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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업의 정석"

황선 | 기사입력 2020/07/16 [20:38]

시 "작업의 정석"

황선 | 입력 : 2020/07/16 [20:38]

작업의 정석

 

-황선

 

“최대한 쓰레기로 만들어라. 

 

간첩이 가장 혐오스러울 땐 

간첩을 만들고

 

돈에 환장한 세상이라면

사람들의 박탈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불로소득의 황제로 만들고

 

학벌을 계급의 에스컬레이터로 여기는 

부모들 눈이 돌도록

부정입학 입시비리 주범으로 만들고

 

첩첩으로 억눌린 

여성들의 터지는 한을 겨냥해서

추악한 성범죄자로 만들어라

 

확실하게 짓밟지 않으면

어느새 영웅이 되고 만다. 

 

슬퍼하거나 애도할 시간도 용납해선 안 된다. 

우리에겐 교훈이 있다. 

작업은 철저해야 한다. 

오점이 그 인생의 맥락을 지우고

오점이 핵이 되도록 

패륜은 길고 확인할 길 없는 추행은 

그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일 하나 똑 부러지게 하면 

다들 설설 기게 되어있다. 

이 기세 이어가는 한,

특히 먼지많은 놈들 

더더욱 순종하게 되어있다. 

 

앞으로 데모꾼들 잡아넣을 때도

섣불리 국가보안법, 집시법 써가며

양심수 만들지 말도록.

파렴치범, 사기협잡, 협박범, 

이런 것이 좋다. 

자칫 탄압이 훈장이 되면

작업한 시간이 허무하다. 

 

알겠나, 제군들?”

 

시방, 이러고 있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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