재미 있다는듯 학성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학성은 말없이 이 금발처녀의 영민한 두눈만 지켜 보았다.
녀검사는 서류가방에서 한통의 문서를 조심히 꺼내들었다.
《박사선생, 선생이 화재때 단행하신 그 행동을 굳이 숨겨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자, 보세요.》
헬렌이 내미는 그 문서는 항구화재사건에 대한 수사기록부였다.
학성은 혀를 굴리였다.
《허! 이런 중요한 문서를 내가 보아도 일 없겠습니까?》
《물론이죠. 선생은 저의 수사에 관심이 무척 컸으니까요.》
《허! 그러니 결과를 보라는거겠소.》
학성은 문서를 펼치였다.
극비. 아씨르항수화재사건에 대한 수사기록부.
… 아씨르항구의 화재사건은 다음과 같은 경위로 유발된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판도에서 벌어 지고 있는 반미기운의 여파로 이곳 아씨르에서도 미국군대를 철수시킬데 대한 목소리가 높아 가고 또 당국의 항의와 요구로 더는 이 섬에 주둔할 명분을 잃게 된 미군은 계획적인 음모를 꾸미였다.
그 음모는 아씨르항구에 저희들의 연유를 반입시키고 그것을 폭발시킴으로써 이곳 당국에 책임을 넘겨 씌워 미군의 아씨르주둔을 합리화하자는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목적을 실현할수가 없었다. 이상한 소화현상이 일어 나 불길이 모두 없어 짐으로써 연유통들은 폭발되지 않았던것이다.
수사과정에 본 검사는 다음과 같은 추리와 분석으로 아씨르항구의 이상한 화재소화현상을 판명할수가 있었다.
부두에서 화재가 일어나자 관광려객선 《펜긴》호에서도 소동이 일어 났다. 미군의 연유통들이 폭발하면 《펜긴》호 승객들의 생명도 위험했던것이다.
그 시각 배에 타고 있던 조선과학자들인 김학성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짐보관실에서 자기들의 트렁크를 찾아 들추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재빨리 트렁크에서 어떤 발사체의 부분품들을 꺼내 조립하여 부두의 상공에로 쏴올리였다.
그 발사탄의 작렬로 부두의 밤하늘에 붉은 섬광이 번쩍이였다.
이상한 일은 그 붉은 섬광이 번쩍인후에 일어 났다. 《펜긴》호의 승객들모두가 갑자기 숨차하면서 연방 가쁜 숨을 몰아 쉬기 시작하였던것이다.
무슨 일때문인지 부두가에서 물러서며 퉁탕거리던 배기관도 연방 이상하게 재채기를 하더니 인차 멎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현상은 항구의 부두에서 일어 났다. 그처럼 사납게 기승을 부리며 연유통들쪽으로 다가들던 그 불길이 점점 낮아 지더니 1분후에는 땅속으로 잦아 든듯 모두 없어 지고 말았던것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때문인지, 무슨 과학의 원리로 그처럼 무섭게 타번지던 불길이 순간에 꺼져 버렸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본 검사가 중점을 둔것은 그 발사체의 주인이 분자화학공학박사이고 또 그라함랜드연구기지에서 만들어 진것이다.
본 검사는 정보봉사망을 통해 남극의 그라함랜드연구기지에서 대기분자의 연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이미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남극의 상공에 소실된 오존층까지도 수복하려고 달라붙은 조선의 과학기술이고 보면 능히 대기속의 분자화합물을 인공적으로 조절하여 공기로 소화현상을 일으킬수 있었다고 보아 진다.
실제로 분자화홥물은 물론 단순물질에서조차 조성은 같아도 그것들사이의 결합방식이 다르면 성질이 달라 지게 된다. 비유해서 말하면 불무지에 질량과 조성은 꼭 같으나 모양이 서로 다르게 생긴것 즉 긴 모양의 나무대, 둥글게 생긴 나무공을 함께 집어 넣으면 다 같은것이지만 나무대에는 불이 쉽게 당기고 나무공에는 불이 잘 당기지 않는것을 알수 있다.
이처럼 공기중의 산소도 조성이 같지만 분자의 결합방식이 다르면 불활성을 띄게 된다. 형상적으로 고찰하면 평상시의 대기속에 들어 있는 산소분자는 《나무대》이지만 변화된 대기속의 산소분자는 불 붙기 힘든 《나무공》이다.
불붙기는 곧 산소의 산화반응일진대 제때에 반응에 참가 못하는 《나무공》의 산소분자발생으로 해서 련속되여야 할 연소과정에 생긴 공백은 그처럼 큰 불길도 순간에 꺼버린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한 다른 긍정적인 증명은 부두에서 탈출하던 《펜긴》호 기관이 멎어 버린 사실과 승객들의 숨 가쁜 호흡현상이다. 공기속에 분포되여 있는 산소가 불활성을 띠게 되자 기관안에서 진행되던 연료의 연소가 멎어 버렸고 오래동안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의 호흡에서도 이상현상이 나타났던것이다.
그 이후 《펜긴》호 승객들의 정상상태로 보아 사람들이 《나무공》산소의 조성으로 인체에 해독을 받지 않은것으로 추측된다. 아마도 공기중에 생명에는 위험을 주지 않을 량의 활성산소가 남아 있어 사람들이 생리적으로 숨 가쁘게 호흡하여 부족되는 산소섭취를 한것으로 보아 진다.…
우리 아씨르시민들과 《펜긴》호 승객들은 자기들의 생명과 재산을 남 모르게 지켜 준 조선과학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려야 한다.…
《허! 정말 놀랍군요. 혹시 헬렌씨는 실제로 산소분자의 인공조절연구를 해보지 않았습니까?》
《저 역시 선생처럼 과학을 사랑한답니다. 그런데 왜 지금껏 그것을 숨겨 오셨는지 전 리해할수가 없어요,》
학성은 헬렌에게 기록부를 돌려 주고 먼 북쪽하늘에로 눈길을 주었다. 그의 얼굴은 자부심이 안아 오는 희열로 붉게 충혈져 있었다.
《나는 그 연구품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국에도 아직 보이지 못한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조국은 이곳 아씨르항구의 화재상황에 대한 나의 보고를 듣고는 지체없이 그것을 사용하도록 지시를 준것입니다. 바로 이곳 아씨르인민들의 생명재산을 위해서 말입니다.》
《!》
처녀의 온몸은 전류가 흐르듯 삽시에 짜릿해 들었다. 분명 그것은 지금껏 감수해  보지 못한 그 어떤 숭엄한 세계에로 격상시켜 주며 높뛰는 심장의 거세찬 박동때문이리라.
처녀의 작은 가슴이 그처럼 큰 바다를 그러안고 세차게 들뛰여 보기는 처음이였다.
하지만 그의 내심적충동과는 달리 헬렌은 조심히 자기의 지혜와 심혈이 깃든 수사기록부에 라이타불을 켜댔다.
《아니? 왜 그럼니까?》
학성의 놀란 물음에도 헬렌은 대꾸없이 마지막장까지 타번지는 문서만 물끄러미 지켜 볼뿐이였다.
《헬렌씨, 내 말이 노여워 그러는게 아니요?》
《용서하세요. 전 선생의 그 연구품이 다시 만들어 져 세상에 공개될 때 이 문서를 다시 작성하렵니다. 그러나 저의 가슴속에는 우리 아씨르의 은인들이 영원히 남아 있을거예요.》
《뚜-》
출항을 알리는 《펜긴》호의 배고동소리가 아씨르항구의 하늘가에 길게 울려 퍼졌다.
부두의 잔교에 내려 선 헬렌은 배우에서 자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학성이에게 마주 손을 펴들었다.
학성을 태운 배는 부두를 떠나 점점 헬렌의 시야에서 멀어 져 갔다.
이어 부두가에로 승용차가 질주해 들어 왔다. 급정거하며 멎어 선 승용차에서 쟈스민이 뛰여 내렸다.
《그래 떠나갔소?》
《떠나갔어요.》
멀어 져 가는 《펜긴》호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채 대답하는 헬렌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 있었다.
《허참! 이런 인사불성이라구야. 그 고마운 사람들을 그저 떠나보내다니…》
쟈스민은 혀를 차며 헬렌에게로 질책의 눈길을 던졌다.
《그 사람들은 그걸 바라지 않더군요. 그들의 가슴속에는 오직 자기 조국만이…》
헬렌은 목이 메는지 더 말을 잇지 못하다가 쟈스민에게로 고개를 돌리였다.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쟈스민은 씨근거리며 분격을 터뜨렸다.
《미군항의 부두에 군수물자가 가득 차 있다는것은 허위요. 그 연유통들을 우리 아씨르항구에 반입시킨것은 미군의 의도적인 행위였소.》
《바로 아씨르항구화재사건은 그놈들이 자기네 연유통들의 폭발소리로 아씨르에서 높아 가고 있는 미군철수의 목소리를 짓누르자는 술책이였어요.》
결국 헬렌과 쟈스민의 수사선은 한점에서 교차를 이루었다.
며칠후, 인터네트망에 가입되여 있는 미국방성 정보실의 콤퓨터화면에는 아씨르의 처녀검사가 립증한 자료가 비쳐 졌다.
《붉은 섬광으로 불구름을 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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