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한국 같으면”, “한국에서는” 타령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4/16 [09: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중국에 왔거나 중국에서 사는 한국인들, 그리고 한국에 가보았던 조선족들이 즐겨하는 말들을 꼽는다면 “한국 같으면”, “한국에서는”이 단연 앞자리를 차지한다. 대체로 한국을 본보기로 간주하면서 중국의 어떤 현상을 비꼬거나 비난하기 위해서다. 

그런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심리는 전문가들이 분석할 흥미를 느낄 텐데, 여기서는 “한국 같으면”, “한국에서는”이 잘 통할 것 같지 않은 경우들을 좀 살펴보겠다. 

 

뷔페 그릇들은 누가 치울까? 

 

1990년대 초중반, 뷔페가 중국에서 조금씩 퍼지기 시작할 무렵, 한국인들은 뷔페를 돌면서 투덜거리기가 일쑤였다. 음식 가짓수가 적다, 그릇이 어떻다, 등등 말은 “한국에서는”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 2010년대가 저물어가는 현시점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와서 뷔페를 먹는다면 그런 말이 쉬이 나올지 의심스럽다. 음식가짓수와 품질은 뷔페 가격과 정비례되니까 혹시 한국 최고급 뷔페에 맛들인 분들이 중국 최하급 뷔페를 깔볼 수는 있겠지만, 그릇 치우기는 어떻게 대할까? 

 

금년에 한국 최저임금이 인상된 다음 그 부작용에 대한 주장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난 3월에 외식업계에서 셀프서비스가 늘어난다는 기사가 나왔다.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사라지고 먹은 접시들을 중간, 중간 치워주는 서비스도 사라져서, 손님들이 스스로 가끔 일어나 빈 그릇을 반납해야 됐단다. 셀프 서비스 증가 이유는 인건비 부담이란다. 

도입 초기에는 사용한 식기와 집기, 종이 매트 따위를 스스로 정리해고 주문과 결제도 자기절로 해야 하는 데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들이 많겠으나, 인간의 적응능력이란 무서우니까 한동안 지나면 그게 오히려 편하더라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다. 

이후에 한국인들이 중국 식당에 온다면 셀프 서비스를 하지 않아 편하다고 말할까? 아니면 애국심이 팽창되어 셀프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국식당을 나무랄까? 이러나저러나 “한국 같으면”, “한국에서는” 따위 말이 예전처럼 쉬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경호를 경호처가 맡느냐 경찰이 맡느냐? 

 

4월 초에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청와대 경호처가 계속 맡느냐 아니면 경찰에 넘기느냐가 쟁론거리로 되면서 여러 가지 주장과 설들이 엇갈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현행법상 청와대 경호처가 이희호 여사를 경호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치적인 이유로 그런 경호와 그런 결론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필자는 경호처와 경찰의 관계에만 주목했다. 

 

▲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무장경찰부대를 개혁했다     © 자주시보

 

얼마 전에 중국이 무장경찰부대를 개혁했는데, 외부에서는 무장경찰부대가 중앙 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강화와 결부시켰다. 헌데 120만을 헤아리는 무장경찰부대는 굉장히 복잡했고 개혁 또한 그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중앙급 요인들을 보위하는 경위국과 각급 경위처들이 워낙 무장경찰부대에 속했고 요원들은 무장경찰계급을 달았는데, 이번의 개혁으로 공안경위부대가 전부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인민경찰로 변했다. 한국으로는 청와대 경호처가 경찰청 소속으로 바뀐 셈이라고 칠까? 

구체적인 업무는 여전히 원래 그 사람들이 맡지만 소속이 인민경찰로 바뀌었으니까 중국에서는 경호 주체가 경호처냐 경찰이냐는 쟁론 자체가 생겨날 이유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경찰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한국 같으면”, “한국에서는”이 중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십상이겠다. 

 

중국의 소방대는 워낙 무장경찰에 속했다

 

35년 역사를 가진 무장경찰은 앞에서 말했듯이 굉장히 복잡했으니 변경 보위나 기동역량으로 쓰이는 무장경찰 외에도 황금경찰, 삼림경찰 등 여러 종류 대오가 있었으니 공안소방부대도 무장경찰에 속했다. 중국에서는 “소방관”이 아니라 “소방원(중국어로 샤오팡위안消防员)”이라는 말을 쓰는데 소방원의 주요 구성부분은 2년 병역복무를 하는 청년들이었다. 즉 현역 군인과 같은 대우를 받았고 퇴역 후에는 취직과 승진에서 군사복무자들과 마찬가지 우대를 누렸다. 

 

여기서 잠깐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중국은 공민의 군사복무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적령청년들이 모두 군대에 가면 수천 만 대군이 생겨나기에 비교적 엄격한 검사와 심사를 거쳐 현역 군인과 무장경찰, 소방대원 등을 뽑았다. 그렇게 복무를 하는 사람들은 “의무병”이라 불리고 복무기간이 지난 뒤 계속 군인으로 남겠으면 학교에 들어가 군관(장교)이 되는 길을 걷거나 “지원병”으로 넘어가서 특수한 군인으로 되는 길을 고른다. 지금 중국인민해방군에서 *급 사관들은 아마 한국군의 원사와 비슷할 것이다. 물론 다수는 2년가량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데 사회적으로 우대해주도록 정해졌고 특히 지난 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퇴역군인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이는 모든 남자들이 군대에 다녀와야 하는 한국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번 무장경찰부대 개혁은 군대는 군대, 경찰은 경찰, 민사는 민사로 구분한다는 원칙에 따랐으므로 민사속성 임무에 속하는 황금, 삼림, 소방 등은 통째로 해당한 직능부서에 넘겨져서 비현역 전업대오로 편입되었는데, 소방대는 국무원에 새로 생겨난 응급관리부(应急管理部)에 속했다. 

전환기에 처한 소방대원들이 군사복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등 우려에 대해, 지금 정부의 해석은 소방이 전문 직종으로 변하면서 복무기간이란 개념이 없어지고 전문성이 강해지면서 대우도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2년 복무로 끝나지 않고 수십 년 전문 소방원으로 되면서 받는 돈도 경찰 수당이 아니라 전문직의 월급이기에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한국의 소방관들은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워낙 전문 직종이니까. 

 

중국의 소방대는 개를 상관하지 않는다 

 

지난 3월 30일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목줄 풀려 길에서 날뛰는 개를 처리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교육생 합계 3명이 트럭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문을 따 달라, 개를 잡아 달라 따위 민원들은 비긴급으로 분류하여 출동하지 말자는 여론이 높아졌는데, 지금까지 실제로는 출동이 줄지 않았다는 반향이 나온다. 

개 처리와 문 따기 등을 소방관들이 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필자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중국에서 119는 화재와 직결된다. 규정에 의하면 화재위험 신고, 화재신고, 기술원조(如교통사고, 인원 곤경), 화학원조(화학물질 누설), 생물원조(병충해) 등이 119의 수리범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은 드물고 주로 화재 때문에 전화를 건다.

 

어떤 남자는 반지가 빠지지 않아 손가락이 시커멓게 되니 소방대에 찾아가서 빼 달라 요구하여 소방대원이 특수집게로 반지를 잘라줬다는 따위 기사들이 간혹 나오니까, 소방대를 화재 이외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 소방대를 오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그러면 문이 잠겼을 때 중국인들은 어떻게 하는가? 집문 곁에 잔뜩 붙여진 열쇠수리, 자물쇠 따기 광고에 찍힌 번호에 전화를 건다. 대개 손바닥보다 작은 그런 광고들에는 공안국의 허가를 받았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그런 번호에 전화를 걸면 잠시 후 공구상자를 든 사람이 달려와서 요구한 사람이 집주인이냐를 확인한 다음 자물쇠를 따준다. 당장에서 새 자물쇠를 바꾸는 경우도 많으니 따기와 바꾸기를 합쳐서 인민페로 수백 위안 정도 든다. 한화로는 몇 만 원 정도다. 비용은 주로 자물쇠에 따라 오르내리는데 어중간한 자물쇠는 300위안 정도이니 한화 5 만 원 가량이다. 소방관이 집주인 요구대로 문을 따주니 집주인이 수리비용을 청구했다는 한국식 기사를 중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개가 날치면 중국인들은 어디에 전화하는가? 110에 전화한다. 110은 형사사건을 중점으로 하면서 치안사건들도 담당하고 긴급구조도 맡았다. 예컨대 아이나 치매노인이 잃어지면 110에 신고한다. 개도 110이 처리하니 언젠가 난징시(남경시)의 슈퍼마켓에 주인 없는 대형맹견 짱아오(藏獒)가 설칠 때 110에 연락이 가서 경찰들이 출동하여 처리했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중국에서 한국인들이 119에 전화를 걸어 문을 따 달라, 개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는 기사를 보지 못한 게 필자로서는 이상스럽다. 한국의 규정과 관행을 절대화하는 한국인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한데, 혹시 기자와 언론사들이 한국인들의 체면을 돌봐서 보도하지 않아서일까? 

 

중국의 반려동물은 줄잡아 1억 마리라 한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말썽들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한국만큼 복잡한 사태들은 생겨나지 않은 것 같다. 유명가수의 개가 유명 식당주인을 물어 죽였다던지 소방관들의 죽음을 초래했다던지 등등을 필자는 인상이 없다. 반대로 개가 차에 치이거나 깔려서 죽었는데 개 주인이 기대만큼 배상을 받지 못해 소송했다는 따위 기사들은 제법 보고 들었다. 주인이야 개를 자식처럼 대하지만 법적으로는 개의 죽음이 인간의 사망과 격이 다르기에 강제적 처벌과 배상의 대상으로 되지 못한다. 하여 법정에서도 대체로 쌍방의 화해를 권한다 한다. 

동물 구조가 한국에서는 119전화가 많이 받는 민원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데 글쎄 이후에 중국에서도 동물 구조를 소방 쪽으로 넘길 지도 모른다만, 일단 지금까지는 수리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개를 잃어버렸거나 개를 발견하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가 거절당한 뒤 “한국에서는”, “한국 같으면”하고  투덜거린 한국인들이 있었을 상 싶다. 

 

이명박, 박근혜 시기에 꽉 막혔던 남북교류가 요즘 물꼬를 텄는데 반도의 이북에 간 이남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한국 같으면”을 입에 달고 다니지 않으면 바람직하겠다. 중국에서는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이 웃고 지날 때가 많으나, 이북에서는 체제에 대한 비난으로 간주할 사람들도 있을 법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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