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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8]미국의 대북강공책, 과연 성공할까?

미국에게는 자기 정책을 실행할 방도가 없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19/03/26 [09:38]

[아침햇살18]미국의 대북강공책, 과연 성공할까?

미국에게는 자기 정책을 실행할 방도가 없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19/03/26 [09:38]

1. 미국이 대북강공책을 벌이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3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정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의 개념은 “영변 핵시설 등 모든 핵연료 주기와 주요 부품과 핵분열 물질,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며,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영구히 동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핵연료 주기(Nuclear Fuel Cycle)란 우라늄 광석을 핵연료로 만들고,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폐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저장소에 저장하는 전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를 추출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FFVD란 현존하는 핵무기에 더해 미래의 핵무기 생산 가능성도 없애며, 미사일은 물론 북한이 인정한 적도 없는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영구 동결까지를 말한다. 

 

또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는 검증된 비핵화 뒤에 와야 한다”면서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 입장을 강조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 자주시보

 

동시행동도, 단계적 해법도 버리고 일방적으로 북한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는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본질에서 대북적대정책에 기초한 강공책이며 리비아처럼 무장해제시켜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은 협상을 계속 하려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북한을 헷갈리게 만들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위장술일 뿐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북강공책은 과연 성공할까? 상대를 적대시하고 와해시키겠다면 실행 방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적대국가들, 구 소련, 중국, 북한,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을 상대로 써먹은 수법들을 보면 크게 네 가지 방도가 있었다. 

 

첫째는 정치사상적으로 상대를 분열시키고 내부 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군사력으로 상대를 위축시키고 직접 공격해 초토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경제적 압박으로 내부 혼란을 유도하고 파국으로 이끄는 것이다. 넷째는 외교적으로 철저히 고립시켜 외부의 도움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상이 미국이 지금껏 사용해온 전통적 수법이며 북한에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할 텐데, 과연 유용한지 살펴보겠다. 

 

2. 정치사상적 공작

 

정치사상적 공작의 핵심은 지도부와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지도부가 국민의 지지를 잃으면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경제, 국방 등 사회 전 영역이 취약해지며 심각한 사회혼란에 이어 정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국민 속에서 국가와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떨어져 군사, 경제적 압박에 쉽게 무너지고 만다. 미국은 북한 지도부와 체제를 비난하는 대북방송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공작원과 탈북자를 동원해 직접 침투하거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식으로 사회혼란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모습은 미국의 정치사상적 공작이 무용지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부와 국민 사이의 일심단결은 파괴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금 해외 언론 어디서도 북한 내부가 분열하고 갈등한다는 소식은 들어볼 수 없으며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북한 국민의 지지가 탄탄하다는 얘기만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람해 화제를 모았던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보자. 학생부터 전문 배우까지 무려 10만여 명이 출연해 1시간 20분 동안 진행하는 이 공연은 몇 달 동안 준비와 연습을 거친 대작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한 공연은 원래 내용과 크게 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 고위 관계자가 “9·9절에 봤던 것과 비교해보면 내용이 70% 바뀌었다, 9·9절 뒤로도 5차례 정도 대집단체조를 했는데 나머지 닷새 동안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는지 내가 봐도 신기하다”고 말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연 총연출을 맡았던 김목룡 북한 피바다가극단 총장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성원들을 배려해 직접 수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도자의 결정에 따라 몇 달 동안 연습해야 하는 공연을 5일 만에 해낼 수 있으려면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철저한 신뢰와 지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 장면     © 자주시보

 

지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자국 대통령이 중요한 회담을 위해 해외에 나간 사이에 청문회를 열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북한은 자기 지도자가 먼 길을 떠났다며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머나먼 외국방문의 길에 오른 최고지도자에 대한 그리움과 충정을 안고 위훈을 떨쳐나가자”고 호소했고 “온 나라는 불도가니마냥 끓고 있다. 각지의 일꾼들이 현장에 좌지를 정하고 화선식 지휘를 하고 있으며 공장, 기업소들과 중요대상 건설장들, 사회주의 협동벌과 과학연구기지, 교육기관을 비롯하여 그 어디에서나 영도자에 대한 그리움이 무서운 힘으로 폭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사상적 공작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3. 군사적 수단

 

미국이 즐겨 사용하는 군사적 수단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강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상대가 극도의 긴장과 경계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도 극도의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율신경에 혼란이 조성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을 크게 해친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극도의 긴장과 경계심이 지속되면 국가 체계가 정상가동을 못하고 사회 전반에 피로감이 쌓여 마비 현상이 온다. 실제로 미군은 정찰기가 북한을 지속적으로 정찰하거나, 한미연합훈련을 예고 없이 장기간 지속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작전계획 5030을 작성하였다. 연중 거의 쉬지 않고 진행하는 한미연합훈련도 이런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는 중소규모의 전투를 통해 상대방을 약화시키고 군사적, 심리적 타격을 주되 전면전으로 나가지는 않는 것이다. 이른바 외과수술식 타격이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로 미군은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 오시라크(Osirak) 핵시설을 집중 폭격한 사례를 본 따 북한 내 전략 거점만 선별해 정밀 타격하겠다는 작전계획 5026을 작성하였다. 

 

셋째는 전면전인데 이라크처럼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고 리비아처럼 내전으로 위장해 간접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미군은 전면전을 통해 북한 전역을 점령하겠다는 작전계획 5027을 작성하였다. 현재 위의 작전계획들은 작전계획 5015로 통합되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런 군사적 수단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먼저 두 번째 수단인 중소규모 전투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푸에블로호 사건, EC-121 격추사건, 판문점 도끼사건 등 각종 군사적 충돌에서 미국은 매번 패배하였다. 1994년에는 영변 핵시설만 외과수술식으로 폭격하려 했으나 핵시설 정보도 부족하고 북한의 보복으로 인한 전면전 우려 때문에 포기하였다. 

 

다음으로 세 번째 수단인 전면전의 과거 사례인 한국전쟁을 살펴보자. 정전협정에 서명한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1954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나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한 최초의 미군 사령관이 되었다는 부끄러운 이력을 갖게 되었다. 나는 패배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협정 조인을 끝낸 후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에 빠졌다”고 하였다. 정전협정 당시 미군 사령관이 한국전쟁을 패배했다고 인식한 것이다. 이후로도 푸에블로호 사건 등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미국은 말로만 전면전을 다짐했을 뿐 정작 전면전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검토 결과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소규모 전투나 전면전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위의 사례들은 모두 북한이 핵개발을 하기 이전 사례다. 당시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은 전통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공세를 취했지만 압도적이진 않은 모습이었다. 지금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기에 상황도 바뀌었다. 이제는 북한의 공세가 미국을 압도한다. 

 

그렇다면 첫 번째 수단인 군사적 압박은 어떨까? 원래 군사적 압박은 북미 사이에 막상막하의 상황이었다. 미국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면 북한도 국가 전체가 긴장하며 맞대응하였고, 이에 미국도 긴장하면서 훈련을 취소 혹은 단축하거나 조용히 진행(이른바 로우키)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2017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막상막하의 상황이 북한이 압도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직후인 2017년 12월 2일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크고 시급한 위협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 전인 2월 2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첫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나 연구는 없다”면서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취임했던 날보다 훨씬 더 안전해졌다는 것을 이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하였다. 

 

미국 지도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북한의 핵미사일에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하와이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 미사일 발사 오보 사태나, 올해 1월 네스트 보안 카메라의 북한 핵미사일 경고 오보 사태 때 미국 국민들이 보여준 대 혼란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선포하였고 지난 3월 6일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우리 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날강도적인 전쟁위협이 무용지물로 된 것”이라고 하였다. 북한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은 이런 ‘승리자’의 여유를 보여준다. 

 

이처럼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에서 북한의 우세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없다. 실제로 미국은 그간 한반도 전쟁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Foal Eagle),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훈련을 모두 중단했다고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은 키리졸브 연습의 명칭을 ‘동맹’으로 바꾸고 독수리 훈련을 연중 대대급 규모의 훈련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중단했다고 선언하고 몰래 하는 꼴이다. 

 

실제로 군인들이 훈련을 하면서도 중단했다고 선언하는 상황 자체가 미국에게 수모를 안겨준다. 뭐가 무서워서 훈련을 훈련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을 바꾸냐는 조롱을 피할 수 없다. 군인과 국민도 열등감, 패배감에 빠져 사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단을 선언해야만 했다. 

 

북한의 이른바 동창리 미사일 기지 움직임을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지 못하는 사정도 마찬가지다. 원래대로라면 ‘만약 미사일을 쏘면 요격하겠다’, ‘정밀 타격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과거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거나 심지어 인공위성을 발사해도 이런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경고만 할 뿐 아무런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이미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위협비행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공개할 수 없는 처지다. 

 

4. 경제적 압박

 

보통 미국의 경제제재가 들어가면 웬만한 나라들은 심각한 혼란과 경제 붕괴를 경험하며 굴복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제재에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70년 넘게 지속되어 왔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북한 경제는 오히려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도 이겨낸 북한을 경제적 압박으로 굴복시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북한은 처음부터 자립경제노선을 걸어 외부 충격에 면역력을 키워 왔다. 1962년 소련이 자국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 통합 시도였던 코메콘(COMECON: 경제상호원조회의) 가입을 요구했을 때도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고수하며 가입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소련의 경제적 압박을 받기도 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이런 북한의 모습을 미국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마도 한국이 그동안 약간의 경제적 압박에도 미국에게 쉽게 굴복해왔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60년대 황태성 사건을 보자. 박정희 대통령이 친형보다 더 따랐다던 황태성은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자 남북협상을 위해 한국에 밀사로 들어왔다. 북한에서 무역성 부상을 했던 황태성은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통일을 논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내려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민족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 의심을 받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은 황태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버렸다. 그러자 미 중앙정보국(CIA)이 직접 조사를 한다며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당시는 한미양해각서에 따라 CIA가 지휘하는 미군 502군사정보단이 대공 용의자를 조사하는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주저했다.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을 미국이 조사하고서 남북 사이에 비밀 접촉을 한다고 판단하면 안 그래도 의심받는 처지에서 낭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황태성 인계를 거부하자 미국은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1961년 10월 경 2주 동안 미군에게 황태성을 인계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원조 밀가루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이 원조 중단을 무기로 한국 정부를 위협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말만 해도 한국 정부는 겁을 먹고 무릎을 꿇는다. 

 

5. 외교적 수단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을 지금껏 가한 것보다 더 가할 수 있을까? 찾아봐도 특별한 수단이 없다. 반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외환경이 점점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지난 3월 20일, 미국이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는 속에서도 중국의 해상 운송 업체인 보하이페리는 북한 남포시와 옌타이-남포, 다롄-남포 노선 독점 운영권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남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해상 환적 유류 수입의 근거지로 꼽은 곳이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재무부가 중국의 ‘다롄 선 문 스타 국제물류무역’이 남포를 통해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제재를 가한 적도 있다. 한 마디로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오는 5월부터 옌지-평양 항공 노선도 재개하기로 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나온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3월 19일 모스크바에 도착, 수차례 크렘린궁을 방문해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조율하고 23일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언론은 조만간 모스크바 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1일 베트남을 공식친선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베트남 사이의 친선협조를 강화하며 특히 경제, 과학기술, 국방, 체육문화예술, 출판보도부문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물론 남북관계는 앞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승인을 받아 움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이 남북관계 악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대북강공책을 써도 북한이 ‘새로운 길’이나 핵대결로 가지 못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한이 일시적으로 철수한 것을 보면 미국의 기대는 재론의 가치도 없는 것 같다. 

 

북한은 통일의 첫 번째 원칙으로 민족자주를 꼽는다.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기본 원칙으로 합의했다. 이것이 갖는 의의를 잘 알아야 한다. 북한의 정책은 북한이 이야기한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북한은 남북관계도 민족자주를 전제로 한다. 북한은 미국의 연장선 위에서 미국의 정보원 역할이나 하는 한국 대통령과는 대단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말하는 민족대단결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민족자주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승인이나 기다리는 한국 정부와 대화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 같다. 

 

한편 미국은 외교적 수단에서 여전히 중국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초반부터 북한 문제를 자신의 최대 국정현안이라 규정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2017년 2월 27일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북한”이라며 중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도 2017년 4월 17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열린 중-미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 등 중-미 현안을 제쳐두고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미국은 심지어 중국과의 무역분쟁조차 북미 대결의 수단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29일 트윗을 통해 “우리와 중국 간의 대규모 무역분쟁 때문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북한에 자금, 연료, 비료 및 다른 상품을 포함한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기자 인터뷰에서도 “북한 문제의 일부는 중국과 무역분쟁 때문에 야기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은 북한으로 가는 경로이며, 93%의 상품과 물자가 중국을 통해서 북한으로 간다”,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북한과 우리의 관계 측면에선 훨씬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쉽게 말해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버틸 수 없으니 무역분쟁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북한을 굴복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 중-미 정상회담.     © 자주시보

 

볼턴 보좌관은 지난 3월 21일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을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중국은 분명히 북한의 지배적인 무역 파트너이고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진다”며 “우리는 중국과 지금 무역협상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고 하였다. 이를 해석하면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면 무역분쟁에서 중국에게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중-미 무역전쟁을 대북압박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바람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일단 중국이 압박한다고 북한이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며 나아가 중국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낮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치명적 타격을 입어야한다. 그러나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무역분쟁에서 타격은 중국보다 미국이 더 크게 입는 듯하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2017년 1월 24일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중국보단 오히려 미국 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무역분쟁 발발 후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하는 애플, 휴렛패커드 등 미국 정보통신기업과 미 소매업협회는 미 무역대표부에 관세부과 반대 서한을 보냈고 미 정보기술산업위원회도 미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관세부과를 반대했다. 2018년 7월 6일 미국의 1차 보복관세 이후 미국의 대중국 월별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계속 증가했지만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든 것이다. 2018년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인 4192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탈리아가 3월 23일 중국의 전략 사업인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은 자신의 동맹인 유럽 나라들에 일대일로 불참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며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역시 흔들리고 있다. 모나코는 이미 화웨이와 5세대 이동통신 장비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독일 역시 5세대 이동통신 구축에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독일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며 협박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단호히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중국은 북-중-러 협력체제를 강화할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6. 미국이 강공책에 매달리는 이유

 

지금까지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살펴봤지만 대북강공책이 성공할 방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은 왜 대북강공책에 매달리는 것일까? 

 

첫째, 미국의 패권적 본질이 바뀌지 않아, 즉 욕심을 못 버려서 대북적대정책에 매달리는 것일 수 있다.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도 과욕을 부리면 주관주의에 빠져 자기 생각대로 상대가 움직이며 자신이 이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진다. 그래서 패권주의와 주관주의는 함께 다닌다. 미국은 패권에 집착하면서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해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무한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둘째, 북한의 압박에 초보적인 정책적 지성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지금 미국의 모습은 이성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수단과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것 없이 막무가내로 대북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국가 정책 작성의 초보적인 절차와 기능마저 마비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대북제재 취소를 언급했다가 미국 행정부가 일대 혼란에 빠진 사건을 보면 사정이 매우 나빠 보인다. 전 세계가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정부의 행태를 두고 럭비공 같다, 미치광이 같다는 평을 하는데 실제로 미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을 만나면 공포에 질려 이성이 마비되고 만다. 소련도 무너뜨린 미국이 북한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이니 충분히 정책적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공황상태의 국가가 어떤 정책을 편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고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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