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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멀고 먼 평화"

황선 | 기사입력 2020/07/04 [12:42]

시 "멀고 먼 평화"

황선 | 입력 : 2020/07/04 [12:42]

멀고 먼 평화 

 

-황선

 

‘척양척왜 보국안민’

침탈당한 주권과 

침략당한 국토를 

그냥 두고서는 

보국안민 할 수 없으니

쟁기를 거꾸로 들고

뒷 산 대나무를 깎아 들고

나선 길.

 

나무껍질 이라도 

벗겨다 먹여야 할 

새끼들 뒤로 하고

무논에 피라도 뽑아 

사흘에 피죽 한 그릇

그거라도 봉양해야 할 

노모의 근심을 뒤로 하고

짚신 짝 꿰어 신고

나선 길.

 

그 길 나서 

백 년.

우리의 쟁기와 

우리의 죽창은

한 번도 평화 아닌 적 없지 않던가. 

 

평화를 가로 막는 것을 치워야 

평화가 들지. 

평화를 밀어낸 것들을 

산산히 부수고 쓸어내야

마침내 평화가 깃들지. 

 

평화는 금강 변의 비명

평화는 하얼빈의 총성

평화는 만주벌 말발굽

평화는 유채꽃 아래 묻힌 백골

평화는 광화문 네거리의 주인잃은 신발짝

평화는 광주도청 깨진 유리창

평화는 연세대학교 종합관에서 끌려나오던 어린 너

시방도 평화는 

백척간두 미대사관저 담장 위에 매달려 있다. 

평화는 백 년 전 삼아 꿰고나선 짚신짝 바람으로 

한미연합사령관과 워킹그룹과 사드기지 앞에서 

대치 중이다. 

 

평화, 말은 쉽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나중에,

그 먼 것같은 통일보다 나중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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