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43] 남재준 할복자살 운운이라?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4/13 [11: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아날로그 시대에 필요한 정보 얻기가 어려웠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불필요한 정보 걸러내기가 어렵다.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사이트 및 모바일에서 잘못 알려진 지식들을 바로잡아주는 게시물들이 많이 떠돈다. 바로잡기 게시물이 틀려서 웃음거리로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확한 내용들이 더 많다. 

얼마 전에 혀를 물어 끊어서 자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시물을 보았다. 이빨로 혀를 물어 끊는 효율성, 유혈량 등이 근거였다.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혀 물어 끊기가 결사항거의지의 표출로 될 수는 있어도 자살수법으로는 타당치 않다. 

 

혀 물어 끊기 자살은 일부 고전소설들에 나왔는데, 중국의 고전소설, 영화, 드라마, 전통희곡 등에서 보다 많이 등장한 자살방법은 검이나 칼로 목을 베기였다. 전문 술어로 “자문(自刎)”이라고 한다. 영화, 드라마, 연극, 희곡, 그림들에서 “자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른 손에 장검을 쥐고 날을 목의 왼쪽 부분에 대었다가 쓱 베면서 목의 앞부분까지 검을 이동한다. “자문”의 표준방식이다. 그런데 한 경찰 친구는 그렇게 검을 놀리면 100% 자살에 실패한다고 이야기했다. 검을 그렇게 놀리면 날이 어느 샌가 살을 베지 못하고 동맥은 더구나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대개 자살할 때 본능적으로 주저하고 또 검을 그렇게 다루면 손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정말 자살하려면 검을 오른손에 쥐고 날을 목의 오른쪽 동맥에 대어서 베어야 한단다. 그런 자세로는 검자루가 오른손 아귀에 딱 막히므로 날이 살과 핏줄을 확실히 벨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그러고 보면 검이나 칼이 있더라도 죽는 방법을 모르면 죽기 쉽지 않고 괜히 상처만 만들어 고생하기 십상이다.

 

죽는 방법, 죽이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다. 의사를 빼놓고 죽는 방법, 죽이는 방법을 전문 연구하거나 훈련하는 사람들은 경찰, 군인, 스파이 등이니 죽음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남을 깔끔하게 죽이는 게 능력이거니와 자결도 깔끔하게 해야 격에 어울린다. 헌데 현실에서는 전문가들의 깔끔한 자결이 드물고, 권영해 전 안기부 부장의 손목 긋기 자결시도는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된다. 목매기, 물에 뛰어들기, 독약 먹기 등등 확실하게 죽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비효율적이고 실패확률이 높은 손목 긋기를 골랐는가? 한국에서 군대와 정보기관의 최고직위를 맡았던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어설픈 처사다.

 

유감스럽게도 20년 쯤 지난 지금도 어설픈 언행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12일 검찰이 법정에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원장 내정에 최순실씨 영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남 전 원장은 격분했다 한다. 

“난 최순실이라는 이름 자체를 신문에 국정농단 기사가 나오면서부터 들었다. 내가 지금 이런 자리에 있지만 그렇게 인격 모독을 하면 안 된다. 내가 최순실 때문에 국정원장으로 갔다는 것이냐? 그러면 내가 할복자살하겠다.”

검찰은 그냥 그런 얘기가 있어서 물어본 것이라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한다. 한국 정객들은 일관성이 부족해서 늘 말을 듣는데, 남 전 원장은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몰랐었다는 관점을 1년 넘도록 견지하니 일반 정객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다음 남 전 원장이 자기가 알았더라면 권총을 차고 청와대에 갔을 것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필자가 풍자했다고 기억된다. 한국 최고, 최대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국정농단을 몰랐다는 게 무슨 자랑거리냐고, 

국정원 내부에도 최순실과 연관되는 요원들이 활동했다고 알려졌는데 원장으로서 몰랐다면 부끄러워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남 전 원장은 몰랐음을 당당하게 자랑거리로 내세웠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로도 나섰다. 그 자신으로서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여기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웃겼다. 

 

이번에는 할복을 운운하여 한결 웃긴다. 수많은 자살방법 가운데서 할복은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는 방식이다. 인간은 배가 갈라지더라도 쉬이 죽지 않는다. 하기에 옛날 일본에서는 할복한 사람이 고통을 덜 겪고 빨리 죽도록 곁에서 칼로 목을 잘라주는 조수가 있었을 지경이다. 그런 조수는 전문칭호가 있었는데 일시 생각나지 않는다. 

“할복자살”이 그처럼 비효율적이므로 군과 정보기관의 최고직을 두루 맡은 남재준이라는 인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할복이란 일본에서 생겨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방식이라 한국군에서 수십 년 복무하면서 숱한 장교들의 본보기 지어 우상으로 되었었다는 남재준이란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박정희, 정일권 같은 국군 1세대가 구일본군, 괴뢰만주국군 출신들이어서 일본식으로 생각하고 살았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남재준 같이 광복 후에 자라나면서 교육을 받은 한국 *세대 군인마저 일본의 저질문화에 젖은 말을 자연스레 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한국의 군대와 정보기관 최고직위들을 역임했다는 걸 돌이켜보면 소름끼친다. 

 

깨끗하고 유능한 군인이라는 남재준 신화가 참혹히 깨진 지금에 와서 전날 그를 우러렀던 장교들이 어떤 심정인지는 보도를 보지 못해 유감이다. 이명박, 박근혜 수하 사람들의 심경은 시시콜콜 보도하는 기자들이 군대 내 우상들의 붕괴를 군인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제대로 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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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 한심한... 시민000 18/04/13 [13:55] 수정 삭제
  예이, 한심한..예_라이 한심한.. 예이, 한심한..예라이 한심한..똥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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