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전략무기 개발이 의미하는 것은

양희원 | 기사입력 2021/03/02 [09:52]

북의 전략무기 개발이 의미하는 것은

양희원 | 입력 : 2021/03/02 [09:52]

1. 핵투발 수단, 왜 중요할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핵무기’란 핵분열 또는 핵융합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살상 또는 파괴하는 폭발 장치를 말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자폭탄’, ‘수소폭탄’, ‘중성자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언론에서 핵무기를 소개하며 자료화면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미사일(로켓)과 잠수함, 폭격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핵무기를 목표물에 가닿게 하는 운반수단을 ‘핵투발 수단’이라고 하는데, 핵투발 수단도 넓은 의미의 ‘핵무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북으로 치자면 화성 미사일, 북극성 미사일 등이 핵투발 수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은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미국 동부해안까지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하였으며, 북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이러한 북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대해 미국은 공개적으로 선제타격을 거론하였으며, 북은 ‘괌 포위사격’ 검토를 이야기하며 맞수를 두었다.

 

북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공포는 2018년 1월 하와이의 미사일 허위경보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눈앞에 닥친 공포에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우왕좌왕하던 미국은 끝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핵무력 고도화 과정에서 핵투발 수단의 개발 및 성능 개량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핵탄두의 위력이 아무리 강력할지언정, 목표물에 가닿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ICBM을 비롯한 다양한 핵투발 수단은 전쟁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7 세묘르카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래, 냉전기 내내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핵투발 수단의 다종화와 성능 개량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핵투발 수단이 바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SLBM 발사를 위한 ‘탄도미사일 핵잠수함(전략핵잠수함·SSBN)’과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다탄두미사일·MIRV)’이다.

 

북 또한 오래전부터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강조해왔는데, 북의 SLBM 개발은 2014년 북극성-1형의 시험발사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북은 2019년 북극성–3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0월의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과 올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는 각각 북극성-4형과 5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략핵잠수함의 경우 2019년 7월 북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이 한미 군 당국의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지만, 해당 잠수함이 핵잠수함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2.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된 신형 전략무기들

 

“총결기간 국방과학연구부문에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신형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 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하여 언급되었다.

(중략)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으며…” (2021. 1. 9. 노동신문)

 

북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진행한 사업총화보고 중 국방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언론의 주목도가 가장 높았던 부분이 바로 신형 전략무기와 관련한 내용이다.

 

2021년 1월 9일 자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다탄두개별유도기술’과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핵잠수함’이라는 단어들이 눈에 띈다. 이러한 단어들의 언급은 북이 핵억제 전략의 지속을 위해 핵투발 수단의 다종화와 성능 개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새로운 핵잠수함’

 

▲ 2019년 7월 북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형 잠수함 시찰 모습. 해당 잠수함이 핵잠수함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군은 모자이크 처리된 부위에 SLBM 발사관 3기가 탑재되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함으로서의 잠수함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재래식 잠수함’이며 다른 하나가 ‘핵잠수함’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내연기관과 축전지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말하는데, 정기적으로 축전지의 충전을 위해 수면으로 부상해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잠수함이 수면으로 부상하게 되면 적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곧 잠수함의 생존성 저하를 의미한다.

 

반면 핵잠수함은 내부에 탑재된 원자로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인데,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축전지 충전을 위한 수면으로의 부상이 필요 없어 오랜 기간 잠항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재래식 잠수함보다 월등한 은밀성과 기동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핵잠수함은 주로 공격핵잠수함(SSN)과 전략핵잠수함(SSBN)의 두 종류로 나뉜다. 전자는 재래식 무장(어뢰)을 탑재했고  후자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해 핵공격을 할 수 있다.

 

▲ 러시아의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 총 1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가 사용 중인 RSM-56 불라바 SLBM은 다탄두미사일(MIRV)로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보레이급 잠수함 1척으로 160개의 핵탄두를 적에게 발사할 수 있다.  

 

전략핵잠수함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상호확증파괴(MAD)’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상호확증파괴’란 “적이 핵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공격을 받기 전, 혹은 공격을 받은 후 남아 있는 보복능력으로 상대방에게 똑같이 핵공격을 가해 궤멸적 타격을 입히는 전략”을 말한다. 쉽게 말해,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되어도 어떻게든 보복 공격을 가해 상대방도 똑같이 만신창이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그 어떤 쪽도 쉽게 싸움을 시작할 수 없게 되는데, 이를 두고 ‘핵억제’라고 하는 것이다.

 

전략핵잠수함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에서 보복 공격의 수행을 맡는다. 폭격기나 지상의 미사일 발사대는 적이 선제타격으로 처음부터 제거하거나, 선제타격에 실패하더라도 찾아내서 제거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잠수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할 때, 북이 이번 당 제8차 대회 과정에서 언급한 핵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BS 보도에 따르면 <조선신보>는 2019년 7월 북이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직후 “우리 식 잠수함의 작전수역은 동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태평양을 벗어나 교전국의 앞바다에 핵타격수단을 전개하는 작전은 미국만의 독점물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의 전략핵잠수함 보유가 핵억제 능력의 강화와 더불어 북미대결의 장소에도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2) ‘다탄두개별유도기술’

 

▲ 피스키퍼 미사일의 시험발사 당시 사진. 8개의 탄두가 각기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     

 

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은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이하 다탄두미사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탄두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해 미사일이 하강할 때, 탄두들이 각기 다른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대표적인 다탄두미사일로는 미국의 LGM-118 피스키퍼 미사일이 있다. 피스키퍼 미사일에는 총 10개의 W87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데, W87의 위력은 300kt에 달하며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20배에 달하는 위력이다. 요약하자면 피스키퍼 미사일 하나로 10개의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탄두미사일 기술은 러시아와 중국 또한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러시아가 개발 중인 RS-28 사르맛 미사일의 경우 최소 10개에서 최대 24개까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DF(둥펑)-41 미사일을 공개했는데 둥펑-41 미사일은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렇듯 한 개의 미사일로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으면서 요격까지 어려운 다탄두 미사일을 북이 보유하게 된다면, 미국이 느끼는 압박의 수위는 한 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공개된 북의 SLBM 북극성-4형과 5형이 다탄두 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북이 앞서 언급한 전략핵잠수함에 이어 다탄두 SLBM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은 2017년보다 훨씬 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3)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초음속(Supersonic)은 음속보다 빠른 속도를 말한다. 사물의 속도를 음속으로 나눈 값을 ‘마하수’로 표시하는데, 마하 1이 음속에 해당하며 마하 1이 넘는 속도를 초음속이라고 하는 것이다. 극초음속(Hypersonic)은 음속의 5배, 즉 마하 5가 넘는 속도를 말한다.

 

▲ 러시아가 개발한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활공미사일.  

 

▲ 러시아가 개발한 3M22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동체 하단에 붙어있는 것이 스크램제트 엔진이다.  

 

▲ 중국이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DF(둥펑)-17 극초음속 활공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은 말 그대로 극초음속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말하며, ‘극초음속 활공미사일(HGV)’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의 두 종류로 나뉜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의 선두에 있으며, 미국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극초음속 활공미사일은 로켓에 실려 우주까지 쏘아 올려졌다가 지구의 중력과 대기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글라이더와 같이 무동력 비행을 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비행과정에서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며, 엔진에서 나오는 열도 없기 때문에 추적과 방어가 현재의 무기체계로는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개발한 ‘아방가르드 미사일’이 대표적인 극초음속 활공미사일이다. 아방가르드 미사일은 2018년 12월의 시험발사에서 마하 27의 속도(초속 9.1km)로 비행해 6,000km 떨어진 목표물에 명중했으며, 현재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되어 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을 말한다. 러시아가 개발한 3M22 지르콘 미사일이 현존 유일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며, 지난해 11월 시험발사에서는 마하 8의 속도(초속 2.7km)로 450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알려졌다.

 

북은 당 제8차 대회 과정에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시험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극초음속 활공미사일 개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북이 어떤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할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3. 마치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과정에서 언급된 핵잠수함, 다탄두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신형 전략무기들은 강대국들이 개발과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장비들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만한 것이었다. 

 

소위 ‘게임체인저’라 일컬어지는 전략무기들을 북이 보유하게 된다면, 북미대결은 미국이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북이 당 제8차 대회에서 언급한 전략무기 개발을 완성한다면 또 어떤 세기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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