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과 협상했던 전임 정권들이 모두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미 간 대화를 두 나라 모두 원하지만 '적절한 조건'에서만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영철 남측고위급방문단 단장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직후 나온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적절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AP 통신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발언만 놓고보면 사실상 북미대화는 물건너 간 셈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을 절대로 없애지 않겠다는 너무나 확고한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또 핵을 개발도중 포기한 리비아와 같은 나라는 있었지만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여 완전히 무장한 나라가 외부 압력에 스스로 폐기한 경우는 없었다. 특히 북은 이라크 후세인, 리비아 카다피 정부가 대량보복타격무기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공격을 받아 정권이 붕괴된 것이라며 그런 우를 결코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렇다면 결국 거친 군사적 대결밖에 남을 것이 없게 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과의 회동에서 아버지와 아들 두 부시 정부도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바마 정부는 손 놓고 있었으며 클린턴 정부는 수십억달러를 북에 주면서 합의(북미제네바합의)서까지 내왔지만 북은 그 돈으로 열심히 핵개발을 했었다며 그때 해결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쉬웠을텐데 해결하지 못해 자신이 지금 어려운 일을 맡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에도 몇 차례 반복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이제는 어떻게든지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화가 아닌 해결방법은 전쟁밖에 없다. 그래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 23일 역대 최대규모의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면서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은근히 전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북은 대화건 전쟁이건 얼마든지 상대해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미국의 제재가 북을 핵폐기에 나서게 할 가능성은 구운 밤을 뜨거운 사막에 심어 싹이 날 가능성보다도 적다. 사실 트럼프도 실질적으로 이번 주지사들과의 회동에서도 그것을 인정하였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중국이 빼내고 있는 것을 (북에) 들여보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중국이 제재에 동참해도 러시아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도 이번 23일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국의 상선들에 대한 제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미국의 초강경 해상차단 대북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의 강력한 반발만 초래할 뿐이며 이후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명분만 마련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북과 전쟁을 하자는 것일까. 전쟁을 하려면 무엇때문에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면서까지 북에 대화를 애걸하겠는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주시사 회동 발언도 김영철 단장이 미국과 대화용의가 있다고 한마디 언급하자마자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내놓지 않았는가. 결국 막후에서는 북에게 대화를 간청하면서 겉으로는 북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여주어 마치 그런 압박 때문에 북이 대화에 나오게 된 것이라는 그림을 그려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가 본격화 되면 미국도 핵폐기 조건은 슬그머니 내려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클래퍼 전 미국정보국장은 지금도 북핵을 인정한 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양국관계를 정상화하여 북미사이의 전쟁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미국에게 절실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엔 비핵화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적절한 조건'이라고 한 발 뺐다. 그러면서 전임 정권들에 대해 엄청난 투털거림을 내놓았다. 이는 '내가 마음대로 해결해도 누구든 시비 걸지 말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비핵화 없이 대화로 해결하건 어쨌건 그래도 나(트럼프)는 해결하지 않았는냐' 이런 말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북이 이런 미국의 장단에 어느 정도 박자를 맞추어 주는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 때문으로 보인다. 핵폐기에 전혀 나설 뜻이 없으면서도 미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의 말을 김영철 단장이 내놓은 것도 바로 그런 의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미국이 이 남북관계 발전마저 가로막는다면 북은 더 이상 미국과 대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시 지난해처럼 어마무시한 핵무장력 과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전세계에 처참한 굴복으로 내비쳐지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그것이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올해가 그래도 미국의 체면을 덜 구기고 북과의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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