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김여정 특사와 펜스 부통령 비공개회담이 시작 2시간 전에 전격 철회되었다는 20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21일 내내 국내외 언론들에 대서특필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은 북측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그와 만나길 원했고 한국 정부의 중재로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결국 북의 요청으로 추진되었는데 회담 시작 2시간 전에 그 북이 전격 취소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펜스 부통령이 회담 직전까지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 초강경대북압박 공조를 천명하고 한국에 와서는 천안함을 방문하고, 탈북자들과 함께 북을 비난하는 등 북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추정하였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에서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사실임을 뒷받침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 측은 북미 회담의 취소를 '우리 임무가 성공했다는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결국 이번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통해 미국 백악관이 노리는 바는 강력한 미국의 제재에 마음이 급해진 쪽은 북이며 미국은 원칙적인 북핵폐기 입장에서 전혀 타협할 의지가 없는 당당한 나라임을 강조하자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은 오히려 대화를 애걸하는 쪽은 미국임을 말해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의 요청을 받아 한국이 중재하였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늘 중재역할을 통해 북미대화 기회를 만들겠다고 표명해왔기에 북이 먼저 요청하기보다는 한국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중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물밑 제안을 받은 미국이 북과 만나보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지난 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 회의에서였으며,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참석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도 전화로 회의에 동참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논의 과정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북정책관련 핵심 간부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여 심각한 논의 끝에 회담을 확정지은 것이다. 그저 북에게 미국의 강경한 입장만 전달할 정도의 뭍밑접촉이라면 이렇게까지 긴히 상의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미국이 그만큼 대화가 절실했던 것이다.
실제 5일부터 틸러슨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펜스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회담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하였고 펜스 부통령도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일관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면서 평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지켜보자고 했다. 잔뜩 북미대화 기대감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872)
그런데 구체적 실무협상과정에 미국의 요청을 북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해버렸는지 회담 합의는 불발되었던 것 같다. 7일에 김영남위원장과 함께 오는 북 대표단으로 김여정, 리선권, 최휘가 발표되었다. 남북관계와 관련된 인물들이 주를 이루었고 미국과 협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할만한 북 외무성 고위간부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본지에서는 이 명단을 보고 북미 물밑접촉을 사실상 물건너 간 것과 같다고 분석보도한 바 있다. 실제 북은 방남 고위급 대표단 명단 발표 직후 미국에 대화를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공식 발표까지 하였다. 이때 이미 북미협상은 끝난 것이다. 그래서 펜스는 천안함에까지 가서 그 난리를 쳤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아무리 깡패국가라고 해도 대통령의 위임을 받고 온 고위급 대표 회담을 앞두고 상대국을 비방중상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화요청이 거부되자 꼬장을 부렸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9일 평창에서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 주재 립셉션도 그래서 미국의 언론들까지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뒤늦게 나타나 북측 대표단과만 악수를 하지 않고 밥도 먹지 않은 채 5분만에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10일 회담이 정말 예정되어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미국의 당당한 의지표명과는 아무 인연이 없는 오만무례한 행동이며 북은 물론 주재국인 한국 대통령과 한국국민들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미국이 간청한 회담이 이루지지 않게 되자 머리에 뿔이 나서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분명한 점은 북은 핵이 없던 시절에도 미국에게 대화를 애걸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무슨 재제를 가하건 끄덕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와 봉쇄, 사회주의 교역시장 붕괴, 연이은 자연재해로 지금보다 경제사정이 백배 천배 더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때도 미국에게 대화를 간청한 적은 결단코 없었다. 북에 핵이 없던 시절에 미국이 항공모함전단을 원산 바로 앞바다까지 3척이나 끌고 와 대북공격위협을 가하면서 나포한 푸에블로호를 돌려달라고 으름장을 놓을 때도 북은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를 외치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미국과 일전불사의 결의와 태세를 보여주어 결국 미국의 사죄문을 받아내었다.
지금은 북의 경제가 최고 전성기로 접어들고 있고 원자탄보다 100배는 더 강한 수소탄에 미국 본토 직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까지 성공하여 지금 이 시각에도 꽝꽝 생산, 실전배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북의 입장에서는 전혀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다그쳐가고 있는 지금의 1분 1초가 미국에게는 미치고 환장할 시간이다. 북을 공격해서 제압하건 협상을 해서 북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건 양단간에 하나를 당장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는 미 정보국에서도 입만 열면 강조하는 내용이다. 북은 3월 안에 미국 공격용 핵미사일 능력을 완전히 갖추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여러번 공개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래서 4월 전쟁위기설, 코피전략 이런 말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펜스 부통령을 내세운 대화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대화는 해야겠고 그래서 이방카를 보내 다시 북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보려고 하는데, 미국이 급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뒤늦게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내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럼프는 평창올림픽에 북이 참가하기로 했다는 북 신년사 발표를 보고 자신이 대북 압박을 가해서 만든 결과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했다. 향후 북미대화가 진행되었을 때도 미국이 대화를 구걸한 것이 아니라며 아전인수식 해명을 해야할 터인데 그런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도 없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보고 북미대화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거나 미국이 당장 북과 전쟁에 나서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방카가 와서 무슨 행동을 하는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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