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08] 일본 신화의 파탄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7/10 [11: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일본이 호우로 고생이다. 인명피해만 해도 사망자가 110명을 넘겼고 실종자까지 치면 200명에 가깝다는데, 이제 더 늘어날 수도 있단다.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워낙 동정을 받게 된다. 헌데 사망자가 수십 명까지 집계되었을 때, 중국 네티즌들은 물에 잠긴 일본 도시 사진들을 퍼 나르면서 조롱거리로 삼았다. 일본 놈들이 잘 죽었다고 잘코사니를 부른 게 아니다. 중국에서 퍼졌던 일본신화를 풍자했던 것이다. 

 

지난 4월 하순에 쓴 타산지석 “정신적 일본인”과 “정신적 미국인”(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235&section=sc29&section2=)에서 신조어  “징르(精日정일)”가 “징선르번런(精神日本人정신적 일본인)”의 준말이라고 소개했는데, 다른 신조어로 “르추이(日吹)”가 있다. “추이(吹)”는 허풍 친다는 뜻으로서 일본을 열광적으로 찬미하는 자들을 “르추이(日吹)”라고 부른다. 

“르추이”들의 찬미소재는 엄청 많다. 진실도 있으나 과장이 너무 심하다. 한때는 중국인들이 그런 신화들에 속았지만 출국여행, 방문,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신화들의 진실이 드러난다. 예컨대 일본 거리와 골목에 쓰레기가 없다는 게 역사가 꽤나 오랜 신화였는데, 인터넷, 모바일이 보급되면서 일본 거리와 골목들에 널린 쓰레기 사진들이 뭇사람에게 알려졌다. 

일본의 하수도, 배수계통은 신화 중의 신화였다. 중국에서 물난리가 일어날 때마다 르추이나 징르들은 하수도는 도시의 양심이다, 일본은 배수계통을 잘 만들었기에 도시가 물에 잠기는 법이 없다, 중국이 얼마나 허술한가 이러루한 식으로 떠들었다. 

이번 일본 호우와 침수에는 복합적인 원인들이 존재하기에 단순히 하수도와 배수계통 문제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허나 바로 중국의 친일파들이 일본의 시설을 절대화했기에 비웃음을 받을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다른 한 웃음거리는 타이완 정객들의 연기였다.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채영문)과 “행정원장(총리 격)” 라이칭더(赖清德뇌청덕)이 연달아 일본에 위문하고 도와주겠다고 발언한데 대해, 타이완 사람들이 타이완 문제들이나 잘 해결하라고 쓴 소리를 던진 외에, 대륙 네티즌들도 타이완 정객들의 오지랖 넓은 행동을 비웃는다. 

물론 다른 소리도 나온다. 중국에는 징르와 르추이가 수두룩한데다가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5일 호우가 쏟아질 때 아베 수상이 젊은 의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감정을 두터이 했음이 알려져 일본 민중들이 정부의 대응부족을 비평했다는 기사에는 밥 먹는 게 뭐 잘못이냐? 어떤 나라 같으면 지도자들이 후이숴(会所)에 있었을 텐데. 따위 댓글이 달렸다. 후이숴는 중국의 호화교제장소로서 일본, 한국의 요정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처럼 한 가지 사실을 놓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부동한 반향들을 보이게 된다. 

 

또 하나의 일본신화의 파산을 접하면서 필자는 역사와 현실을 살펴보았다. 전에는 일본이 확실히 많은 기적을 창조했으니 신화들도 거짓은 아니었다. 일본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누가 일본에 갔다가 가져온 물건마다 중국인들의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냈고 1980년대 일본제품들의 정교함, 편리함과 신기함은 무한한 화제를 만들었다. 일본이 비약하던 시기에는 새로운 물건, 새로운 개념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소니사의 워크맨은 인류의 음악 감상 습관을 바꾼 획기적인 제품으로서 “Walkma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줄여서 “OL”인 “office lady(오피스 레이디)”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어단어라 한다. 뷔페식 또한 일본에서 지금의 모양으로 개조, 발전되었다. 가라오케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일본의 발명이 아닌가. 

헌데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파산 이후 일본에서 무슨 특별한 새 제품, 특별한 새 개념이 나왔는가? 필자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유명기업들이 파산하고, 철강기업들의 데이터조작과 저질제품제공 등등이 폭로되면서 “일본제조”의 신화가 깨어지는 판이다. 아직도 고가일본제품들의 정교함은 공인되지만,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 제품들이 부족한 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는 일본에 갔다 온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줄만한 선물이 별로 없어 고작 지방특색 음식 따위를 주는 판이다. 

일본영화와 드라마들을 보더라도 1960~ 1980년대의 자신만만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시시껄렁한 소재들이나 다루다나니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경제발전속도가 느리고 삶의 변화가 적으며 미래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예술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야겠다. 

일본의 상승기에 눈부신 성공에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침체기에 하나둘 드러나 장원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건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중국의 징르, 르추이보다 더 심한 친일파들이 많은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일본신화가 떠돈다.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 아직도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음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 여러 모로 증명해 주었다. 문제를 인식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유신시대”라고 표현되는 시기 정치, 경제 등 여러 방면의 롤 모델이 일본이었다는 교훈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이 연예 한류만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개념, 신조어들을 만들어내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날이야말로 진정 새로 거듭나는 날이 아닐까? 

짧은 글에는 담기 어려운 생각들이 너무 많아 글이 어지러워졌다. 독자 분들이 알맹이들을 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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