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청춘들
황선(평화이음 이사)
어느 궁전 돌담인들 연인들 맞잡은 손 달빛아래 흐르는 사랑의 언어를 피해가랴만 미일제국의 혈통 주한미대사의 광화문 저택 돌담엔 방뇨는커녕 사랑의 속삭임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거거든.
일본 덕분에 근대화의 성은을 입었다고 믿는 것들은 미국 덕분에 자본주의 황금의 수혜를 받았다고 믿어서 그 앞에서 그의 고양이 보다 더 몸을 낮추고 비벼댔거든.
청와대 코 앞에서야 칼부림을 하든 도륙이 나든 그래도 미국대사의 집은 광화문이 아니라 아메리카이므로, 안전해야 하거든. 용궁처럼 파도 한 자락 없이 세상 가장 평안해야 하거든.
자기 나라에선 연쇄살인마도 삼십년 걸려서 찾고 제 국민들에겐 고문하기를 예사로 하는 공권력도 천조국의 총독과 그의 친애하는 개와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불사르거든.
그러나 천길 보다 높고 태평양만큼 넓고깊은 그 담도 훌쩍 넘었거든. 진주성을 지키던 의병 명량 앞 바다 흰옷에 노를 젖던 무명씨 행주성 위로 돌 나르던 필부 설움 딛고 독립의 길 찾아나서던 소년 그들이, 그들이 살아왔거든. 사람은 그렇게 천년을 사는 것.
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다리가 일순간 태평양을 건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되어 펜타곤에 꽂힌거거든. 한 사람 한 사람 저토록 어여쁜 꽃이 되어 칠천만 가슴에 희망으로 내린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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