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황선(평화이음 이사)
그는 전라도 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농민의 아들이다.
전남대에 입학했을 때 광양의 감 농사꾼 아버지는 보람으로 가슴 뜨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똘똘하고 순박한 가슴을 헤치고 들어선 것은 망월동 묘역이었다. 강토를 나눈 휴전선 이었다.
그가 반미구국의 철옹성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되고 긴 수배, 긴 타향살이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어머니를 생각했을 것이다 고향의 감나무와 정다운 작은 새, 어느것인들 나날이 그립지 않았으랴.
그는 학생운동과 후배들의 활동에 필요한 것이라면 손을 잘도 내밀면서 고향의 감을 파는 일은 부끄러웠다. 민중을 위해서라면 온갖 고민을 다하는 사람이 자기 일에는 서툴기 짝이 없어서 몇 푼 안되는 자취방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사기당했다. 상처가 컸던 시절 술에 취해도 누구를 원망할 줄 몰라 답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숙맥이다. 그는.
그는 전대협 한총련의 살아뛰는 혈맥 가장 용감하고 따뜻한 후배. 그는 오늘 참새 같은 후배들의 따사로운 품이자, 이정표이다.
그러나 그는 일상에선 그가 잡았다는 참새 보다 약지 못하다. 죽은 새를 감나무 아래 묻어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죽은 새를 포장해 누군가를 협박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그는 바르고 직설적이다. 적아구분이 냉철하고 무엇보다 일일이 소리내지는 못 해도 사랑이 크고 깊다. 그 사랑을 알아 본 그를 닮은 스무살 후배들이 오늘 감나무 열매 처럼 풍성한 이유다.
누구냐, 이런 그를 테러범으로 조작한 자. 당신은 또 하나의 죄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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