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20] 중국 아수라 대 한국 아수라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7/24 [21: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7월, 중순부터 “아수라”를 많이 접한다. 먼저 중국 역사상 최대 제작비 7. 5억 위안(한화 1260억 원 상당)을 투입했다는 신화 판타지 영화 《아수라(阿修罗, Asura)》가 13일 개봉되었다. 

 

▲ 중국 영화 아수라 포스터     © 자주시보,중국시민

 

대륙과 홍콩 스타들을 모셔다가 6년 품을 들여 만들었고, 할리우드 대작 특수효과 팀을 청해와서 후기제작에 품을 들였다는 등 홍보를 많이 했던 영화는 상당한 기대를 자아냈고 스크린도 많이 차지했으나, 보고 나온 사람마다 재미없다, 황당하다, 허접하다고 욕했다. 중국의 영화 검열제도는 워낙 비판의 대상으로 되곤 했는데, 《아수라》는 정반대로 저 따위 영화가 어떻게 시나리오 검열과 완성 후 검열을 거쳤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사이트 평가 점수가 10점 만점에서 3.1과 4. 9를 기록했을 정도이다. 제작진은 점수의 진실성을 의심했으니, 경쟁적수가 악의적으로 조작하지 않았겠느냐는 뜻이었다. 한편 영화감독 피즈페이(毕志飞필지비)는 적어도 9점 맞을 영화가 푸대접 받는 게 서글프다고 탄식했으니, 할리우드 수준의 영화가 인터넷 여론의 영향을 받아 악평에 시달린 게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다. 

 

개봉 후 주말을 포함한 3일 동안 흥행성적은 4, 500만 위안 미만. 1억 제작비를 들여 일주일쯤 앞서 개봉한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타산지석 “한국영화를 살짝 닮은 중국의 여름 최대흥행작”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40902&section=sc7&section2=)이 첫날 3억 위안 이상 성적을 거두고 흥행가도를 달린 것과 비기면 그야말로 흥행참사였다. 결국 영화 투자자 전이 15일 22시부터 상영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제 다시 상영하느냐는 미지수나, 수개하여 다시 상영하더라도 더럽혀진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흥행참패로 부각되는 게 제작자 양전쟨(杨真鉴양진감)의 사전 자신감이었다. 그는 언론과의 대담에서 《나는 약신이 아니다》를 폄하하는 한편 《아수라》를 치켜 올렸고 제작비 7. 5억 위안이 많은 셈이 아니라고, 누가 2000만 달러만 더 투자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전복할 수준의 걸작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했다. 돈으로 뭐나 다 해낼 수 있다는 자본주의식 발상이다. 우습게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고, 투자라는 게 돈세탁이 아니었겠느냐고 질의했으니, 양전쟨 같은 금전만능주의자들이 이후에 활약할 공간이 좁아지게 됐다. 

중국에서 비판대상과 웃음거리로 된 《아수라》가 화제에서 밀려나자, 한국에서 다른 아수라가 떴다. 2016년에 개봉된 영화 《아수라(Asura : The City of Madness)이다. 가공의 도시 안남 시에서 벌어지는 범죄활동을 다룬 영화는 여러 가지 상들도 받았고 관객 259만 여 명을 동원했으니, 2018년의 중국 《아수라》가 150만 정도 관객에 그친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나, 흥행걸작기준선인 “천만 영화”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헌데 특이하게도 2년 뒤 인기화제로 되고 다운로드수가 급증한단다. 7월 21일 SBS가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지역 조직폭력배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그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덕(?)이다.

 

▲ 한국영화 아수라 포스터     © 자주시보,중국시민

 

네티즌들은 알고 보니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실제로 성남 시에서 촬영한 부분이 꽤 있다,  픽션을 좀 넣으시지 너무 현실 고증했다, 영화보다 더한 현실  등 의견들을 내놓으면서 영화에 평점 만점을 매겼다. “천만영화”들도 받지 못한 대우를 《아수라》가 뒤늦게 받으니 한국 영화사의 한 폐이지를 쓰게 됐다. 

이재명 지사는 조폭연루설을 적극 부정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반론권을 청구하는 등 다각적 대응을 모색한단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의 모든 언행을 가식으로 간주하면서 풍자, 조소, 비판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지지강도를 높여간다. 

영화 속의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가 신도시 개발을 미끼로 투자를 끌어오고 정치권, 조직폭력배 계열의 건설회사, 재벌 등과 결탁하여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악행을 일삼는 모습을 현실 속의 이재명 시장- 도지사와 겹쳐서 이재명 비판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성남에 가보지 못한 필자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만, 이재명 시장 임기 내 성남시의 범죄사건 집계와 범죄율 변화는 공개된 자료가 있을 텐데 쟁론에서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감이 든다. 또한 100만 성남 시 주민들의 다수가 느끼는 성남의 안전도가 어느 정도인가도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이재명 시장 시기의 성남이 좋아졌나, 나빠졌나에 대해서는 워낙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제 와서 선량한 시민들이 시장과 결탁한 조폭에 억눌리는 대가를 치렀다는 식으로 내막(?)들이 공개된다면 언론사의 여론몰이가 성공할지, 시민들의 판단이 승리할지 궁금하다. 증언만이 아닌 증거들이 승패를 결정할 테니 어느 편이 얼마나 확실한 증거를 내놓느냐가 중요하겠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으로 《아수라》가 뒤늦게 다시 뜬  이틀 뒤인 23일 노회찬 의원이 아파트에서 투신 사망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엄청 충격을 받은 모양새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영화와 시사프로그램이 예언기능을 가졌는지 아니면 《아수라》를 언급하면서 이재명을 공격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노회찬 의원에게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인불가능하다. 단 노회찬 사망과 이재명 공격으로 한국 정치권이 조용하지 못할 건 분명하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대 제작비 영화가 쫄딱 망하던 바로 그 15일에 엉터리 백신 사건이 터졌다. 창춘창성생물과기유한책임공사(长春长生生物科技有限责任公司)를 이끌면서 “백신 여왕(疫苗女王)“으로 불렸던 가오쥔팡(高俊芳)과 회사 임원들이 공안국의 수사를 받는다. 예전에 엉터리 음식물 제조로 생겨났던 먹을거리 공포증이 차차 잊혀가는 시점에서 10여 년 지속되었다는 엉터리 백신 제조와 보급은 새로운 공포증을 유발하여 민심이 들끓는다. 중국인들의 자질 탓이라거나 중국의 제도 결함이라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나 하면, 사회주의 국영기업을 사유화했기에 최대이익을 추구하는 자본가들이 불량식품, 불량의약품을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열을 띈 쟁론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에서 걸핏하면 제도와 자질이 언급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관습과 풍토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식 정치자금 관습 때문에 노회찬 의원이 잘못되었으니 이참에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드문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 뜨거운 쟁론거리들이 생겨난 중국과 한국, 아수라장이라고까지는 아직 말할 정도가 아니다만, 문제들을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하다가는 정말 아수라장으로 변할 위험성도 다분하다. 국내정세란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끼치는 법이라 반도와 주변도 요동치면 어쩌나, 은근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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