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9월 8일 미군이 38선 남쪽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에 숱한 압력과 간섭을 가해왔습니다.
미군 주둔 75년을 맞아 미국과 주한미군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살펴보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해 제대로 정립하고자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가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4. ‘한반도 전쟁의 불씨’ 한미연합군사훈련
◆ ‘북한 점령’ 명시한 70여 년 동안의 전쟁훈련
지난 8월 18일부터 28일까지 한미연합사령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도 끝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다. 국방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가상훈련”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한미연합‘전쟁훈련’의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이 들여오는 핵잠수함-전략자산 등 전쟁 살육무기의 면면은 무시무시하다.
한미연합훈련이 개시된 지난 8월 18일,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인근을 비행했다. 동해 영공 상에 바짝 붙어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 B-1B 랜서 4대가 위협비행을 벌였다. 지난 1998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당시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한 B-1B는 재래식 폭탄 수백 기, 핵탄두 수십 기를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초음속 전폭기다.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를 포함해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전폭기 6대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닌 것.
한미연합훈련은 단순한 연례적 방어 훈련이 아니다.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과 ‘북한점령’을 명시한 작전계획 5015를 중심으로 한미연합훈련을 가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른바 ‘참수부대’를 운용하는 등 북한 지도부를 겨눈 적대 행위를 대놓고 벌이고 있다. 북한이 훈련 때마다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이야말로 미국의 분명한 도발이다.
바로 작년까지 로널드 레이건호 등 미 핵항공모함도 한반도 해역에 들어온 바 있다. 이 같은 한미연합훈련의 과정은 한반도의 땅, 바다, 하늘을 미군이 장악하겠다는 파렴치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지휘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대략 육해공 약 70만 명, 함정 160대, 항공기 2,000대 등 총동원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그를 위한 예행연습이다. 지구상에 이런 규모의 전쟁훈련은 또 없다. 한반도가 70년 넘도록 상시 전쟁위기에 빠져있는 데에는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한미일 안보회의에서 미 국방부는 “역내에는 많은 위협이 있지만, 이 중 북한은 명백한 최대 위협”이라고 했다. 이번 연합훈련에서 미국이 미 본토와 괌 기지에서 전폭기 6대를 한꺼번에 한반도로 보낸 ‘이례적 동시 출격’은 이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에서의 적대적인 모든 무력행사 금지”,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깔아뭉개는 미국의 철면피 행위다. 트럼프 정권은 약속을 어겼고 훈련을 밀어붙였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남북미 정상들이 세계 앞에서 맺은 약속을 뒤집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앞서 2015년, 오바마 정권 당시 미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는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한순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했다. 미국은 우리 땅에서 이런 식의 전쟁무력시위를 무려 70여 년 동안 벌이며 평화 부수기에 매진해왔다.
◆ 군사박람회…누구를 위한 전쟁훈련인가?
“코리아가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줬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당시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꺼낸 말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허덕이던 미국이 한국전쟁 특수로 단숨에 부활했음을 의미한다. 재개된 전쟁으로 공장이 수많은 무기를 생산하면서 미국은 부활했다. 우리의 땅 한반도에 걸터앉아 제 이익에만 눈먼 침략자 미국의 만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또 다른 별명은 ‘군사박람회’다. 훈련을 통해 미국산 최첨단 전략무기들의 위력과 동선이 시시콜콜하게 홍보된다. 미국은 앞서 소개한 B-1B랜서 등으로 군사력을 과시, 전쟁 위기를 부추겨 수천억~수조원 단위의 값비싼 무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무기는 한국 등 동맹국에 무더기로 수출된다. 미국의 시선에서 이만큼 남는 ‘전쟁 장사’는 또 없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 땅에서 아득바득 전쟁훈련을 밀어붙인 이유를 살필 수 있다. 훈련 중단으로 전쟁 위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지역의 위기를 구실로 무기를 대량생산,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미국의 세력을 군산복합체라고 한다. 이러한 군산복합체가 미국 정·재계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쟁훈련을 통해 각국에 무기를 강매하며 매년 수조 원 훌쩍 넘는 돈을 쓸어 담는 국제깡패, 이야말로 미국의 본모습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연합훈련은 동북아의 패권도 유지하고 무기 판매로 돈 벌기에도 좋은 알짜배기 전쟁 사업일 뿐이다. “북한의 위협을 억제한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국의 공식입장은 전쟁훈련의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즉 한미연합훈련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 무기의 실전 능력이 공개되면 될수록, 미국의 이득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미국으로선 전쟁훈련은 포기할 수 없는 보물단지이고, 동시에 평화는 사활을 걸고 반드시 깨트려야 하는 ‘적’인 셈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을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이라는 틀을 통해 강제로 이식한 비정상적 전시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은 가장 호전적인 국가다.”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지난해 4월 고백한 말이다. 카터는 ‘미국 건국 후 242년 동안 전쟁 없는 평화 시기는 겨우 5년’이라며 전쟁국가 미국의 야만을 고백했다.
애초 미국의 방점이 전쟁 조장에 찍혀있다 보니 “적대적 무력행위 중단”을 명시한 정전협정이 휴지조각이 된 것도 당연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 당사자인 북한, 중국, 유엔사(미국)는 정전협정을 체결했지만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앞서 한미연합훈련을 앞둔 2017년 8월,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이 일어나도 거기(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수천 명이 죽어도 거기(한반도)에서 죽는다”라며 내뱉은 막말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 땅에서 전쟁위기를 벌여온 미국의 역사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던 셈이다.
◆ 전쟁훈련 중단이 평화, 번영, 통일의 길
세계지도를 보면 유독 발칸반도, 아랍(중동), 한반도 등 ‘전쟁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곳들이 많다. 그 어디에나 미국이 깊숙이 개입해 위기를 조장했지만, 그 가운에서도 전폭기-핵잠수함 훈련이 노골적으로 자행되는 건 한반도 일대가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한반도를 꼽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이러한 전쟁 위기는 결코 우리 국민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 의해 언제라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삶을, 우리는 강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한반도를 미국이 좋을 대로 횡포를 부려대는 전쟁터로 내버려둘 수 없다.
지금 당장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틀어쥔 ‘미국 주도 한미연합훈련’을 멈춰 세워야 한다. 훈련규모가 축소된다고 한들 한미연합훈련의 본질은 침략-전쟁훈련이다. 이 훈련은 철저히 미국의 패권-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다. 더 이상 우리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전쟁훈련이 이 땅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사방팔방 겹겹이 우리의 평화를 포위한 미국의 전쟁욕을 물리쳐야 한다. 이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의지와 실천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시급히 조속한 결단을 내려야 가능한 일이다.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위협-북미 갈등이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을 통한 미국의 전쟁위협으로 봐야 정확하다. 더 늦기 전에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으로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꽁꽁 동여맨 전쟁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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