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가 발표되었다. 올해 북한 신년사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이 모였고 특히 미국과 청와대는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이냐를 두고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이제 북한 신년사는 북한 내부용의 의미를 벗어나 한반도 질서와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 신년사의 내용을 깊이 분석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에 자주시보, NK투데이, 주권연구소는 공동으로 기획특집을 준비하였다. 특집은 ▲올해 신년사의 특징 ▲북미관계 전망 ▲남북관계 전망 ▲북한의 강국건설 구상 순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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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작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역사를 열어 민족사의 길이 남을 한 해를 만든 시작도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에 발표한 신년사였다. 그러니 온 겨레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게 되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신년사는 2018년 평가부터 시작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는 70여년의 민족분렬사상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였습니다.”라고 평가하였다. 이어 “내외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 속에 한해동안 세 차례의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며 이것은 북남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었습니다”라고 평가하였다.
‘완전히 새로운 단계’란 2018년 남북관계가 발전한 결과가 지난 6.15 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때 거둔 성과를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작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평창 올림픽 참가로 시작된 남북관계 개선은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합의서를 탄생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합의들을 두고 “북남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집니다”라고 매우 높게 평가하였다.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고,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남과 북은 작년 합의를 이행하며 아예 감시초소(GP)를 폭파해버렸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포병 사격 훈련 등을 중단하기로 하였으며 서해 일대에서는 포문을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평화를 실현하려는 조치를 실행하였다.
이런 조치들은 단지 남과 북이 군사적 긴장 상태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고자 한 조치가 아니다. 점차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공격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선언들을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이라고 평가하였듯 문재인 정부 또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사실상의 남북간 불가침 합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성과들은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때에도 이뤄보지 못했다. 특히, 한 해만에 세 차례나 되는 정상회담을 했다. 심지어 남북 정상은 5월 26일 전화통화로 현안을 논의하던 중 즉석에서 결정하여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확실히 전례 없던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을 두고 “불신과 대결의 최극단에 놓여있던 북남관계를 신뢰와 화해의 관계로 확고히 돌려세우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적인 성과들이 짧은 기간에 이룩된데 대하여 나는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2018년을 만족스럽게 여긴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2019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자 할까?
한반도 전역에서의 군사 적대 관계 해소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 남북관계 부분에서 '평화'를 가장 앞에 두었다. 평화실현을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보며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남북은 남북관계를 아무리 개선해놓아도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 신뢰가 깨지고 대결 관계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 대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적대관계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2018년 남북 합의에서 논의된 한반도 전역에서 군사적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한 조치는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에 대한 협의 △단계적 군축 등이다. 남북은 앞으로 군비를 통제하고 나아가 군축을 실현해야 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작년 5월 합동군사훈련 ‘맥스선더’를 강행하여 예정되어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한국은 판문점선언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고 합의한 마당에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한다면 남북 간 합의와 신뢰를 유지할 수가 없다.
한반도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 완전히 중지는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 13항에 이미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미국은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핵항공모함이나 핵무기를 투하용 전략폭격기 등을 반입하고 있다. 무기 반입은 남북 군사 협의의 균형과 신뢰를 단순간에 깨뜨려 평화실현을 위한 조치를 파산시킬 수 있다.
사실 합동군사훈련과 전쟁 장비 반입은 ‘남북’관계 부분이 아니라 ‘북미’관계 문제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 부분에서 언급했다. 더불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의 주장”이라고 완곡히 표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우리 문제를 우리가 풀자는 민족자결의 자세를 호소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전협정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이 평화보장을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왔다. 이는 지금껏 미국이 다자협상을 요구해온 목적은 일방적인 핵포기를 압박하기 위해서이거나 평화실현을 위해 미국이 져야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자협상은 북한의 요구가 되었다. 한반도 평화 실현은 남과 북이 우리의 힘으로 할 것이니 주변국은 한반도 평화를 공동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당사자로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 및 미국을 지목했다. 남과 북이 만들고 중국과 미국이 함께 보장해서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민족 화해와 단결을 공고히, 온 겨레가 덕을 봐야
신년사에서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남북 교류협력에 대한 언급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며 온 겨레가 북남관계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한국 국민을 포함한 온 겨레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오게 하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도 밝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것은 2018년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것과 같이 남북관계 발전의 물꼬를 틔우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의 2018년 4월 보도 등에서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최소 3조 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이 매력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특히, 아무런 ‘대가’없이 재개하자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여기서 ‘대가’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이 파행되며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혹은 법적인 문제를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운영으로 인한 대가, 즉 이익을 바라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9월 2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북쪽에서는 (노동의 대가 지급 없이) 무상으로라도 재가동을 빨리 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라고 밝힌 바도 있다.
사실 이 제안은 남북관계가 여타 일반적인 관계, 이익을 위한 협상 대상으로 본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제안이다. ‘온 겨레’가 아니라 ‘한국’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는 조치이다. 북한이 남한에 ‘퍼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 무임노동 제안을 냉큼 받아들이는 것도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 있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그만큼 북한은 파격적인 조치를 해서라도 남북 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진정성과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지금껏 개성공단 재개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대북제재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월 19일까지도 “제재 완화는 북한의 비핵화 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할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소극적으로 대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로 시설 노후화 등을 염려하며 방북신청을 세 차례에 걸쳐 하였으나 이마저 모두 유보하였다.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는 1월 1일 “이번 북한의 신년사를 통해 새 희망을 갖게 됐다”며 “기업인들의 방북을 즉시 승인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면서 “우리는 북남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리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등 외부세력이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로를 막는다면 남과 북이 단합된 힘으로 열어가야 하며 또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의 ‘덕’을 입게 해주자는 북한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 모색
올해 신년사에서 또한 특기할 것은 통일방안 논의를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통일방안 이야기를 꺼낸 것은 김일성 주석이 1991년 신년사에서 낮은 단계 연방제안을 제시한 이래로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 그저 분위기나 내며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실제 통일 단계로 들어서자는 것이다. 남북통일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과 관련해서 2000년 6.15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전부이다.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일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남북통일을 주장했지만, 통일 실현을 먼훗날의 일쯤으로 여기고 구체 논의는 뒤로 미루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작년 1월 10일,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면서는 "저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 임기 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라고도 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5년에 이미 통일 1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일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통일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통일방안을 합의해야 서로 다른 꿈을 꾸지 않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통일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대로 남북이 통일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면 올 한 해 ‘통일’이 화두에 오를 것이다. 어떻게 통일을 실현할지가 올해 내내 가장 ‘핫한’ 논의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 한해를 보낸 뒤 내년 5월엔 공교롭게도 총선이 있다. 통일을 어떻게 ‘실현’할지 논의해온 국민에게 통일을 ‘반대’하는 분단적폐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분단적폐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남북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남북관계에 대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시하였다.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철저히 이행하면 앞서 살펴본 한반도의 평화실현, 남북 협력과 교류, 통일방안 모색 및 실현을 이룰 수 있으며 그 결과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용기백배하여 북남선언들을 관철하기 위한 거족적 진군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올해를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위업 수행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력사적인 해로 빛내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대로라면 남과 북은 서로의 군비를 통제하고 점차 군축을 실현해나갈 평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다자협상을 통해 평화협정,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시작될 것이다. 올해에 개성공단은 재개되어 죽어가는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으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 학생들은 2000년대 중반 때처럼 금강산에서 새내기 새로배움터, 수학여행 등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드디어 통일방안을 논의해 어떻게 통일을 실현할 것인지 합의해나가고 현시점에서 해야할 과제를 실천해나갈 것이다.
2019년은 통일을 체감해가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족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2018년을 보내고 맞이한 2019년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격동적인 역사를 2019년에 더 크게 꽃피워내기 위해 남과 북,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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