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46] 득표율 20%대로도 당대표가 되다니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9/03 [11: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예전에 글들에서 몇 번 언급했다고 기억되는데, 필자는 중국에 온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선거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36% 득표율로 당선되어 내내 “36% 대통령”이라는 조롱을 받았는데, 왜 다자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 2등이 다시 겨루어 승자를 골라내지 않느냐고. 그러면 한국 여러 고장에서 온 한국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선거라는 게 엄청 돈이 많이 든다, 시간도 잡아먹는다, 한 번에 끝내야지 두 번 하면 큰 일 난다는 논리로 변호했다. 필자는 가난하다는 동유럽 나라들에서도 50% 이상 당선자가 나오도록 선거하는데 돈이 이유로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 어떤 한국인들은 입을 다물었고 어떤 한국인들은 나라 지도자를 선거하지 못하는 중국인이 한국 선거를 폄하하는 게 우습다고 반격했다. 쟁론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건배로 대충 마무리되곤 했다. 

한국 대선들에서 과반 득표하지 못한 후보가 당선되면 기사들에서 흔히 2등과의 표수차이가 부각되는데, 아무리 차이를 선전해보았자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과반수 유권자들은 당선자를 “나의 대통령”이라고 간주하기 어렵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대선개입이 심했던 덕분에 어쩌다가 51. 6%라는 과반수 득표율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도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많았기에 실질적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권력을 잡았기에 드러났거나 드러나지 않은 반대자들이 많았다. 

인터넷 보급 덕분에 한국 선거들을 전보다 훨씬 상세하게 알게 되면서 대선이 단 번 투표로 결정되는 걸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보았다. 바른미래당이 9월 2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는데 손학규 신 대표의 득표율 20%대로서 30%조차 넘기지 못한 것이다. 2등한 하태경 후보는 역시 득표율 20%대로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런 승자독식선거제도의 존재는 선거에 돈이 많이 든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없다. 크지도 않은 정당이 고작 수만 표가 나오는 판에 돈이 들었자 얼마나 많이 들겠는가? 손 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은 70%대가 그를 “나의 당 대표”라고 간주할 수 있을까? 2등, 3등이 최고위원이 된다는 제도 덕에 선거에서 진 사람들이 큰 불만을 품지 않더라도 2차 선거로 과반수 득표자를 골라내어 당 대표직을 맡기는 것보다는 못하다. 

한국에는 조선(북한) 선거 투표율 100%, 득표율 100%를 비웃는 사람들이 많던데 20몇 % 득표율로 당대표직을 차지한다는 것도 어디다 내놓고 자랑할 거리는 못되겠다. 

대선제도개정은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굉장히 어렵다 한다. 허나 정당내부 선거제도개정이야 뭐 어려울 게 있겠는가? 한국 정당들이 과반수 득표해야 대표로 된다는 선거제도를 보급하지 않고서는 정계에서 협력, 통합 따위를 운운하는 자체를 믿어주기 힘들다. 내부 통합조차 이루지 못하고 내부에서 과반수 지지도 받지 못하면서 다른 정당과의 합작을 강조했댔자 실효성이 얼마나 될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면 “권위는 득표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할까? 단순한 1등 독식이 아니라 2차 선거를 거쳐서 과반수 득표자가 당 대표를 하고 대통령을 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는 진정 말이 서고 권위가 있는 지도자가 나오지도 활동하지도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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