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단체들이 최근 포천에서 일어난 미군 장갑차 추돌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학생겨레하나,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진보대학생넷, 청년하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등은 8일 오후 2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명확히 하여 우리 국민을 지켜내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30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도 포천시 미 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영로대교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4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 당시 미군 장갑차는 일반국도를 주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민간 차량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동행하는 호위 차량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생단체들은 이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신효순•심미선 압사 사건이 있은 1년 뒤 한미가 합의한 ‘훈련안전조치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군용 장갑차는 특성상 주변 지형과 비슷한 색으로 돼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일반 차량보다 속도가 느리다. 특히 장갑차가 후미등을 켜지 않고, 호위 차량이 없다면 일반 차량이 조기에 장갑차 유무를 인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미군에 대해선 어떠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주한미군의 범죄를 용인하지 말고 진상규명과 처벌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강점 75년, 이번 미군 장갑차 추돌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분명히 하고 반미반전의 구호를 힘껏 드높이며, 국민의 목숨을 짓밟고 한반도를 조이는 외세의 그림자를 걷어내자”라고 촉구했다.
이나현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이하 서울대진연) 회원은 “경기 포천경찰서는 이 사고가 SUV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SUV 운전자의 과실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라며 “경찰은 미군 측의 안전 조치 위반 여부 등에 관해서는 규정을 살펴보지 않은 데다가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미군 측 자체 조사 결과를 받아본 뒤 보강 수사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군 측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야 규정을 확인하고, 소환조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전에 관련 수사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경찰인지 미국의 경찰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분노하면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이제야 미군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지윤 대진연 선전국장도 “SOFA 협정에 의해 주한미군 범죄를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조차 우리에게 없다”라며 “도심에서 세균실험을 하고, 한강에 독극물을 버리고, 땅에 기름을 들이부어도 우리는 미국에 죄를 물을 수도, 사과를 요구할 수도 없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한미관계는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이다. 이제는 이런 불평등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라며 “미국에 한없이 유리한 SOFA 협정을 파기하고, 우리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주한미군을 이 땅에서 내보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예진 서울대진연 대표는 “장갑차 사망사고뿐인가? 주한미군 내 코로나 감염자가 누구인지, 어딜 다녀갔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다”라며 주한미군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 내 코로나 집단 감염이 터지는 시기에, 주한미군은 전쟁 훈련까지 진행했다”라며 “경기도에서 코로나로 인해 매우 위험하므로 전쟁 훈련을 중단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훈련을 진행하여 한반도에 전쟁 위기까지 고조시켰다”라고 미국을 규탄했다.
그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이다.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겠다고 있는 외국 군대가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해치고 있다면 존재 목적 자체부터가 맞지 않는다”라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미군 장갑차 추돌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군 제2보병사단장에게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미군장갑차 추돌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2년 6월,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초 효순이, 미선이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미군 측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고 덮으려 하는 미국의 행태에 전국민이 일어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사건 발생 1년 후인 2003년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었습니다.
2020년 8월 30일, 앞서 합의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 적혀있는 주한미군 장갑차 운행 관련 안전규정을 정작 미군 장갑차 압사 사건의 가해자인 주한미군이 지키지 않아 이번엔 4명의 국민이 미군 장갑차와 부딪쳐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습니다. 차량이동 계획 사전통보도, 차량 이동시의 안전조치, 차량 접근 시 시행사항 등 어느 하나 지키지 않아 무고한 국민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군 차량은 2002년 두 여중생 압사 사건 장갑차와 동일한 미2사단 210포병여단 소속 인원 수송용 장갑차입니다.
군용 장갑차는 특성상 주변 지형과 비슷한 색으로 돼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일반 차량에 비해 속도가 느립니다. 특히 장갑차가 후미등을 켜지 않고, 호위차량이 없다면 일반 차량이 조기에 장갑차 유무를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대해선 어떠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약속을 해도 지키지 않고 불합리한 SOFA협정의 보호로 범죄를 저질러도 벌을 받지 않는 이 땅의 무법자가 바로 주한미군입니다. 주한미군의 범죄를 용인하지 말고 진상규명과 처벌을 명확히 해야합니다!
9월 8일인 오늘은, 1945년 미군이 이 땅에 점령군으로 들어와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올린 지 75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국은 한반도의 분단을 지속시키기 위해 온갖 책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과 북이 맺은 약속임에도 나서서 제동을 거는가 하면, 승인을 운운하며 남북의 통일적 행보를 파탄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한 내정간섭은 물론이고 대북전단 살포 지원, 전쟁무기 구입 강요, 코로나 방역을 무시하며 전쟁훈련을 일삼는 미국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불과합니다.
미국 강점 75년, 이번 미군장갑차 추돌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분명히 하고 반미반전의 구호를 힘껏 드높이며, 국민의 목숨을 짓밟고 한반도를 조이는 외세의 그림자를 걷어냅시다! 이번에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명확히 하여 우리 국민을 지켜냅시다!
마지막으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으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0년 9월 8일
서울대학생겨레하나 /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 진보대학생넷 / 청년하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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