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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진보통일운동가, 민주인권변호사 김승교 열사에게 보내는 추모시

9.2. 대한문 앞 영결식장에서 낭독한 추모시

이성원 자주시보후원회장 | 기사입력 2015/09/05 [19:01]

[추모시] 진보통일운동가, 민주인권변호사 김승교 열사에게 보내는 추모시

9.2. 대한문 앞 영결식장에서 낭독한 추모시

이성원 자주시보후원회장 | 입력 : 2015/09/05 [19:01]
▲진보통일운동가 민주민권변호사 김승교 열사 영결식장에서 권말선 시인이 추모시 <<햇살 이어라>>를 낭독하고 있다. 2015. 9. 2. 대한문 앞     ©이성원 자주시보후원회장

 
햇살이어라

                      권말선


그대는 햇살, 햇살이어라

 

여린 잎에 스미고
언 땅에 스미고
가는 돌 틈에도 스미던

 

깊은 동굴도 마다않고
가파른 절벽도 거침없이
온 몸 던져 빛을 나르던

 

그대는 따사로운 햇살이어라

 

여린 잎이 초록으로 무성하고
언 땅 뚫고 새싹들 돋아나고
돌 틈마다 꽃들이 넘실대라고

 

그늘에서도 민주를 가꾸고
암흑 속에서도 민중을 섬기고
칼날 앞에서도 자주통일 외친이여

 

그대는 밝디 밝은 햇살이어라.

 

민중 곁에서
민중을 위해 살다
민중 속으로 타 오른
빛이어라, 불꽃이어라

 

김승교!

 

그대는 우리의 친근한 동지여라,
붉게 차오르는 아침해를 안고 걷는
눈부시게 찬란한 전사이어라!

 

▲ 진보통일운동가 민주인권변호사 김승교 열사 영결식에서 문화예술인 류 성 작가가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2015. 9. 2. 대한문 앞     © 이성원 자주시보후원회장

 

 

김승교 변호사님

 

                                                류 성

 

변호사님.
이제 당신과 영원히 이별하는 시간입니다.
당신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려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모르갰습니다. 여기 있는 동지들이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동지들이
 당신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있을지요.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아꼈던
 이 동지들을 두고 당신이 떠나실 수 있을거라
 맏을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님.
혹시 벌써 하늘나라로 가셨습니까.
아니지요?
아직 못 가고 계시지요?
변호사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세종로 대로의 행진대열 속에서 힘차게 구호 외치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광화문 거리 단식농성장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창계광장 어느 곳에서 유인물 들고 시민들을 만나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지금 거기 계시는 거죠?
변호사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 절망의 땅 억울한 이들을 변호하던 그 법정에 계십니까
 이 식민의 땅 비극을 몰고온 미국을 호령하던 그 법정에 계시는 것 아닙니까
 애국지사들을 잡아가두던 국가보안법을 단죄하는 그 법정에 계시는 거죠?
그렇죠? 지금 거기 계시는 거죠?
변호사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도봉구 어느 허름한 술자리에서 동지들에게 막걸리 한 잔 사고 계십니까
 부산 대전 광주 제주에 있는 동지들을 만나러 가는 그 고속버스 안에서 쪽잠 주무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지금 거기 계시는 거죠?
그도 아니면 혹시 지금 이 자리 어느 한켠에
 조용한 웃음 머금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자리 어느 한 켠에서
 어느 동지의 곁에 앉아 계시지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어 동지 고생이 많소 내가 술 한잔 사겠소
 변호사님 그렇죠? 그렇게 함께 계시는 거죠?
모르겠습니다. 이젠 당신을 보내드려야 하는 시간인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동지들간에
 영원한 이별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님 가지 마십시오 어딜 가십니까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동지들과 함께 가십시다
 변호사님 가지 마십시오 어딜 혼자 가십니까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투쟁하며.
그렇게 같이 끝까지 같이 가십시다
 변호사님 꽃향기 그윽하고 술익는 마을에서
 박선애 선생님 박순애 선생님
 윤희보 선생님 다 모시고 오세요
 노래하고 춤추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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