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86] 비전향장기수, 소설가, 배우, 그리고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6/12 [07: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2000년 9월 북으로 송환된 60여 명 비전향장기수들 중에서 김동기 선생(1932~ )은 글을 많이 쓰신 분이다. 남에 계실 때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을 남긴다》(아침이슬 출판사, 2000년 8월)는 수필집을 출판했고 북에 가서는 수기집 《태양가까이에서》(2002) 《생이란 무엇인가》(평양출판사, 2004), 《삶의 노래》(평양출판사 2006) 등을 출판했다. 

 

▲ 비전향장기수 김동기 선생의 수기집     © 자주시보,중국시민

 

이분이 활발한 문필활동으로 조선(북한)의 엔간한 소설가, 시인들도 되기 어렵다는 조선작가동맹 회원이 되었다가 한 청년의 충고를 받았다. 절대로 소설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글은 모두 진실한 경력이기에 감동을 주었는데, 만약 소설을 쓴다면 독자들이 수기들도 허구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감명을 받은 김동기 선생은 죽 수기와 수필들만 써왔다. 

 

2018년 6월 13일 한국 지방선거가 막판에 들어서면서 네거티브가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는 유력 후보의 “형수욕설”과 “여배우 스캔들”이 상대방의 공격목표로 되는 외에 많은 사람들의 반향을 이끌어 낸다. 근자에 유명 소설가가 가세하여 여배우 스캔들이 열기를 더할 때, 필자는 고개가 절로 기웃해졌다. 2년 전에 아무개에게서 들었다고 시작되는 게 소설가의 주장이어서였다. 소설을 많이 썼고 그것도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던 소설가이기에 아무리 나름대로 100% 진실을 이야기하더라도 대중의 100% 신임을 받기 어렵다. 사회적 배역이 소설가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소설가 하면 허구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게 통념이 아닌가. 

 

인간은 내키거나 말거나 일정한 사회적 배역을 맡게 된다. 김동기 선생은 34년 감옥살이로 비전향장기수라는 배역을 맡았고 평생은 물론 이제 사후에도 그 칭호가 따라붙게 된다. 문인들이나 예술인들 또한 일정한 작품들로 소설가, 작가, 배우, 감독 등 사회적 배역을 갖게 된다. 헌데 조금 신기한 게 체육선수들은 “전 국가대표” 아무개 식으로 “전”자가 붙는 게 관례인데, 소설가, 시인, 배우, 감독 등은 여러 해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어도 “전”자가 없는 대우를 받는다. 일단 문단에 등단하거나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 변하지 않는 어떤 사회적 배역을 맡는 것도 그런 직업(?)의 매력이 아닐까? 

 

“여배우 스캔들”을 한동안은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선 정치인이 떠들더니, 선거 며칠을 앞둔 진짜 막판에 이르러 여배우 본인과 역시 배우인 딸도 나서서 입장을 발표했다. 헌데 아무리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더라도 그리고 TV인터뷰에서 보여준 “보디랭귀지”가 심리학이론에 비추어 거짓이 없더라도 배우라는 사회적 배역 때문에 대중을 모두 납득시키지는 못한다. 

정말 진실을 말하고 쓰더라도 대중의 믿음을 얻기 어려운 게 소설가와 배우라는 사회적 배역이 태생적으로 갖는 비애가 아닐까? 뭐든지 매력이 강할수록 부작용도 심하기 쉬운 법이다. 

 

두루 따져보면 한국에서는 기자라는 직업 혹은 사회적 배역보다 더 좋은 건 드물다. “3류 소설을 쓴다”는 비판을 받고, “기레기”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멸종되지 않았고 정보화시대에 오히려 더 큰 시장(?)을 얻어 활약한다. 새로운 소식이 없으면 뭔가 추측해서 쓰더라도 밥벌이가 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북한 기사”는 “오늘 보도, 내일 오보”로 밝혀져도 “북한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를 만능방패로 내세우는 게 보수언론이다. 

요즘 평양에 지사를 세우려는 한국 언론들이 많다는데, 현실로 되면 엉터리 북한 보도들이 줄어들까? 기자가 존경을 받는 사회적 배역으로 거듭나기를 일단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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