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한국의 586,중국의 586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8/23 [15:07]  최종편집: ⓒ 자주시보

 

1990년대 초반 중국에서 필자가 처음 컴퓨터를 접촉할 때 피씨의 CPU는 인텔회사의 386이 기본이었다. 좀 지나 486을 장착한 피씨가 고가로 팔렸고 또 한동안 지나 586이 나온다는 소식이 퍼지더니 어느덧 계열번호가 사라지고 CPU 펜티엄 시대가 시작됐다. 

 

21세기 초반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인기화제로 되면서 “386, 386”이 자주 언급되기에 왜 구닥다리 CPU가 뜨는지 이상스러웠다. 헌데 알고 보니 신조어의 일종이었다. 1960년대 출생하여 1980년대 학번으로 민주화 학생운동에 참가했고 당시 30대인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것. 노무현 후보의 경선과 당선, 그리고 이른바 “좌파정권”이 이어지면서 기사와 글들에서 “386”, “386세대”가 유달리 많이 등장했다. 노무현 팀과 지지자들 속에 386세대가 많은 게 보수우익들에게는 굉장히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실제로 386세대는 한 세대로서 그 구성이 굉장히 복잡하고 직업과 경향이 같지 않다. 허나 386을 언급할 때는 주로 이른바 진보나 좌익으로 분류되면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인상을 준다. 하태경 국회의원이나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씨 같은 이들이 나이로는 분명 386세대에 속하고 그것도 명인이지만 “전향 주사파”여서인지 언론이 거드는 386세대에는 끼이지 않았다고 기억된다. 

 

세월과 더불어 인간의 나이가 늘어나면서 386세대가 486세대, 586세대로 칭호가 바뀌었다 한다. 486으로 변할 때에는 마침 이명박 정권 시기라 486세대가 별로 인기(?) 없더니 2017년 초여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586세대가 크게 뜬다. 

586세대가 청와대를 점령했다느니, 586그룹이 어쩌고, 어쩌고 등등으로 여당과 정권의 유력인사들 경력을 들먹이면서 “빨갱이” 딱지를 붙이려는 보수우익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에서 386과 586이 세대지칭어로서 특수한 의미가 부여되었다면 중국에서도 386과 586이 원래 CPU 버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글에서 전에 386이 그렇게 했는데 지금 586은 이렇게 한다는 대목이 있다면, 장쩌민(강택민) 총서기와 시진핑(습근평) 총서기를 가리킨다. 덩샤오핑(등소평)이 만년에 마오쩌둥(모택동)을 중국공산당 제1대 영도집단의 중심으로 꼽으면서 자신을 제2대 영도집단의 핵심이라고 평한 다음, 장쩌민은 제3대 영도집단의 핵심으로 불렸고 그 뒤에 순서대로 후진타오(호금도)가 제4대, 시진핑이 제5대 지도자로 꼽혔다. 10년 쯤 단위로 갱신한 영도집단을 한 대로 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그런 표기가 규범화되었다. 

그런 표기로 하여 덩샤오핑부터 시진핑까지를 286~ 586으로 지칭하는 방식이 나왔는데, CPU가 워낙 중앙처리장치라는 뜻이므로 당 중앙의 핵심을 가리키기에는 딱 이었다.

 

한국의 586세대와 중국의 586 시진핑 주석이 워낙 별 상관없으나, 한국에서는 모종의 공통성을 갖는다. 보수우익들이 싫어하고 미워하고 두려워하면서 폄하하는 대상이라는 것. 

예로부터 말로도 실력으로도 이길 가망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이 욕설 내지는 저주였다. 그 결과는 실망에 이어진 절망이었다. 586들을 둘러싼 논란의 결말이 빤히 보인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수정 18/08/25 [11:28]
386 세대는 좌경이 아님. 좌경적 요소를 일부 포함하고 있으나 386 은 남한 한국 정권에 저항해서 데모했지, 북한을 지지하는 데모를 한 게 아니었음. 586세대가 수정 삭제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