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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 1.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

서승연 | 기사입력 2020/12/16 [23:54]

[이상한 사람들] 1.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

서승연 | 입력 : 2020/12/16 [23:54]

지난 8월 30일, 포천 영로대교에서 미군장갑차와 우리 국민 네 명이 탑승한 SUV가 추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한미군의 안전규정 위반으로 인해 우리 국민 네 명이 사망했음에도 사고 직후 언론과 경찰은 일제히 피해자인 우리 국민 네 명을 가해자로 몰아갔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해 대학생들은 75일간 미2사단 앞을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진상규명단 투쟁과 그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상한 사람들’이 공개되었다. 총 세 편에 걸쳐 대학생들의 투쟁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 대학생들은 75일간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 활동과 대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상한 사람들' [사진출처-이상한 사람들 화면 캡쳐]  © 서승연

 

[이상한사람들 1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이 있다. 대진연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 대학생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상한 사람들’ 1부의 부제는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이다.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사람들

 

  © 서승연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모이기만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박자가 맞지 않아도 둥글게 모여앉아 손뼉을 친다. 체육대회에서 제기 두 개를 더 차고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 설거지 내기로 가위바위보를 하고선 참담한 결과에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이 참 순박하다.

 

동두천에 위치한 미 2사단, 포천경찰서까지의 기나긴 이동 일정 그리고 연대단체를 모으고 여론을 만드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니 지칠 법도 한데 마냥 웃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 서승연

 

웃음이 많다고 눈물이 적다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외치고 돌아와 다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동지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

 

하루가 다 가도록 동지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따뜻한 국물에 언 몸을 녹이며 행복해하는 동지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 고된 일정에 혹시나 동지들이 지칠까 웃음꾼을 자처하는 사람.

 

이들은 같은 것을 외치고 같은 뜻을 나누는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두 눈에 가득 담아 서로를 바라본다.

 

75일 내내 붙어있으면 때론 불편하기도 할 텐데. 동지들을 위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처하며 나선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들

 

  © 서승연

 

새벽 3시가 지나도록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는다. 다음날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수십 번은 넘게 외쳤을, 그래서 이젠 외웠을 발언을 매일 진심을 담아 새로 쓴다.

 

한편에서는 중간고사 준비에 유념 없다. 미 2사단으로 투쟁하러 이동하는 길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시험기간 임에도 진상규명단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 누군가가 왜 본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없다. ‘그냥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자신을 다 바친다.

 

나의 일, 남의 일을 재거나 따지는 일 없이 자신을 다 내어놓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상한 사람들

 

웃음으로, 사랑으로, 삶으로 사회의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청춘의 삶을 통째로 내던져 사회의 균열을 내는 사람들, 어느새 우리는 이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대학생은 말한다. 

 

“사회 자체가 잘못되어 있고 비정상적인데, 거기서 이상하지 않게 살아가는 건 그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이상해 보이고 조금 유별나 보이고 조금은 과해 보이는 그런 행동들이 단단해 보이는 사회에 균열을 내지 않을까요? 내진 균열, 내진 틈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결국 그 이상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미군장갑차에 우리 국민 네 명이 사망했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구호를 몸이 부서지도록 외치는 사람들. 가해자 미군에게 종이 한 장 전달하겠다며 무려 75일을 동두천행 열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

 

상식이 비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틈은 얼마나 귀한가.

 

그 틈을 만들어 내는  웃음은, 사랑은, 삶은 얼마나 값진가.

 

 

* 다음 편은 ‘이상한 사람들’ 2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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