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461] 북의 비판을 고대할 일부 탈북자들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5/14 [15: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14일 포털사이트에서 “'탈북 여종업원' 북송 논란… 떨고 있는 3만 탈북자들”이라는 제목을 보았다. 순간 직감적으로 《조선일보》의 기사라고 짐작했다. 열어보니 과연 그러했다. 게다가 타이틀을 보고 조선인가 했는데 과연 그렇다는 댓글이 붙어 크게 웃었다. 한 언론사가 제목만으로 기사의 정체를 알아맞출 수 있게 됐다는 게 자랑거릴까? 비애일까? 

 

일본 언론들 중에서 색깔이 가장 선명한 건 《산케이신붕》이다. 일본어로 됐던 중국어로 옮겨졌던 사이트나 신문들에서 언론사 이름을 보지 않고 기사내용만 잠깐 훑더라도 그 신문의 글임이 알린다. 특히 조선(북한) 관련보도들은 특유한 논법으로 일관되었기에 몇 구절만 읽어봐도 《산케이》의 특별한 냄새를 맡게 된다. 

닝보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탈북”사건을 국정원이 기획했고 자원탈북이 아님이 분명해진 시점에서 북송이 언급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헌데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모든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3만 명의 불안을 부풀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3만 명을 대표하는 듯한 소리를 하는가? 

기사를 휘익 훑어보다가 아랫줄에서 눈길이 잠깐 멈췄다. 

 

“‘통일되면 남북양쪽서 총 맞을 것’이라고 탈북자에 퍼붓는 악담”

 

뒤이어 어찌 보면 총알이 날아오지 않는 게 더 괴로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씩 웃었다. 지난 주 목요일 10일 JTBC의 프로가 기획탈북문제점을 까밝혀서 송환이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뒤, 주말에 탈북민 출신 뮤지컬 감독 정성산씨는 "대한민국 국민을 어떻게 보면 적국(敵國)인 북한에 떠밀어버리는 것"이라며 "기본권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에 간 수많은 탈북자들 가운데서 필자가 진정으로 탄복한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데 정성산 감독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참여한 영화들인 《공동경비구역 JSA》, 《동해물과 백두산》은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필자도 흥미롭게 보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산하의 기구에서 밥을 얻어먹지 않았고, 텔레비전방송국의 특별한 프로에 단골로 나서면서 선전용 도구로 쓰이지 않았으며, 출처 불명의 자금에 의지하는 대북삐라 날리기에도 매달리지 않은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가 만든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필자가 볼 기회가 없었고 본 사람들에게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으나, 무대작품 하나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필자로서는 그 힘겨운 일을 해냈다는 자체만으로 정성산 감독에 대한 경의가 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고발했다는 내용의 진실성이나 작품의 예술성은 둘째 치고 말이다. 

하기에 지난 주 JTBC의 프로보다 조금 앞서 정성산 감독 관련 소식이 뒤늦게 보도되었을 때 은근히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기사에 의하면 정씨가 언론에 알리기 며칠 전인 4월 30일 그가 경영하는 인천의 한 식당에 가로세로 1m가량의 대형 세월호 추모 리본 표지가 노란색 스프레이로 그려지고, 비난 벽보가 붙었다 한다. 

 

▲ 4월 30일 정성산 씨의 식당 창문에 보태진 리본 표지와 벽보. 정씨가 언론에 제공한 사진임     © 자주시보,중국시민

 

정씨는 낙서사건(?)이 2014년 9월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기 위해 열린 우파 '폭식 집회'에서 주최 측 관계자 옆에 있던 자신의 모습이 최근 MBC 시사 프로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된 것과 관계된다고 추측했다 한다. 정씨는 한국에 가서 일베에 끼이고 지역감정을 조장해 비판을 받아왔기에, 극우보수 단체 활동에 참여로 3~ 4년 뒤에야 행동형 비판을 받은 게 오히려 너무나도 늦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전에 정씨의 활발한 활동에 열을 받은 일부 네티즌들은 정씨가 한국의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국론분열을 노리는 이중간첩이 아니냐고 의심했고, 1980년 5월 광주에 조선 사람들이 침투했다면서 이른바 “광수”들을 찾는 우익인사들은 정씨를 “광수”의 하나로 단정했다. 그토록 열심히 반북 뮤지컬을 만들었고 극우단체 활동들에 참가해온 정성산 씨로서는 이중간첩이나 “광수”설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북한군 특수부대”만이 아니라 북의 숱한 명인들이 광주에 드나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황장엽 씨마저 “광수”의 하나로 단언했고 몇 해 째 한국에서 반북활동에 앞장선 일부 탈북자들도 몇 번 몇 번 광수라고 찍었다. 광수로 지목되나 느긋할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이 있으니 조선이 그들을 “인간쓰레기” 등으로 매도하면서 아무개의 진실을 밝힌다는 식으로 글과 사진, 동영상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헌데 정성산 씨는 조선의 비난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탈북자 문제에 무척 관심이 많아 여러 해 관련 자료들을 두루 모아오는 필자는 북의 매체나 출판사가 정씨를 공격한 내용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필자가 놓쳤을 수도 있다만 북이 태영호 전 공사나 가짜 정치범임이 들통 난 신동혁, 그리고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대북삐라를 날려 보낸 박상학 같은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한다, 진짜 이름이 뭐다, 형사범죄를 저질렀다 등등으로 연속공격, 연속비난을 이어간 것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요덕스토리》의 내용과 영향력에 비기면 북의 무시나 홀시가 너무나도 특이하다. 

 

4· 27 판문점 선언 이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는 탈북자들로는 태영호 전 공사와 박상한 무슨 연합 대표를 들 수 있겠다. 그들은 북의 비난과 비판으로 “역사상검증”을 거쳤기에 나름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반북활동을 해왔으나 북의 비난, 비판을 받지 않았거나 덜 받은 정성산 씨 같은 사람들은 북의 그런 “너그러움” 때문에 남에서 날아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통일되면 남북 양쪽에서 총 맞을 걸 걱정한다면 아직은 비현실적인 기우에 지나치지 않는데, 북이 욕해주지 않아서 남에서 의심을 받는 건 아주 현실적인 걱정거리다. 필자가 분석해보면 지금 반도 남반부에는 북이 욕해주기를 고대하는 탈북자들이 꽤나 될 것 같다. 단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욕을 벌고 싶어도 북이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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