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떠도는 촛불을 위하여
강란숙 시인
기사입력: 2017/11/10 [02: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떠도는 촛불을 위하여

                                강란숙

 

마른 들판을 가르는 누 떼처럼

진실을 말하리라 외치는 이들이 거짓으로 뿌린 투망질에

사라지는, 한낮에 밀림에서 벌어진

낯선 풍경처럼 멍하니 어둠의 거리에서 바라보았다

 

우리는 무수히 맨몸으로 방패에 찍히고 군홧발에 짓밟히는

옛 기억의 핏빛이 채 바래지지 않은 그곳에 다시 서있는 세상은 표표히

침묵으로 가라앉은 것을, 나는

거리에서 차 안에서도 보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촛불들만이 안다

우리는 성난 폭도가 아님을 이념에 굶주린 이리떼가 아님을

섣달

상강霜降 그믐밤 심지 끝을 곧추세우는 비닐천막 속에서, 그을린

제 그림자를 지우며 촛불을 지키고 있는 젊은 청년의 눈빛으로도 안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아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행했던 폭력을 그 곳에서 떠돈 자만 이 안다

무자비한 저들의 공포 속에 내 몇 번인가

저승사자의 검은 사내들에 둘러싸여

젊은 남자의 사지를 붙들고 분노와 울부짖는 이들에게 보였던 명령자의

비웃음을 보았다

 

홀로 떠돈 촛불만이 그 진실을 위해

떠도는 촛불들을 비추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비추며 오늘도

어두운 거리를 떠돈다, 촛불이여

 

 

 

 

 

 

강란숙 시인 약력

-경기도 파주출생

-첫시집 '잎새들이 잠드는 모습 보신 적 있나요'

-한국작가회의 고양지부 이사

 


트위터 페이스북
 
광고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