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06] 북에서의 방사포와 통천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8/26 [12: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조선(북한)이 24일 비행체들을 발사하니 한국에서는 한미연합군사연습도 끝났는데 또 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조선으로서는 그 발사를 25일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 성공이라고 발표한 것은 선군절(8월 25일)을 “뜻깊게 경축”하는 의의가 있겠다. 선군절이란 김정일 위원장이 탱크부대를 지도하여 선군정치의 시초로 된 날짜를 기념하여 정한 명절이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자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사진과 기사가 돌았고, 발사관의 굵기에 놀라 저것도 훠졘파오(火箭炮,방사포의 중국어명칭으로서 로켓포라는 뜻이다)냐는 경탄이 나왔다. 

 

▲  8월 24일 북에서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진행했다.

 

중국산 방사포가 쏜 로켓탄이 타이완 해협을 넘을 수 있느냐는 여러 해 쟁론 거리였다. 제일 좁은 곳이 130km, 제일 넓은 곳이 400km인 타이완 해협을 넘는다 불가능하다는 말씨름이 지속되었는데, 중국은 그동안 방사포 발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쟁하는 쌍방이 근거가 없었다. 이번에 조선이 발사 거리 380여km인 방사포 실물을 보여준 덕에 그 쟁론이 사라질 것 같다. 방사포가 400km 가까이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요즘 조선이 뭔가 발사하면 미사일이라고 추측했던 한국은 이번에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했다가 조선의 보도 뒤에 “미사일급 방사포”라고 수정했다. 며칠 전에는 한국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인지 조선이 보여준 발사체 기술들은 한국이 이미 몇 해 전 보유한 것들이고 게다가 북보다 더 낫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번의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기 어렵겠다. 그야말로 괴물급 방사포가 아닌가. 흔히 방사포는 미사일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한 발씩 쏘는 미사일과 달리 방사포는 여러 발을 동시에 쏠 수 있는 발사차 여러 대가 임의의 지점에서 동시에 쏘고 곧 이동하기 때문에 기습적 타격, 타격 범위, 타격 효과, 자기보호 등 면에서 미사일이 비길 바가 아니다. 미사일급 방사포의 출현으로 하여 한국에서 오랫동안 떠들어온 “원점 타격”론이 무의미하게 된다.

 

위의 내용은 기술적인 문제이고, 조선이 뭔가 발사하면 정치적 각도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16일 강원도 통천에서의 발사에 대해, 박지원 의원이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고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최소한 금도를 벗어났다고 정주영 회장의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 안 될 일이라면서 “야만국”을 들먹였다가 조선의 날카로운 반박을 받았다. 설태 낀 혓바닥을 마구 놀려댔다, 혓바닥을 함부로 놀려대지 말아야 한다, 구린내를 풍겼다,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고 하늘을 쳐다보며 침을 뱉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 상통이나 험악하게 될 뿐이다. 등등.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북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웃어넘긴다고 했고 어떤 전문가들은 박지원으로 하여금 조롱을 견디게 하여 인질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은 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거야말로 웃어넘기는 게 현명하겠고, 박 의원의 비판과 대응만 보면 이분이 6. 15시대부터 남북을 여러 번 오가면서 이남의 누구보다도 이북을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모양이지만, 놓치는 점들이 많은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 않는가. 

 

박 의원은 통천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고향임에 주목했으나, 조선에서는 남쪽 누구의 고향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들이 적거니와 신경 쓸 이유도 별로 없겠다. 조선 사람들 특히 군인들의 지식구조에서 “통천” 하면 통천 전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의 전쟁사나 전쟁 관련 자료들에서는 별로 거들지 않으나, 조선의 입장에서는 1952년 10월 15일 통천 일대에서 벌어진 반상륙 작전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 한해 전인 1951년에 동부 1211고지 진공에서 실패한 미군은 육지에서 인민군 진지를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 희박하니 이듬해에는 고지 북쪽에서 상륙하여 고지를 무효로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김일성 주석이 지적했다시피 1211고지를 내주면 원산까지 물러서야 하기에 1211고지는 반드시 지켜야 했는데, 미군이 원산- 1211고지 사이에 위치한 통천에서 상륙하면 원산까지의 직행은 물론 1211고지를 중심으로 하는 인민군의 방대한 방어체계가 적후에 들어가면서 보급 도로가 끊겨 의의를 상실한다. 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가 야심적으로 여러 달 추진한 전투는 실패로 끝났는바, 조선에서는 적 함선들을 해안 300m 거리까지 접근시키고 반타격을 성공시킨 걸 커다란 자랑으로 여긴다. 미국의 책자들은 그 상륙작전을 양공(거짓공격)이라고 표현했고 그 의의와 규모, 전과에 대해 조선과 다른 견해를 내놓지만, 10월 15일 작전이 커다란 실패로 끝났음을 시인한다. 조선은 전쟁사에서 그 작전을 중요하게 다룬 외에 김일성 주석을 주인공으로 하는 총서 불멸의 역사 장편소설 《승리》에서 많은 편폭을 들여 묘사했다. 참고로 1951년 1211고지와 1952년 통천 방어전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이 항일빨치산 출신의 최현이니 바로 지금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으로 있는 최룡해의 아버지이다. 육지의 싸움에서는 펄펄 날던 최현이 익숙하지 않은 해안방어에서도 모범전투사례를 창조한 건 거대한 의의를 갖고, 이 방어전의 승리가 이듬해 아이젠하워 신공세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서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에게 확고한 신심을 안겨주었다.

 

조선에서 나서 자라고 교육을 받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통천이 적군의 상륙기도를 통쾌하게 분쇄한 고장이고 군사에 밝은 사람들은 최현까지 연상할 것이다. 그러니까 박지원 의원의 정주영 언급은 그들에게 뜬금없는 모욕으로 들리기에 십상이다. 결국 박 의원의 북에 대한 이해 부족이 언어공방전을 불러왔다고 해야겠다.

 

앞에서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을 잠깐 거들었는데, 정말이지 전문가가 맞느냐는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북이 이제 최고인민회의를 진행하게 되니 전문가들은 할아버지를 모방해오던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의 직책이었던 공화국 주석으로 되리라 전망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대등한 지위를 갖기 위해서라는 추측까지 곁들어서 말이다. 조선은 김일성 주석 서거 이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정한 것을 김정일 위원장의 커다란 업적으로 간주하고, 그 전례에 비추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에는 “조선로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정했다. 하여 조선은 당의 조직체계를 고쳐 최고 지도자 명칭을 총비서로부터 위원장으로 바꾸었는데, 이제 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으로 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모욕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정세에 비추어 선대 수령들의 결정을 바꾼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다. 김정일 선군정치로부터 탈피한 김정은 병진노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선군을 부정한 건 아니고 선군절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굉장히 경축했다. 선군절이 뭔지, 어느 날인지 모르는 “북한 전문가”들은 없을 테지만 선군절과 결부하여 조선의 신형무기 시험 등을 미리 추측하고 분석한 내용은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로서는 돈이 아깝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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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통 19/08/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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