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포천 영로대교에서 미군장갑차와 우리 국민 네 명이 탑승한 SUV가 추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한미군의 안전규정 위반으로 인해 우리 국민 네 명이 사망했음에도 사고 직후 언론과 경찰은 일제히 피해자인 우리 국민 네 명을 가해자로 몰아갔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해 대학생들은 75일간 미2사단 앞을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진상규명단 투쟁과 그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상한 사람들’이 공개되었다. 총 세 편에 걸쳐 대학생들의 투쟁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이상한사람들 1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 대진연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 대학생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상한 사람들’ 1부의 부제는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이다.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사람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모이기만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박자가 맞지 않아도 둥글게 모여앉아 손뼉을 친다. 체육대회에서 제기 두 개를 더 차고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 설거지 내기로 가위바위보를 하고선 참담한 결과에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이 참 순박하다.
동두천에 위치한 미 2사단, 포천경찰서까지의 기나긴 이동 일정 그리고 연대단체를 모으고 여론을 만드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니 지칠 법도 한데 마냥 웃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웃음이 많다고 눈물이 적다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외치고 돌아와 다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동지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
하루가 다 가도록 동지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따뜻한 국물에 언 몸을 녹이며 행복해하는 동지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 고된 일정에 혹시나 동지들이 지칠까 웃음꾼을 자처하는 사람.
이들은 같은 것을 외치고 같은 뜻을 나누는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두 눈에 가득 담아 서로를 바라본다.
75일 내내 붙어있으면 때론 불편하기도 할 텐데. 동지들을 위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처하며 나선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들
새벽 3시가 지나도록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는다. 다음날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수십 번은 넘게 외쳤을, 그래서 이젠 외웠을 발언을 매일 진심을 담아 새로 쓴다.
한편에서는 중간고사 준비에 유념 없다. 미 2사단으로 투쟁하러 이동하는 길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시험기간 임에도 진상규명단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 누군가가 왜 본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없다. ‘그냥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자신을 다 바친다.
나의 일, 남의 일을 재거나 따지는 일 없이 자신을 다 내어놓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상한 사람들
웃음으로, 사랑으로, 삶으로 사회의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청춘의 삶을 통째로 내던져 사회의 균열을 내는 사람들, 어느새 우리는 이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대학생은 말한다.
“사회 자체가 잘못되어 있고 비정상적인데, 거기서 이상하지 않게 살아가는 건 그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이상해 보이고 조금 유별나 보이고 조금은 과해 보이는 그런 행동들이 단단해 보이는 사회에 균열을 내지 않을까요? 내진 균열, 내진 틈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결국 그 이상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미군장갑차에 우리 국민 네 명이 사망했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구호를 몸이 부서지도록 외치는 사람들. 가해자 미군에게 종이 한 장 전달하겠다며 무려 75일을 동두천행 열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
상식이 비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틈은 얼마나 귀한가.
그 틈을 만들어 내는 웃음은, 사랑은, 삶은 얼마나 값진가.
* 다음 편은 ‘이상한 사람들’ 2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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