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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194] 한 편의 이메일이 격동을 일으키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16/02/29 [13:41]

[개벽예감194] 한 편의 이메일이 격동을 일으키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입력 : 2016/02/29 [13:41]

<차례>
1. 중국이 느끼는 한반도 위기상황의 심각성
2. 2015년 가을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일들
3. 만일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4.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진리, 그것을 부정하는 반역
5. 미국의 오그랑수 역제안을 일축한 조선
6. 미국의 속셈을 모르는 청와대의 반발

 

▲ <사진 1> 2016년 2월 23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양자회담을 하고, 곧바로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 공동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유엔안보리에 상정될 미국의 대조선제재 결의안 초안을 조절, 절충한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중국이 느끼는 한반도 위기상황의 심각성

 

2016년 2월 23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자회견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그 기자회견은 당시 미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국무장관이 양자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이었다. <사진 1>


미국 언론매체들이나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공동기자회견에 대해 보도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외교책임자들이 유엔안보리에 상정될 미국의 대조선제재 결의안 초안을 조절, 절충한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두 달 동안 한반도 상황을 매우 면밀히(very closely) 감시(monitor)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불안정한 요인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영향을 줄 것이므로, 그런 상황에서 관련당사자들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나 위기상황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이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한반도 상황이 통제불능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대조선제재 추가조치로 한반도 위기상황이 전례 없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공동기자회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위기상황이 “앞으로 두 달 동안” 매우 위험하다고 하면서 그 위험기간을 꼭 집어서 말한 것이다. 그의 발언시점으로부터 두 달 동안 한반도 위기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면, 오는 4월 말까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인데, 이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자기 발언에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폭발위험에 빠뜨리는 요인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이미 위기상황을 통제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뜻이다.  

 

▲ <사진 2> 이른바 '참수작전'에 동원된다는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가 2016년 2월 초 한반도로 출동하였다. 미국의 선동에 놀아나는 한국 언론매체들은 미국의 반북선동을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그들의 반북선동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가 조선에 진격하여 핵기지와 미사일기지를 파괴하고, 핵무기승인권자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을 펼치게 되리라는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특수부대는 테러집단이나 상대하는 수준이다. 정규군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군사훈련도 받지 못한 테러집단이나 상대하는 미국의 특수부대가 조선에 진격하여 그 무슨 '참수작전'이라는 것을 감행하겠다니 길을 지나는 마소가 들어도 웃음보 터질 헛소리다. 미국군 소식지 <성조> 2016년 2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요즈음 미국의 특수부대 전투원들은 국방비 대폭삭감으로 전투장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자비를 들여 철갑모나 축전지 같은 부품들을 야매시장에서 사와야 하는 궁색한 처지로 전락하였다고 한다. 그런 미국의 특수부대를 '최정예 부대'로 칭송하는 것은 선동에서 지나쳐 사기극을 벌이는 한심한 짓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과 한국이 해마다 조선과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해오는 대조선전쟁연습이 올해는 3월 7일에 시작되어 4월 말에 끝나게 되어 있는데, 올해 대조선전쟁연습은 미국의 대조선무력시위와 맞물리면서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섰고, 그로써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조선전쟁연습은 ‘작전계획 5027’을 대체한 새로운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15’에 따라 진행된다는데, 이 새로운 전쟁계획에는 이른바 ‘선제공격-정밀타격-참수작전’이라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작전개념까지 포함되었다니, 오는 3월 7일부터 시작되는 대조선전쟁연습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더욱 극도로 악화시켜 통제불능상태에 빠뜨릴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격화되리라는 것은 비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공동기자회견 발언에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사진 2>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위기상황의 폭발위험에 대해 언급한 자기의 공동기자회견 발언에서 앞으로 두 달 동안 여러 가지 요인들이 뒤엉키면서 위기상황을 격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는데, 그런 예견은 그가 생각하는 한반도 위기상황의 폭발위험이 미국과 한국의 대조선전쟁연습에만 국한된다고 본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선은 올해 5월 초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36년 만에 개최될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조선혁명의 분수령”으로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건 무슨 뜻인가? 어떤 사변이 분수령으로 된다는 말은 기존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들어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는 분단시대를 넘어 통일시대로 들어서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될 것이라는 뜻이다.


분단시대를 넘어 통일시대로 들어선다는 말은, 조선에서 개전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최후결전’이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이전에 일어날 것이라는 뜻인가? 미국과 한국이 ‘선제공격-정밀타격-참수작전’을 내세운 대조선전쟁연습을 도발적으로 감행하여 한반도 위기상황을 통제불능상태에 빠뜨리는 순간, 조선이 즉각 ‘최후결전’에 돌입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에서 말하는 ‘최후결전’이 앞으로 두 달 동안에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극도로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016년 2월 17일부 사설에서 “중국은 마땅히 반도의 최악 상황에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반도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이 동북지방에 배치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위와 같은 분위기를 살펴보면, 중국이 요즈음 조선과 미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각별히 촉구하는 까닭이 자명해진다.


하지만 현재 국면은 조선과 미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중국의 다급한 처지와는 배치되는 방향으로 자꾸 떠밀려가고 있으므로,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렇게 된 사연을 알아보려면 201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 2015년 가을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일들


2015년 10월 7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공식경로를 통하여 미국측에 평화협정체결에 진정으로 응해나올 것을 촉구하는 메쎄지를 보내였다”고 하면서 “미국이 평화협정체결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을 심중히 연구하고 긍정적으로 응해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2015년 10월 17일 조선외무성은 담화보다 한 급 높은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그 성명에서 지금 조미관계에는 조선이 자기의 핵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방도와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도만 남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2015년 11월 13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는 우리의 선의를 오판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회피하는 후과가 과연 무엇이겠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고, 2015년 12월 2일에 발표한 담화에서는 “미국은 오그랑수를 쓰지 말고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조미대화에 속히 응해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였다.

 

▲ <사진 3> 2015년 10월 초 조선은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 이메일로 평화협정체결을 제안하였다. 그것은 제안이라기보다 촉구였다. 당시에는 그 이메일이 한반도 상황에 격동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직후부터 근 두 달 동안 조선외무성은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반복적으로 촉구하였다. 위의 사진은 2014년 3월 17일 자성남 유엔주재조선대사가 존 애쉬(John Ashe) 유엔총회의장을 신임인사차 예방하고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열거한 것처럼, 지난해 가을 조선이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그처럼 반복적으로 촉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조선이 미국에게 반복적으로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기 전인 2015년 10월 초 공식경로를 통해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에 관한 제안을 보냈다는 사실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그런 제안에 대해 언급한 <동아일보> 2016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유엔주재조선대표부 고위당국자가 마크 램버트(Mark Lambert) 미국 국무부 코리아과장 겸 6자회담특사에게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하자는 내용의 이메일(email)을 보냈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는 조선이 2015년 12월 전후에 그 제안을 보냈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착오다. 미국 <CNN>방송 2016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 가을(last fall)”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에게 “코리아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식적인 평화회담(formal peace talks on ending the Korean War)”을 제안하였다는 것이다. <CNN> 보도는 조선이 미국에게 평화협정회담을 제안한 때가 2015년 가을이었다고 뭉뚱그려 밝혔지만, 조선외무성 대변인이 2015년 10월 7일에 발표한 담화에 따르면, 유엔주재조선대표부가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미국 국무부에 이메일로 보낸 때는 2015년 10월 초였다. <사진 3>


2015년 10월 초 조선으로부터 평화협정회담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받은 미국은 답신을 즉시 보낼 수 없었다. 조선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갑작스럽게 받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였던 미국은 그 제안에 즉각 응답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대외관계에서 자국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행동을 멈추고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미국의 오랜 외교습성이다. 미국은 자기가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제안을 즉각 거부하는 경우, 조선이 결국 ‘최후결전’을 택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시간을 질질 끌며 대책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처럼 시간을 질질 끄는 미국에게 조선은 2015년 10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외무성 대변인 담화→외무성 성명→ 취재기자 질문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의 답변→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연속적으로 발표하면서 평화협정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계속 촉구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3. 만일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조선이 미국에게 제안하였고, 미국의 용단을 촉구한 평화협정체결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명해야 핵심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조미협상의 기본방향은 9.19 공동성명에 반영되었는데, 미국은 그런 기본방향을 합의한 9.19공동성명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미국이 9.19공동성명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으니, 그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9.19공동성명이 복구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파기되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없게 된 조건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촉구하였다. 


일반적인 의미로 말하는 평화협정이란 무엇인가? 모든 전쟁은 수없이 변형된 복잡한 양상들로 전개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교전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교전상대의 영토를 점령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런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조치가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교전당사자들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도인 것이다.

 

▲ <사진 4>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빠리에서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킨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위의 사진은 평화협정에 조인한 직후 조인장을 나선 레 둑 토(Le Duc Tho) 당시 베트남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모여든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 평화협정을 성사시킨 미국측 대표자인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공식명칭이 '베트남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회복시키기 위한 협정'인 이 평화협정이 체결되자, 미국은 23,700명에 이르는 남베트남 주둔 미국군을 60일 안에 전원 철수시켰고, 남베트남에 설치한 모든 미국군기지들을 60일 안에 모두 폐쇄하였다. 북베트남-미국이 사실상 양자형식으로 체결한 평화협정이 말해주는 것처럼, 국제법상 점령군 철수와 점령지 반환은 모든 평화협정의 핵심내용으로 된다. 조선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경우, 주한미국군은 60일 안에 전원 철수해야 하고, 주한미국군기지들도 60일 안에 모두 폐쇄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그 협정의 규정에 따라 모든 교전행위와 적대행동이 중지되고, 점령군이 철수되고, 점령지가 본국에게 반환되어 원래 영토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국제법상 평화협정의 핵심내용은 교전행위 및 적대행동의 중지, 점령군의 철수, 그리고 점령지의 전면적인 반환 및 귀속인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교전당사국들이 국교를 수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국교수립은 정전협정체결에서 필수적인 요인으로 되지 않는다. <사진 4>


첫째,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논할 때 필수적으로 제기되는 교전행위 및 적대행동의 중지라는 개념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교전행위와 적대행동은 구분된다. 교전행위라는 개념은 무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행동을 뜻하고, 적대행동이라는 개념은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아도 상대를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상대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행동을 뜻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위와 같은 의미의 교전행위나 적대행동이 모두 중지되는 것이니, 평화협정 체결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평화협정 체결문제에 관한 위와 같은 인식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논하면, 아래와 같은 전망이 펼쳐진다.


장장 63년 동안 정전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에서는 정전쌍방이 무력을 실제로 행사하지는 않지만,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대결행동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은 조선을 무력으로 위협하는 모든 적대행동들과 조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든 대결행동들을 중지해야 한다. 이를테면, 미국은 조선을 상대로 한반도와 인근수역에서 주기적으로 감행해오는 모든 종류의 크고 적은 전쟁연습과 군사행동을 중지해야 하며, 조선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감행해오는 모든 종류의 대북제제와 반북선전도 중지해야 한다. 물론 조선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조선이 미국 영토와 인근수역에서 전쟁연습이나 군사행동을 감행한 적은 없고, 미국에게 경제제재를 가한 적도 없으므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경우 조선은 반미선전만 중지하면 된다.


둘째,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할 때 필수적으로 제기되는 점령군 철수 및 점령지 반환이라는 개념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점령군이라는 개념은 교전상대의 영토에 불법적으로 진입하여 주둔하는 외국군을 뜻하고, 점령지라는 개념은 그런 외국군이 불법적으로 주둔하는 교전상대의 영토를 뜻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위와 같은 의미에서 말하는 점령군 철수와 점령지 반환이 한꺼번에 실현되는 것이니, 평화협정 체결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논할 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상대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대결행동을 완전히 중지하는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지만, 점령군을 철수하고, 점령지를 반환하는 문제는 격렬한 의견충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사진 5> 미국은 미국군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 영토에 합법적으로 주둔하고 있으므로 점령군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주한미국군 역할변경론'과 '동북아 균형자론' 같은 주장은 주한미국군의 지위를 미국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여 조선의 철군요구를 봉쇄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그런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가능한데, '남조선'은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국이 무력으로 강점한 점령지이므로, 주한미국군은 조선 영토인 '남조선'을 불법적으로 강점한 점령군이라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주한미국군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리라고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장을 예상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 영토에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미국군은 점령군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자기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필요가 없으며, 그것의 기존 역할을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라는 새로운 역할로 변경시키면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그러한 ‘주한미국군 역할변경론’과 ‘동북아 균형자론’을 조작하여 여론화함으로써 조선의 철군요구를 봉쇄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사진 5>  


그러나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그런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가능하다. 조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조선’은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국이 무력으로 강점한 점령지이므로 주한미국군은 조선의 영토인 ‘남조선’을 불법적으로 강점한 점령군이라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을 불법적인 점령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합법적인 주둔군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한국이 미국의 점령지인가 아니면 주권국가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주권국가가 아닌 점령지는 국제법상 식민지로 된다.

 

▲ <사진 6> 1991년 9월 17일 남과 북이 유엔에 분리가입하였다. 위의 사진은 당시 남북유엔분리가입을 승인한 유엔총회 회의장의 모습이다. 남북유엔분리가입은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의 현행 헌법에 명시된 영토조항과 배치되는 위헌행위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진리, 그것을 부정하는 반역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은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미제침략군이 강점한 식민지’로 규정하였다. 이것은 한국이 조선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단체의 점령지’로 규정한 것에 상응되는 조치이다. 1948년에 형성된 한반도 분단체제는 이처럼 극도로 불안정하고 모순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른바 ‘남북교차승인안’을 관철시켜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를 조작하려던 미국의 한반도 영구분단음모는 1991년 9월 17일 남과 북을 유엔에 분리가입하게 만든 집요한 책동으로 옮겨졌다. 유엔에는 식민지나 반국가단체는 가입할 수 없고 주권국가만 가입하는 것이므로, 남북이 유엔에 분리가입한 것은 국제사회가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 남북유엔분리가입은 미국과 한국이 한국의 현행 헌법에 명시된 영토조항과 배치되는 위헌행위였다. <사진 6>


다른 한편, 조선은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남북유엔분리가입을 반대하였고, 남과 북이 분리가입하지 말고 단일국호로 동시가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당시 소련의 해체, 중국과 미국의 국교수립으로 조선의 단일국호 유엔동시가입안을 관철시킬 국제지지세력이 사라진 판에, 조선이 남북유엔분리가입안을 끝내 반대할 경우 미국이 조선을 따돌리고 한국만 유엔에 단독가입시키려는 씨나리오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므로 조선은 단일국호 유엔동시가입안을 포기하고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유엔단독가입을 신청하였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남과 북이 유엔에 분리가입하여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각각 인정받게 되면, 남북평화공존이 실현될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그것은 남북유엔분리가입으로 분단체제가 고착화, 합법화되어버리는 민족사의 비극을 은폐하는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았다.

 

▲ <사진 7> 고려 태조 왕건은 936년 9월 통일전쟁에서 승리하여 후삼국을 완전히 통일하고 한반도에 통일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때로부터 1,080년 동안 한반도에는 오직 하나의 통일국가만 존재해왔다. 그런데도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1,000년 동안 한반도에 하나의 통일국가가 존재해온 민족사를 파괴하려는 극악한 범죄행위이며, 조국통일의 민족사적 근거를 부정하는 반역행위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분단하였다고 해서,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비록 미국의 분단영구화책동으로 남북이 유엔에 분리가입하여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고 말았지만, 그런 국제사회의 인정과는 별개로 남북관계에서 조선이나 한국이 각각 상대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경우, 조국통일의 법적 근거가 말소될 것이므로 상대를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조선이나 한국이 각각 상대를 주권국가로 인정하여 조국통일의 법적 근거를 말소시키는 것은 936년 9월 고려가 한반도 통일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후삼국을 완전히 통일한 이후 1,080년 동안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존재해온 민족사를 파괴하는 극악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진 7>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반도에 한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통일세력의 주장은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진리이고,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반통일세력의 주장은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러므로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은 반통일세력의 분단영구화반역행위에 맞서 싸우며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최고의 역사적 과업인 것이며, 전민족적인 차원에서 전개되는 조국통일운동은 한반도에 현존하는 한 개의 주권국가가 자기의 영토와 주권을 보전하려는 비타협적인 투쟁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한반도를 분단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북은 물론이고 남측 헌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명백하게도, 한반도에는 한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할 뿐이며, 상반된 시각에 따라 그 주권국가의 영토 안에 ‘미제의 식민지’ 또는 ‘반국가단체의 점령지’가 각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남과 북의 상반된 시각을 다시 거론하면, ‘북한’이라는 개념은 한국 영토의 북부지역에 ‘반국가단체의 점령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며, ‘남조선’이라는 개념은 조선 영토의 남부지역에 ‘미제의 식민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남북유엔분리가입에 의해 발생한 한국과 조선의 국제법적 지위와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이 상충될 때, 마땅히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1,000년 민족사의 정통성은 남북유엔분리가입에 의해 발생한 한국의 국제법적 지위나 조선의 국제법적 지위보다 상위에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조선이 제기하는 주한미국군의 지위문제를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주한미국군은 미국이 주권국가인 한국과의 합의에 따라 한국 영토 안에 합법적으로 주둔시키는 주둔군이 아니라, 6.25전쟁 시기부터 조선 영토의 남부지역을 불법적으로 강점해오는 점령군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 조선은 그들이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을 배제시키고 미국과 체결하려는 것이며, 자기 영토의 남부지역을 불법적으로 강점한 점령군을 철수하는 문제를 미국과 합의하려는 것이다.

 

▲ <사진 8> 2015년 10월 초 미국은 조선으로부터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받고 즉각 응답하지 않고 두 달 동안이나 시간을 질질 끌다가 12월 초에 조선에게 역제안을 보냈다. 그 역제안은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자는 것이었다. 만일 미국의 병행안대로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면,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동안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회담 자체가 결렬되고 말 것이다. 지난 조미핵협상의 10년 경험과 그 결말이 그에 대해 잘 말해준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의 병행안을 가리켜 조선이 촉구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거부하기 위한 오그랑수(꼼수)라고 비난하면서 일축하였다. .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 미국의 역제안을 오그랑수라며 일축한 조선


2015년 10월 초 미국은 조선으로부터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받고서 즉각 응답하지 않고 두 달 동안이나 시간을 질질 끌다가 12월 초에 조선에게 역제안을 보냈다. 미국이 조선에게 보낸 역제안과 관련하여 존 커비(John Kirby)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2016년 2월 21일 보도기사에서 그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제안한 쪽은 조선이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그 제안을 면밀히 검토해봤고, 어떤 논의에든 비핵화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명백히 하였다”고 밝혔다. 존 커비는 조심스럽게 표현했지만, 미국이 조선에 보낸 역제안은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2016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이 조선에게 보낸 역제안은 “비핵화 논의가 중요하지만, 평화협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진 8>


평화협정회담을 시작하자는 조선의 제안을 받은 미국이 근 두 달 동안 시간을 질질 끌다가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할 수 있다는 역제안을 보낸 속셈은 무엇일까?
속셈을 간파하지 못하고 겉모양만 훑어보면, 미국의 그런 병행안은 기존 방침을 변경한 태도변화로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난 시기 평화협정문제를 외면하면서 조선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고집을 피워왔는데, 그런 고집을 버리고 두 가지 회담을 병행할 수 있다는 태도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며,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며 조선과의 대화통로마저 완전히 차단하였던 미국이 대화차단방침을 포기하면서 조선과 회담을 재개하려는 대화의사를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조선에게 역제안한 병행안은 조선이 촉구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거부하기 위한 가식적인 태도변화에 지나지 않았다. 만일 미국의 병행안대로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여 시작하면, 또 다시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하게 될 것이 뻔하다. 비핵화회담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10년 동안 하면서 시간만 허비하다가 결국 회담 자체가 결렬되고 말았는데, 그런 비핵화회담을 재개하면서 거기에 더하여 평화협정회담까지 병행하면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동안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회담결렬로 끝나버리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은 2015년 12월 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역제안한 병행안을 오그랑수라고 비난하면서 그것을 일축하였다. 오그랑수는 꼼수라는 뜻이다. 조선은 자기가 미국에 제안한 평화협정회담을 비핵화회담과 병행시킬 수 없으며, 오직 평화협정회담만 해야 한다는 단호한 답신을 미국에게 보낸 것이다. <동아일보> 2016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비핵화 논의는 안 된다”고 하면서 미국의 병행안을 거부하였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월스트릿저널> 2016년 2월 21일 보도기사에서 “조선은 우리의 답변에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하면서 조선이 미국의 병행안을 거부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조선이 미국의 병행안을 거부한 직후인 2015년 12월 6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제안하였으나 미국은 경제제재로 응답하였다고 하면서, “미국이 이런 식으로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에 계속 매달린다면 미국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상할 수 없는 결과만이 차례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마지막 경고를 미국에게 보낸 뒤, 조선은 2016년 1월 6일 수소탄 기폭시험을 전격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에서 쓰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그것은 “제국주의자들의 핵공갈소동을 물거품으로 만든” 수소탄 기폭시험이었다. 조선이 단행한 수소탄 기폭시험은 조미 사이에서는 오직 평화협정이냐 전쟁이냐 하는 양자택일만 있으며, 평화협정회담과 비핵화회담을 병행하려는 미국의 오그랑수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조치인 셈이다.


6자회담을 통해 합의한 9.19공동성명이 미국의 일방적인 파기행동에 의해 백지화된 날부터 조선은 비핵화문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오직 평화협정문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5년 10월 17일 조선외무성이 발표한 성명은 “우리는 지난 시기 비핵화문제를 먼저 론의해야 한다는 유관측들의 주장을 고려하여 6자회담에서 비핵화론의를 먼저 해보기도 하였고 또 핵문제와 평화보장문제를 동시에 론의해보기도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은 실패를 면치 못하였으며 설사 한때 부분적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하여도 그 리행에로는 옮겨지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모든 문제에 선행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찾게 된 결론”이라고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


 
6. 미국의 속셈을 모르는 청와대의 반발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자는 미국의 오그랑수 역제안을 조선이 단호히 거부했는데도, 미국은 자기의 오그랑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다. 2016년 2월 2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이 대화로 나와 비핵화문제를 협상한다면, 궁극적으로(ultimately)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협상결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미국 국무장관의 그 발언을 거들었다. 그는 “중국은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의 병행추진(parallel track)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선과 미국의 중간지대에서 오락가락하는 중국은 미국의 병행안이 세상을 또 다시 속이려는 오그랑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으로 두 달 동안 격화될 한반도 전쟁위험을 우선 막고 보아야겠다는 다급한 생각에서 병행추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 <사진 9> 이 사진은 1971년 3월 27일 주한미국군 제7사단이 철수하는 고별식에 참석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한국 정부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한미국군 제7사단을 철수시키겠다는 통고를 한국 정부에게 보냈다. 미국의 전격적인 감군조치가 실행되자 박정희 정권은 미국이 남베트남을 포기한 것처럼 한국도 포기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감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한 일시적인 조치였을 뿐, 한국을 포기하는 최후의 조치는 아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은 조선에게 역제안한 자기의 병행안이 거부당하자, 그 동안 입에 올리지도 않던 주한미국군문제까지 슬그머니 꺼내놓으면서 조선을 병행안으로 유인해보려는 수작을 부렸다. 2016년 2월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조선의 핵프로그램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서 궁극적으로 평화가 실현되면, 사드(THAAD)의 배치를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아마도 어느 날 미국군이 감축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매우 분명하게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위의 인용문을 뜯어보면, 존 케리는 조선이 비핵화되어 한반도의 평화가 궁극적으로 실현된 먼 훗날에 가서야 주한미국군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의견을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다시 옮기면,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고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항복하면 그 때가서 주한미국군을 약간 감축해줄 수 있다는 소리인데, 그런 의견은 조선에게는 잠꼬대 같은 헛소리로 들려 비웃음만 사게 될 것이다. <사진 9>

 

▲ <사진 10> 이 사진은 2016년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혹시 미국이 자기를 따돌리고 조선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 그는 조선을 자극하는 대결발언을 계속하더니, 결국 국회연설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대결조치까지 취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짜 속셈은 조선의 광명성-4호 발사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자신을 따돌리고 조선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려는 미국의 태도변화에 대한 반발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이상한 현상은 조미관계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한미관계에서 발생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화협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던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제안에 은밀히 응답하였을 뿐 아니라,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의 병행을 역제안하면서 조선과 회담을 재개하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나중에는 주한미국군 감군문제까지 언급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청와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말대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국군이 감축되면 한국의 안보가 붕괴위험에 내몰리게 되리라고 심히 우려하는 청와대로서는 그러고도 남을 만했다.


혹시 미국이 자기들을 따돌리고 조선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자, 청와대는 당황하게 되었다. 원래 조선의 수소탄 기폭시험과 광명성-4호 발사는 미국에 대한 조선의 고강도압박이 아니었지만, 박근혜 정권의 사각에서 보면 그것은 고강도 대미압박으로 보였을 것인데, 미국이 조선의 그런 고강도압박에 밀려 평화협정회담제안을 덜컥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는 공포와 불안이 청와대를 엄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10>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급한 김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조선을 자극하는 대결발언을 계속하더니, 나중에는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는 극단적인 대결행동을 취하였다. 물론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는 대결발언이나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한 극단적인 대결행동은 표면적으로는 조선의 광명성-4호 발사에 반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는 조선의 광명성-4호 발사에 대한 반발만이 아니라, 자신을 따돌리고 조선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려는 미국의 태도변화에 대한 반발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이 자신을 따돌리고 조선에게 조용히 접근하여 비핵화회담과 평화협정회담을 병행하지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병행안을 오그랑수로 규정한 조선은 그것을 절대로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것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월 23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선제공격-정밀타격-참수작전’을 내세운 대조선전쟁연습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통제불능상태에 빠뜨리게 되는 순간 즉각 폭발할 조선의 ‘최후결전’이 앞으로 두 달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조성된 정세가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험악한 지경에 이른 것과 관련하여” 중대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하고 있는 강위력한 모든 전략 및 전술타격수단들은 이른바 <참수작전>과 <족집게식 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다. 1차 타격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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